TOP STORIES

문재인 시대-문제는 정치다<2>] 불러다 호통·망신주는 정치권...기업경영은 '나몰라라'

국감때마다 기업인 출석 압박에
엉뚱한 질문·일방적 비판 적잖아
비정규직 철폐·재벌개혁 등
정치권 입김 더 거세질 가능성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문재인 시대-문제는 정치다2] 불러다 호통·망신주는 정치권...기업경영은 '나몰라라'
지난해 12월6일 열린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국내 재벌 총수 9명이 모인 자리에서 전남 여수갑이 지역구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여수에 롯데케미칼이 있는데 그에 걸맞은 기여를 하지 않아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는 무관한 얘기를 꺼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완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 취지와는 맞지 않게 “구미에서 삼성전자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다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며 “내년부터는 외국 투자보다는 국내 투자를 확실하게 늘리겠다는 각오의 말을 해달라”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그쳤다.

정치권의 ‘갑질’은 기업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감 때마다 기업인 출석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기업을 압박하고 있고 정작 국감이나 청문회에 나온 기업인들에게는 호통과 망신주기, 지역 민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등 민간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돈’인 기업인 입장에서는 큰 손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14일 “글로벌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총수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돈”이라며 “정작 출석하더라도 답변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국회의원의 호통만 듣다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외부에서 볼 때 신인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 대관 담당 임직원들은 정치권의 총수 소환 요청을 막는 것이 ‘제1 업무’다. 국감이나 청문회에 나가면 경영에 필요한 시간을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대외 이미지까지 나빠지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 출석한 기업인 증인 가운데 5분 미만으로 답변한 기업인 비중은 무려 76%에 달한다. 이 중 12%는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일부는 12시간 동안 앉아 있다가 30초간 답변하고 돌아간 사례도 있다. 이런데도 16대 국회 평균 57.5명이었던 국감 소환 기업인 수는 19대에서 12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준 낮은 질문이나 일방적인 비판을 듣는 경우도 많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한진해운 문제로 국감에 출석한 조양호 회장도 제대로 된 답변 기회는 얻지 못한 채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이 국회의원들과 ‘거래’를 하는 사례도 있다. 총수 소환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취업이나 인사 청탁, 지역구 민원을 맞바꾸는 것이다. 또 다른 정경유착의 고리가 생기는 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보여주기 식으로 무더기 증인 채택을 한 뒤 기업 쪽에서 연락이 오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를 더 걱정하고 있다. 새 정부가 검찰과 경찰·공정거래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가맹사업과 대규모 유통업 등에서 갑을 관계를 개선하고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치권에서 수시로 기업을 압박하거나 재벌총수를 소환해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나 신세계·CJ처럼 골목상권 문제가 걸려 있는 기업 외에도 삼성과 현대자동차·SK·LG그룹도 재벌개혁과 동반성장 같은 이슈로 정치권의 영향을 더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철폐, 국내 신규 투자 등도 정치권이 걸고 넘어질 부분이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