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교육 이야기
‘기다려주는 교육’의 힘
‘빨리빨리’ 문화는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한국 전쟁 직후 1인당 국민 소득이 100달러에 불과할 만큼 가난했던 국가는 빨리빨리 근성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현재 명목 GDP를 기준으로 세계 12위 규모의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반세기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달성하며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단 기간의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내고자 하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에서조차 빨리빨리가 강조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여 국가 발전의 근본 초석인 교육을 백 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큰 계획으로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부모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있다.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하며, 어차피 배울 것이라면 빨리빨리 배워야 한다는 인식으로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빨리빨리 선행학습이 과연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일까. 얼마 전, 4세 고시, 7세 고시란 말이 뉴스에 등장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과 성장을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한국형 R&D 패러독스’ 어떻게 극복할까
작년 국내 과학기술계는 두 가지 큰 사건을 겪었다. 하나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전례 없이 삭감된 것으로, 그간 한번도 경험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라 연구현장에 미치는 충격과 혼란이 사뭇 컸다. 다른 하나는 유명 학술지인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가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이 높은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연구개발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낮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성격과 방식으로 발생했지만 그 배경에는 모두 연구개발 성과가 저조하다는 문제 인식과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연구개발 투자 대비 성과가 낮다는 비판은 이미 10년 전부터 제기되었다. 더욱이 GDP 대비 정부연구개발투자 비중이 세계 1~2위 수준임에도 연구개발 저생산성 구조는 개선되지 못하고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한국형 R&D 패러독스’라는 부정적인 별칭으로 불린다. 그동안 정책적 노력으로 일부 성과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연구개발투자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질적인 성과 개선이 더디다. 네이처 인넥스는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공동연구의 확대, 여성 연구인력의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을 제언
행정법 파보기
원하는 영어이름을 사용할 권리
나는 내 이름이다. 태어나서 이름을 가진 다음에야 하나의 인격이 되고 그 인격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내 이름이 고유의 내 이름대로 불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권에 적히는 '로마자 이름'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최근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쟁점은 이름 중 ‘태’의 로마자 표기였다. 원고는 여권을 신청하며 ‘TA’로 표기했지만, 접수 당국은 이는 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다며 ‘TAE’로 정정해 여권을 발급했다. 원고는 영어권에서는 ‘TA’가 자연스럽고 널리 쓰이는 표기라며 원래 신청대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국어 로마자 표기법’은 어디까지나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며 상식적으로도 ‘cap(캡)’, ‘nap(냅)’, ‘fan(팬)’ 등 모음 ‘A’를 ‘애’로 발음하는 단어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고 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사회에서 이름은 대개 한자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순수한 우리말로만 짓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특정 영어 단어나 발음을 염두에 두고 아
도산법 네비게이터
도산절연 구조 속 채권자의 권리와 회생절차의 경계
도산절연(Bankruptcy Remoteness). 기업금융이나 부동산금융 구조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이는 특정 자산이 채무자의 도산 또는 회생절차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법적 구조를 설계하는 기법을 말한다. 흔히 부동산담보신탁, 자산유동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활용된다. 최근 필자가 검토한 사안은 이 ‘도산절연’ 구조가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복합상영관을 운영하는 A사는 채무자의 점포 중 하나를 임차해 오랜 기간 영업해 왔다. 해당 부동산은 은행을 수탁자로 하여 담보신탁이 되어 있었고, A사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담보하기 위해 그 전에 이미 임차권 등기와 근저당권 설정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채무자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A사의 보증금반환채권을 회생채권으로 분류해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A사의 채권은 회생계획에 따라 감액될 수 있고, 채권자로서 집합적으로 변제를 받아야 할 위치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안의 핵심은, A사가 담보권을 설정한 대상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 아닌 ‘신탁된 제3자 소유의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산절연의 법리가 작동한
Dream 톡talk
여성은 왜 눈보라를 피해 남편에게 갔을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어느 여성 환자의 꿈이다.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심한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나는 급히 집으로 들어가 남편에게로 갔기 때문에 다행히 거기에서 도망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남편이 신문 광고란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다음은 심리학자인 아플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해석이다. 이 꿈은 남편과 화해하고 싶다는 감정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그녀는 안락한 가정생활을 구축하는데 실패한 남편의 무력감과 연약함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꾼 꿈의 의미는 ‘혼자서 난관에 부딫치기 보다는 남편의 곁에서 있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었다. 한편, 이 꿈에는 그녀가 혼자 있을 때의 위험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용기와 독립과 협동을 드러내고 시행하는 일에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 꿈의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심리적 상태와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었다. 아들러는 말한다. “꿈의 목적은 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속에 내재해 있다. 개인이 창출하는 감정은 언제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