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인 이야기
한일 해저터널과 침략의 땅
통일교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사가현 가라쓰(唐津)에 눈길이 간다. 통일교 최대 숙원인 한일 해저터널의 일본 쪽 기점으로 가라쓰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규슈에 위치한 가라쓰는 한반도와 최단 거리에 있는 일본 땅이다. 부산과 가라쓰를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은 과거 정부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됐다. 연간 한일 방문객이 1,4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저터널이 열린다면 한일 관계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부산에서 가라쓰는 200km, 해저 구간만 140km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 50km(해저 38km)와 비교하면 네 배 이상 길다. 또한 대한해협은 수심이 깊고 물살도 거세다. 10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비에다 지진·단층·수압이라는 기술적 난관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 성격상 양국 정부 동의 없이는 한 발도 나갈 수 없다. 그런데도 통일교는 수십 년째 이 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왜일까. 지금까지 드러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통일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과 이재명 후보를 놓고 배팅했다. 이들 로비가 향한 종착점은 ‘한·
AI Law 인사이트
'규제 사각지대·환각현상' 외국 법률 AI챗봇
국내에서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유사한 형태로 이른바 법률 AI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다. 예컨대 ‘엘박스AI’ 서비스를 하는 엘박스, ‘슈퍼로이버’ 서비스를 하는 로앤컴퍼니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 기업들은 ‘변호사’ 인증을 받은 이용자에게만 AI 챗봇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등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 등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상담 등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경우 형사처벌(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법률 AI챗봇 서비스가 법률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실체적 또는 절차적 사항에 관하여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어 법률사무의 하나인 ‘법률상담’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변호사가 아닌 기업이 이 같은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유료로 제공하면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이용자가 ‘변호사’인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가 독자적으로 법률 의견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돼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것으로 취급되지
세 스토리(稅 story)
직장인의 필수 연말정산 전략
연말정산은 대부분 2월에 진행되는데 왜 ‘연말(年末)’ 정산이라 불리는 것일까? 이는 1996년까지 연말정산은 12월 월급을 지급할 때 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득세법이 개정돼 정산 시기가 1997년 1월, 2008년 2월로 변경되었으나 명칭은 그대로 연말정산으로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연말정산은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정산’에 핵심이 있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 과세대상은 일반적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1년분의 소득금액이다. 다만 1년분의 소득에 대해 한번에 소득세를 징수하면 조세저항이 크고 사업주가 세금을 공제해서 납부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원천징수’가 이뤄지고 있다. 원천징수는 월 급여액에 따라 간이세액표에 의해 일괄적으로 징수돼 개별 근로자의 소득공제, 세액공제 상황을 반영한 실제 세액과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연말정산을 통해 일괄적으로 1년간의 소득에 대한 세액을 확정짓고, 기납부한 원천징수세액과 차이를 ‘정산’하는 것이다. 연말정산을 앞둔 지금 소득공제 항목 자료가 누락되지 않도록 확인하고 챙겨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절세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첫째,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이라면 자녀를 나와 배우자 중
K- 행정, 혁신의 길을 묻다
‘갈등 공화국’의 해법, 진영 논리 넘어 ‘공공가치’로 가자
광장은 뜨겁다. 주말마다 도심은 서로 다른 깃발과 구호를 든 인파로 뒤덮인다. 이것은 단순한 인상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등의 국제 조사에서 한국은 빈부 격차와 이념 등 주요 갈등 항목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국제적인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표면적으로 한국 사회는 의사 표현이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소통’은 실종됐다. 광장에는 자기주장만 쏟아내는 거대한 ‘목소리’들만 공명할 뿐, 상대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숙의(Deliberation)’는 자취를 감췄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공공정책 결정 과정은 합리적 토론의 장이 아니라, ‘진영 논리’의 전장(戰場)으로 변질되었다. 정책의 타당성이나 사실(Fact) 관계보다 “누가 제안했는가”가 찬반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 정부는 반대편을 설득할 생각 없이 일방통행하고, 야당은 대안 없는 반대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 내가 지지하는 진영의 정책은 선(善)이고, 상대방은 타도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되는 이 적대적 공생 관계 속에서 행정의 본질은 길을 잃었다. 이러한 혼란을 잠재우고 갈등을 넘어설 해법은 결국 ‘공
스페이스 오디세이
‘소유’의 집착을 넘어 ‘이용’의 미학으로: K-국방 우주가 가야 할 길?
과거 우주와 국방은 국가의 전유물이었다. 천문학적인 자본과 수십 년의 인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부만이 이 거대한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의 혁신 속도가 공공을 압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존 방정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국방 우주 전략의 성패는 첨단 자산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민간의 파격적 혁신 기술을 얼마나 유연하게 ‘채택’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매에서 구독으로 무기체계의 패러다임 전환 방위사업청이 2027년 법 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무기체계 임차·구독 제도’는 국방 경영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대 혁신이 될 것이다. 그동안 무기는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전장 관리 시스템이나 드론, 위성 소프트웨어처럼 기술 진부화 속도가 빨라진 분야에서는 기존의 획득 방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있다. 수년간의 개발을 거쳐 전력화하는 순간 이미 ‘과거의 기술’이 되어버리는 모순 때문이다. 임차·구독 방식은 이 고리를 끊고 국방 예산을 효율화하면서도 전장에서 항상 최신 버전의 전투 효율성을 유지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