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인 이야기
예전 같지 않은 ‘불친절한 일본인’
박훈 교수가 쓴 ‘위험한 일본책’을 읽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일본인의 친절과 관련해 쓴 대목인데 여러 면에서 공감 갔다. 나 또한 일본을 다니면서 일본인들이 이전 같지 않다고 느끼던 차였다. 박 교수는 ‘불친절해진 일본인’이란 글에서 더 이상 일본인은 친절하지 않다며 경험을 소개했다. 일본 유학 시절 일본인의 친절에 감동했다는 박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생겼다고 한다. 손님을 대하는 종업원들의 음성 톤과 태도가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이 거세된 친절을 ‘사이보그 친절’로 명명하고, 솔직하지 못한 일본의 국민성을 아쉬워했다. 그랬던 일본인들이 반갑게도(?) 많이 불친절해졌다며 반겼다. 박 교수는 이자카야에서 사케 잔을 가득 채워 달라고 했다가 종업원으로부터 레이저 눈빛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에서 손님을 쏘아보는 눈빛은 처음이었다는 그는 불친절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기계적 친절에서 벗어난, 일본 청년세대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선의를 담은 박 교수의 해석에 공감한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릴 만큼 극단적인 불친절을 겪었던 나로서는 마냥 공감하기 어렵다. 근래 일본을 다니면서 ‘이건 아닌데’라
여의도 커피챗
친환경기업 해외진출 위한 금융지원 강화할 때다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친환경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와 해외 진출 지원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 수출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고, 동시에 금융 자본을 활용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민간 자본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먼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연구개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의 친환경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조금과 기술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될 때,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 자본이 공공자금을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친환경 산업과 친환경 인프라 금융 수출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AI 웨이브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과 데이터 주권
16세기 조선,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기 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조선의 지도를 확보했다. 왜관에 거주하는 상인, 사신, 밀정 등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했고, 이는 조선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조선은 명과의 협공을 위해 지도와 해도를 적극 활용했다. 역사는 이를 통해 지도가 단순한 지형 정보가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21세기, 지도는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경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디지털 경제에서 지도데이터는 단순한 공간정보가 아니라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기반 공간 분석 등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그렇기에 구글의 정부에 대한 1대 5000 정밀지도 반출 요청은 단순한 서비스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주권(data sovereignty)과 직결된 사안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데이터가 곧 시장의 핵심 요소다.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문화적 흐름을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설계한다. 지도데이터는 단순한 지형 정보가 아니라, 인간의 이동 패턴, 상업적 활동, 도시 구조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포함한다. 현대 사회에서 지도는 단순한 지형의
상장폐지를 피하는 法
강화된 상폐제도…시총·매출이 핵심
최근 자본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상장폐지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이다. 현재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및 매출액 기준은 50억원으로 처음 설정된 이후 장기간 유지되어 왔다. 다만, 이러한 지난 10년간 해당 사유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전무할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밸류업 노력이 부족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상장을 계속 유지시켜 시장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시가총액 및 매출액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요건이 현행 50억원에서 2028년까지 500억원으로 10배 상향되며, 코스닥 시장은 기존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조정된다. 매출액 요건 역시 큰 폭으로 상향된다. 코스피 시장은 현행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은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각 상향될 예정이다. 매출은 낮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장치도 마련된다.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코스피 시장은 시가총액 1,000억원,
퍼블릭어페어즈
사람인가 시스템인가
잘 차려진 음식도 그릇이 부실하면 맛과 멋을 살릴 수 없다. 기업이나 정부가 공들여 만든 정책·시스템·매뉴얼은 훌륭한 요리 레시피나 다름없지만, 결국 이를 담아내고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책과 시스템은 내용이고, 사람은 그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릇이 기울어져 있거나 금이 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도 흘러내리기 마련이다. 조직이 높은 비용을 들여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을 만들어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기 힘들고, 심지어 위기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보잉 737 MAX 추락 사고는 시스템과 매뉴얼이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잉은 기체의 기수를 자동으로 낮추도록 설계한 조정특성보강시스템(MCAS)을 도입해, 새로운 엔진 설계에 따른 비행 특성을 보완하려 했으나, 내부 보고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고, 비용 절감에 매달린 나머지 조종사 교육 역시 최소화되었다. 결국 MCAS의 작동 방식과 문제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차례 추락 사고가 일어나 수백 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