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의 中心잡기
계엄 후 안갯속 한반도, 국익만 따져야 [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경제·마켓
2024.12.08 17:57:24
“너라도 중국에 있으니 다행이구나.”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어수선한 한국의 상황을 걱정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특수부대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 앞마당에 내려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튿날 새벽 국회 표결을 통해 계엄이 해제됐지만 이후 반헌법적 계엄군 투입 등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대통령 탄핵 법안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하수상한 시절에 한국을 떠나 있는 아들의 안위가 당신께서는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되셨나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언론·집회 등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든 사회주의 체제 하에 있는 중국에 있는 자식이 안심된다는 얘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중국도 한국 상황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계엄 사례 등에 대해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윤 대통령 개인사를 파헤치는 글들도 적지 않다. 특히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주목하는 글들이 많이 쏟아졌다. 관영통신 신화사 계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뉴탄친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하는 일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비상계엄의 배경이 부인 김 여사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바이두, 신랑망(시나닷컴) 등 중국 포털과 웨이보(중국판 엑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 SNS에서도 한국 관련 검색어가 최상위에 올라가는 등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중국인들은 비상계엄 및 해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한국의 정치 성숙도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후 펼쳐진 국회와 시민의 모습에 크게 놀라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가면서까지 국회로 진입해 신속하게 계엄 해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켜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았으니 놀랄 만도 하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들이닥친 상황에서 국회의원, 국회 직원들이 맨 몸으로 막아내는 모습에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인민민주주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톈안먼 사태나 홍콩의 우산혁명 등을 처리했던 과정만 봐도 중국이 얼마나 민주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혹자는 사드 사태 이후 여전히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민주화를 겪어온 과정을 다룬 내용이 많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계엄 사태 이후 일련의 상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친다는 점은 우려된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이 중국에 미칠 영향’이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 경우 한국이 중국에 유화적인 접근을 취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리는 만큼 그 어떤 예단도 할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와 일본의 리더십 변화가 맞물려 있고, 러북 밀착 속에서 중국의 유화 제스처가 나오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오직 국익을 위해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지켜낸 국민을 위한 길이다.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가장 실리콘밸리적인 스타트업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사내칼럼
2024.12.01 18:18:08
최근 실리콘밸리 한인 벤처캐피털(VC) 파트너에게서 흥미로운 투자 사례를 들었다. 투자 대상 회사가 자리한 곳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호주 시드니, 창업자는 영국 런던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국계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다. 회사를 알고 투자에 이르게 된 과정이 흥미로웠다. VC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서 회사를 처음 접했고 투자를 마무리한 지금까지 창업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스토리보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한 이 회사의 서비스 대상 지역은 190여 개국으로 사실상 글로벌 전역에 걸친다.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창업하지도, 채용하지도 않았으나 가장 실리콘밸리적인 성장 과정과 서비스로 VC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결국 투자까지 받아낸 경우다.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를 앞둔 또 다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근무 인력은 한국인 창업자와 투자자, 20대 초반 백인 여성 디자이너로 단출하다. 뉴욕에 사는 디자이너는 링크드인을 통해 채용했다. 창업자와 디자이너는 아직 만난 적도 없다고 한다. 업무는 원격으로, 회의는 줌으로만 이뤄진다. ‘한국인 아저씨’인 창업자는 회의 때마다 디자이너에게 “감각이 낡았다”며 혼나기 바쁘지만 젊은 뉴요커의 트렌디한 센스에 감탄만 나온다고 한다. 이 회사는 한국부터 서비스를 선보이지만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나이도, 인종도, 물리적 거리의 장벽도 무력화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지인이 “장강의 앞 물이 된 것 같다”며 들려준 한 스타트업의 얘기도 흥미롭다. 사업상 만난 디자인 에이전시가 동남아 화장품 광고를 수주해 중국 촬영팀과 유럽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결과물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회사의 대표는 한국인 20대 여성. 회사는 한국에 있으나 사업 영역은 전 세계를 아우른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테크 기업도 아니지만 글로벌 각지의 창의성을 한데 모아 결과물을 내놓는 사고의 유연성은 어떤 기업보다 실리콘밸리적이다. 과거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테크 기업과 VC·대학이 모여 기술 혁신을 이끄는 ‘물리적 공간’을 의미했다. 물론 빅테크에서 일하는 대규모 인력, 전설적인 투자 성공 사례를 써왔던 VC, 스탠퍼드대로 대표되는 고급 인력 교육은 실리콘밸리가 세계 기술 혁신의 메카로 위상을 굳건히 하는 원동력이다. 이제 혁신의 에너지는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면서 물리적 공간이 아닌 혁신을 향한 정신과 태도로 정의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이뤄낸 세계화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물리적 한계를 이미 뛰어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완전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있지만 조직 구성과 업무가 지역에 관계없이 유연하게 이뤄지는 일은 스타트업은 물론 빅테크에서도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인재를 실리콘밸리나 뉴욕처럼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오프라인으로 모셔오기보다는 원격 업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며 미국으로의 이직·창업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비자 걱정에 고심하는 한인 창업가와 엔지니어들이 많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굳이 현지 진출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무실과 법인 등기는 미국에 있으나 서비스는 국내용인 ‘무늬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보다는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이 없더라도, 실리콘밸리 인력을 채용하지 않더라도, 테크 기업이 아니더라도 사업의 정신과 방식에 혁신이 녹아 있다면 단연코 ‘실리콘밸리적인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기업은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주머니 속 송곳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실리콘밸리가 먼저 찾아간다.
김흥록 특파원의 뉴욕 포커스
트럼프의 비트코인, ‘펌프앤덤프’인가 ‘경제 전환점’인가[김흥록 특파원의 뉴욕포커스]
사내칼럼
2024.11.24 18:00:25
대한민국 정부의 ‘트럼프2.0 대응’ 시나리오에 통상·외교안보 등에 이어 한 가지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비트코인과 국가경제’ 챕터다. 2021년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올 7월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국가 전략 비트코인 보유액의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을 금이나 석유처럼 미국 정부의 준비금(reserve)으로 쌓겠다는 공약을 두고 당시엔 정치적 수사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립서비스가 아니었던 것 같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권인수팀은 백악관 가상자산위원회 설립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 위원회의 업무 중 하나가 바로 비트코인 보유액 구축 논의다.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상원 의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100일 내에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주정부도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주 펜실베이니아주 의회에는 주정부 예산의 최대 10%를 비트코인 비축에 쓴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트럼프가 노리는 정책 효과는 국가부채 감축이다. 정부 자산으로 쌓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현재 35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트럼프는 8월 인터뷰에서 “누가 알겠냐마는 아마 우리가 35조달러를 갚게 될 것”이라며 “채권자들에게 비트코인 수표를 끊어주고 35조 달러를 장부에서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미스 의원은 5년간 매년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해 2045년까지 미국 부채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부채 감축 효과를 놓고 논란은 적지 않다. 미국이 압류분 포함 총 120만 개의 비트코인으로 2045년에 국가 부채의 절반(약 17조 달러)을 감축하려면 비트코인 가격은 20년 뒤 개당 1417만 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이 정도 가격을 전망하는 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창립자(13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부채 감축 효과를 떠나 국가 재정을 비트코인에 맡긴다는 점에 대한 상하원 의원들의 거부감도 상당하다. 게다가 트럼프가 개인 가상자산 사업을 준비하는 정황이 나오면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트코인 비축 공약이 역대 최대의 ‘펌프앤덤프(Pump and Dump·가격을 띄운 뒤 일거 매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FT도 실현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트럼프가 개인적 사업 성공과 국가부채 감축이라는 두 토끼를 노리는 것일 수 있다. 부채 감축 효과가 미지수라도 미국이 디지털 금융 산업을 선도하는 효과는 있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비트코인 보유액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미국 정부가 선택한 자산을 자국 보유액에 넣어야 하는지를 두고 각국 정부의 후속 검토가 뒤따를 것이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결정의 순간을 맞닥뜨릴 것이다. 국민 여론을 고려해야 하고 글로벌 주요 자산에서 소외되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에도 대비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의 의도대로 미국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이 보인다면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반대로 여러 나라들이 비트코인 비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신뢰 부족이 미국 재정에 대한 신용 프리미엄을 높여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우리 통화정책과 환율, 기업 활동에 직결되는 문제다. 외국인 투자 증감,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비용 등 한국 경제의 여건을 바꿀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비트코인으로 정부 부채를 줄일 기미가 보이면 국민연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부족분을 해소하자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예측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의 비트코인 공약이 현실화할 확률을 30~40%대로 보고 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과제를 던졌다.
- 1. 코주부
- 코인, 주식, 부동산 투자 정보만 쏙쏙! 코주부와 성투해요.
- 2. 지구
- 나랑 상관 있는 친환경 뉴스. 매주 화·목요일에 만나요.
- 3. Daily Brief
- 매일 아침, 데일리브리프가 핵심 경제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 4. 연재기사
- 서울경제의 모든 연재기사를 메일함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5. 스타기자
- 서울경제의 스타기자를 구독하세요. 기사가 출고되면 이메일로 알려드려요.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