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부담에 미뤄지는 재정준칙 공개.. 29일 '깜짝발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0.09.27 14:34:22기획재정부가 이달 내 공개하기로 한 재정준칙 공개시기를 아직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앞서 언급한대로라면 늦어도 오는 29일에는 재정준칙을 발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재정준칙 발표에 부정적인 여당의 기류와, ‘고무줄 재정준칙’이라는 야당 및 전문가들의 비판 사이에서 고심중인 기재부가 연휴 시작 직전인 29일 오후께 ‘깜짝발표’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5일 공개한 ‘주간보도계획’에 재정준칙 발표 일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왜 포함되지 않았냐는 질의에 “재정준칙 발표 시기와 관련해 아직 논의가 진행중”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 기회재정위원회에서 “9월 말까지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금주 중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 또한 “이달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에 담길 내용 등과 관련해 정치권 및 전문가들이 쏟아낼 비판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중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월 “국회 예산 제출 시 재정준칙을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달 국회 기재위에서는 “저희도 엄청나게 고민을 하고 있으며 (재정준칙을 만드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며 시일을 늦추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재정이 최근 급속도록 나빠지면서 정부의 개정준칙 수립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들어 네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6.1%와 43.9%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감안하면, 관련 수치는 향후 몇년간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수입·지출·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더라도 몇년 내에 이를 뒤집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홍 부총리를 상대로 “지금 이 시기에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강화시켜서 경기 활성화 여건을 스스로 발목잡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반면 야권과 재정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재정확장 정책은 미래세대 부담을 늘리는데다 실효성이 부족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재정의존 심화’를 비판하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하되,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 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다”며 “재정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재정준칙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을 법안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에 담을 경우 전문가들의 비판이 한층 거셀 전망이다. 정부는 경제상황에 따라 국가채무비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단서·유보조항도 담을 예정이라 ‘고무줄 재정준칙’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재정준칙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40일간의 입법예고, 규제개혁·법제처 체계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내년께 국회를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실제 준칙 적용 시기는 2022년이 될 전망이며 현 정부 집권기간 동안은 재정 확장 정책을 막을 ‘브레이크’ 장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결국 기재부가 재정준칙에 어떤 내용을 담든 실효성 논란 등으로 정치권의 공세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추석 연휴 등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덜한 29일 오후 늦게 재정준칙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9일은 추석 귀성이 사실상 본격화되는 시간대다. 특히 이번 연휴는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5일간 이어진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고향방문 자제’ 움직임 등으로 각종 정치·경제 이슈에 대한 친인척간의 대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재부로서는 재정준칙 발표시 가장 정치적 부담이 덜한 시간이 29일 오후인 셈이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페이스북서 미 대선 논란 콘텐츠 사라지나
국제 정치·사회 2020.09.25 08:18:21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는 페이스북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독립적 위원회가 내달 출범한다. 페이스북의 감독위원회 공동의장 자말 그린은 24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10월 중·하순께 위원회가 사건에 대해 청취하기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위원회는 인권, 표현의 자유 분야의 독립적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조처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이용자는 이 감독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이 감독위원회에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 CNBC는 “감독위원회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콘텐츠를 삭제한다면 페이스북이 편향돼 있다는 혐의를 모면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이에 앞서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는 조처를 내놨다.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 특정 후보·선거 캠프가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경우 페이스북은 이런 게시물에 경고 표지를 붙이고 이를 클릭하면 개표 상황을 보여주는 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하기로 했다. 반대로 선거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에도 비슷한 경고 표지를 달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또 대선 결과가 공표되기 전 선거 승리를 주장하는 정치광고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파월 연준의장 “미국인들 집에서 쫓겨날수도…추가 재정지원 있어야”
국제 정치·사회 2020.09.25 08:05:08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 정부의 추가 가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 채무 불이행에 따른 퇴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파월 의장이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추가 재정 지원이 필요해질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받은 미국인들을 위한 정부의 소득 지원 덕분에 경기 회복이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진단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미 의회를 통과한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 패키지에 따라 각 가정에 지급된 지원금이 바닥나고 있다고 파월 의장은 우려했다. 그는 “그들이 결국엔 돈을 다 써버려 소득을 줄여야 하고, 어쩌면 소유한 집이나 빌린 집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것이 바로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의 하방 리스크”라며 “아직 이런 현상이 많이 목격되지는 않았지만 아주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기업대출 창구인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을 통한 추가 돈풀기를 예고했다. 그는 “연말까지 총 대출금이 최대 3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기업에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상원에 함께 출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향이 있다면 나도 초당적 입법을 위해 언제든 마주 앉을 것”이라며 “빨리 통과시키자”라고 언급, 추가 경기부양책 통과를 촉구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한국 재정안전화장치 OECD 평균의 80% 수준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0.09.23 08:24:02우리나라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 규모가 빠르게 늘어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80%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안정화장치는 누진 세제나 실업급여처럼 일정 조건이 되면 정부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재정 지출과 조세 수입이 변해 경기 변동성을 줄여주는 제도다. 23일 한국재정정보원 김명규 부연구위원의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와 경기조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 규모(일반정부·분할법 기준)는 2018년 0.423을 기록했다. 자동안정화장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갭(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이 1%포인트 증가했을 때 재정수지가 GDP 대비 자동으로 조절되는 정도를 뜻한다. 즉 자동안정화장치 규모가 0.4라면 GDP 갭 1 수준의 경제충격이 와도 0.4만큼 상쇄돼 실제 경제변동 폭은 0.6이 된다는 뜻이다. 1985년 당시 한국의 자동안정화장치 규모는 0.263으로 OECD 평균(0.509)의 51.8% 수준이었지만, 점차 늘어 2018년 0.423으로 OECD 평균(0.528)의 80.4%까지 따라잡았다. 전 기간(1985∼2018년) 평균으로 계산하면 0.323으로 OECD 평균(0.510)의 63.2%였다. 자동안정화장치 규모의 증가 속도도 빨랐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1.45%씩 증가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그리스(2.04%)를 제외하고 가장 빨랐다. 자동안정화장치 규모가 증가한 것은 2012년 이후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최고세율 과세표준 하향 조정, 최고세율 인상 등으로 소득세 누진도가 확대됐고 2014년 이후 법인세에 대한 자본소득 평균 유효세율이 상승 추세를 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다만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여전히 규모가 작은 것은 GDP 대비 재정 규모가 작고 조세 누진도가 낮기 때문이며, 자동안정화장치 구성항목 중 경기 변동에 민감한 수입·지출항목 구성비가 작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자동안정화장치 규모를 키워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려면 수입 측면에서 경기 대응성을 높이기 위해 조세의 누진도를 개선하고, 지출 측면에서 실업급여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차기 대법관은 낙태반대론자? 낙태, 미 대선 쟁점으로 급부상하나
국제 정치·사회 2020.09.22 11:13:12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낙태 문제가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를 계기로 미국 사회의 진보·보수가 첨예하게 맞선 낙태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가 낙태 반대론자인 만큼, 낙태 문제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차별이라는 초대형 현안에 묻혔던 낙태가 대선의 막판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 대법원이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이후에도 미국의 보수파는 낙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낙태 시술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를 법제화하는 방식으로 대법원의 결정에 도전했다. 지난해의 경우 남부와 중서부 주(州)에서 6개월간 58개의 낙태 규제법안이 도입됐다. 이 중에는 임신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다. 일부 임신부는 잉태 사실을 자각하기도 전에 낙태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수진영에서는 이 같은 낙태규제법이 언젠가 연방대법원에 올라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에서 5대 4로 근소하게 앞서있는 보수파가 6대3으로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는다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것이란 보수진영의 목표는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하려는 것도 보수적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배럿 판사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들 1명을 포함해 7명의 자녀를 둔 가톨릭 신자다. 임신 초기 태아가 다운증후군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낙태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럿 판사는 지난해 낙태 시술소 앞 시위를 금지하는 시카고시의 조례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낙태 반대론자들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에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배럿 판사와 같은 낙태 반대론자가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지명돼 낙태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거에서 낙태가 쟁점화되는 것은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낙태 반대론자들의 경우 다른 쟁점과 상관없이 낙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만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이유에서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재정준칙 조물딱" 野 질타에 홍남기 "심도 있게 검토"
경제·금융 정책 2020.09.22 06:00:10정부의 재정준칙 발표를 목전에 두고 국회에서 여야가 공방전을 펼쳤다. 여당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고, 야당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마련키로 한 재정준칙 발표가 늦어지는 점을 집중 비판했다. 정부는 조만간 당정 논의를 거쳐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공개한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서 심각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운을 뗀 뒤 “지금 이 시기에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강화시켜서 오히려 경기를 활성화 시켜 낼 수 있는 이런 여건들을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폭발력과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좀 천천히 가야 된다”고 질의했고,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국가들은 준칙을 도입할 때 일정 기간 적용을 유예하고 예고제 비슷하게 몇 년 후부터 적용한다 그러면서 연착륙 조치를 강구한 나라가 있었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 저희도 엄청나게 고민을 지금 많이 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채무라든가 수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준칙적인 길은 필요하겠다, 통로는 필요하겠다 해서 준칙을 만들려다 보니까 좀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8월에 발표하기로 했다가 늦어진 부분을 다그쳤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홍남기 부총리는 재정준칙을 8월 국회에 예산을 제출할 때 함께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제출하지 않았다”며 “홍 부총리는 마치 여당의 정치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류성걸 의원도 “표현이 적절하지 못하겠지만 조물딱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정치권의,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더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어 일정이 늦어진 점이 있다”며 “1차적으로 9월 말까지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그때그때 바꿀수 있는 재정준칙"…巨與 '입맛대로 예산' 불보듯
경제·금융 정책 2020.09.21 17:44:23바꿀 수 없는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선심성 돈 풀기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명분으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여당은 무분별한 확장재정을 요구하며 재정 편성에 깊숙이 개입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50%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가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70%로 높였고, 결국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100%로 처리돼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거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과정을 비롯해 번번이 기재부를 압박했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 건의 발언 논란까지 불거졌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에 따르면 조만간 당정 논의를 하고 재정준칙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큰 틀에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고 단서조항으로 코로나19 등 위기상황 관련 내용을 담되,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 등의 수치는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 92개국이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는 한국과 터키 정도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헌법에 명시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재부가 지난 2016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 국가채무 4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제화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폐기돼 실질적인 재정준칙은 없다. 다만 정부가 매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리목표를 담아왔고 올해는 오는 2024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5% 중반, 국가채무비율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후반 수준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야당에서 총 4건의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올린 상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재정준칙이 만들어지면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어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재부가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수치를 명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해 “8월 말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해외 준칙 제도를 전부 조사하면서 검토가 늦어졌고, 지금 마지막 단계”라며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경직적인 준칙으로 재정이 역할을 못 한다면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시행령에 수치 담는 건 준칙 아냐 현상태 재정적자 감당 못해” 지적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해 지출을 관리할 계획이다. 페이고 원칙은 수년 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쉽게 줄이기 힘든 의무지출을 새로 도입할 때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부분으로 인해 국회에서 머뭇거렸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페이고는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되도록 하는 제도여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준칙이다. 2016년 경직적으로 절대적 비율을 못 박았던 정부는 시행령으로 미루는 ‘꼼수’를 꺼내 들었다. 일단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놓고 나타날 국회 논란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제정, 공포하면 되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시행령에 수치를 담는다는 것은 준칙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재정준칙 카드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재정준칙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위기 시 적용 예외조항을 둘 계획이다. 경기침체 시 완화하고 코로나19 등의 재해가 있을 경우 면제하는 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준칙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적용까지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엄격하고 실효성 있는 준칙이 만들어져야 재정건전성 관련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안정화 노력이 없다면 현 상태로는 2022년 이후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을 우선 적용하고 차후 수지준칙과 채무준칙을 도입하는 식으로 단계적인 접근도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독일은 구조적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로 유지함으로써 부채 신규 발행을 억제하는 내용의 재정 운용 목표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법률로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무지출 증가 또는 세입 감소를 일으키는 신규 입법 시 반드시 이에 대응하는 재원 조달 방안이 함께 입법화되도록 의무화한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한다./세종=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
재정준칙 수치는 시행령에…'재정 방어벽' 스스로 허무나
경제·금융 정책 2020.09.21 16:53:58정부가 다음주 발표하는 재정준칙의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 등을 법안에 넣지 않고 시행령(대통령령)에 담기로 했다. 정부 스스로 유연성을 강조한 나머지 재정 건전성 지표를 명확하게 법안에 두지 않고 시행령에 넣어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의 확장재정 요구를 방어하는 장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준칙에 경기둔화 시 완화하거나 재해 등의 위기가 닥쳤을 때 면제하는 식의 예외조항을 넣기로 했다. 또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법안에 넣지 않고 시행령에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당정 핵심관계자는 “법률에 수치를 넣기에는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적자 등 재정지표에 일정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관리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수입·지출·재정수지·국가채무 등 네 분야로 나뉜다. 정부는 지출 규모를 통제하기 위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을 만들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명시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고 원칙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하지만 법안에 예외조항을 두고 적용 시점도 유예기간을 둬 다음 정권부터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안에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함에 따라 사실상 ‘준칙’의 의미는 사라지고 고무줄처럼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칫 유명무실해져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사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올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6.1%, 43.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
코로나 재정위기에…브루클린 미술관, 소장품 판매 결정
국제 정치·사회 2020.09.18 08:11:38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이 악화한 뉴욕의 미술관이 소장품을 경매에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루클린미술관이 다음 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소장하고 있던 작품 12점을 출품했다고 보도했다. 180만 달러(한화 약 21억원)의 예상 가격이 붙은 16세기 독일의 종교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루크레치아’를 비롯해 프랑스 화가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등 유럽 회화가 중심이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경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기존 소장품의 관리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미술관이 작품 구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소장품을 판매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미술관 운영비용 마련을 위해 소장품을 판매하는 것은 금기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미술관장협회(AAMD)도 운영비 마련을 위해 소장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입장료 수익이 끊긴 미술관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AAMD는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비 마련을 위한 소장품 판매를 용인키로 했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이 같은 조치 이후 미국의 주요 미술관 중 처음으로 운영비 마련을 위해 소장품을 판매키로 결정했다. 1895년 설립된 브루클린 미술관은 세계적인 미술관이 몰려있는 뉴욕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고, 16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가닥 잡힌 '등록금 반환법'…국가가 재정 지원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9.17 07:00:00여야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국가가 대학 등록금 환급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16일 합의했다. 교육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재난으로 인해 학교 시설 이용 및 실험·실습에 제한이 생기고 수업 시간이 감소하는 등 대학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학교가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대학 측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게 된다. 소속 대학에 따라 학생이 받을 수 있는 환급액에 편차가 나타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등록금 지원 방식과 재정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등록금 면제·감액 규모는 각 대학에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부령에 따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할 전문가 위원은 학교와 학생을 대표하는 측이 합의를 통해 선임해야 한다. 이로써 등록금 환급 규모에 대한 학생 측 입장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반영될 여지가 생긴다. 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요청한 관련 자료를 요청받은 날부터 7일 이내로 제출해야 한다. 나아가 학교 경영자 및 설립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추가됐다. 이날 의결된 ‘등록금 반환법’은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번 더 심사를 거친 뒤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시행은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세부적인 체계 자구는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오늘 논의한 내용 거의 그대로 본회의까지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며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재정전문가의 고언 "국가채무증가속도 너무 빨라, 재정여력 회복 노력 시작하라"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0.09.17 06:00:2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과감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지출 증가율 8.5%로 555조원 규모의 2021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나랏빚이 2년 뒤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됨에 따라 효율적인 예산편성과, 위기 이후의 재정관리 등 재정정책이 중요해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재정특위 위원),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 등 재정전문가 3인(가나다순)에게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고언을 들었다. /편집자주 ●참석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나다순) -4차 추경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염 교수=추경은 숨이 넘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업종 실업자 등 소득이 급감한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 핀셋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옳겠지만, 지금은 4차 추경 전액을 당장 생계위협을 받는 계층 지원에 써야 합니다. △홍 교수=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인해 매출 감소, 고용 불안, 일자리 상실 등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직종과 계층을 일차적인 지원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7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한 것은 재정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적자 비율을 6%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김 교수=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위험의 가중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방안이라고 판단합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접 피해를 입는 분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제공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까 △김 교수=지원 대상의 폭을 넓게 잡는 바람에 지원 수준이 너무 낮아진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통신료 지원이 대표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대목이고, 청년 50만원 지급도 현재의 경제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홍 교수=만 13세 이상 통신료 2만원 지원은 무슨 목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결정했는지 이해되지 않기에 원점에서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염 교수=청년, 초등학생 학부모, 전 국민 대상 통신료 감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비 측면의 무차별 지원은 지양해야 합니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쟁이 제기됐습니다. 1차 때와 같은 전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현재 우리나라 재정상태가 전 국민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말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취약계층이 크게 늘어납니다. 재원을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홍 교수=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과 보편 논쟁은 기본소득 문제와 맞물려 있는 데다, ‘정도’와 ‘정책’보다는 ‘여론’과 ‘정치’에 민감한 정치인과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계기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기본소득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2차 추경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이 채택된 것은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적 한계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중위소득 이하 계층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라는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면 정책 실효성은 물론, 사회적 배려와 연대의 증진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 차원에서도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염 교수=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 재정확대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급하니까 무조건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재정을 살포해서는 안됩니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명한 지출(wise spending)’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되돌려 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합니다. △홍 교수=정부의 재정운용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내년까지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확장 재정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재정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 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관련한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에 재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디지털과 녹색을 결합한 SOC 사업(물 관련 치수 및 이수, 전력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은 산업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정부가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뉴딜 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단기간에 사업들이 기획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단순 재정투입 위주로 정책을 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보존과 연결되는 공공성으로 인해 정부개입이 필요하고, 그나마 재정투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분야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미래 시장과 이익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원이 낭비될 위험이 높아 비효율적입니다. 재정보다는 제도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더 중요한 정부 역할입니다. △홍 교수=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디지털 분야는 민간이 훨씬 잘 할 수 있고 이미 세계적인 테크(tech)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섣불리 재정을 특정 부문에 사용할 경우 민간 투자를 포함해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녹색 분야는 많은 시장실패가 존재합니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및 에너지효율 제고 정책,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하천·해안 인프라 구축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재정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재량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집행 관리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홍 교수=재정지출 구조조정 노력은 바람직합니다. 신규 도로건설 사업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SOC는 노후시설에 대한 재투자 관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특히 부처 간 고질적인 칸막이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사업들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또 부처 간 협업을 극대화함으로써 사업효과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부처 간 협업 성과 모니터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 소비쿠폰 예산이 늘었습니다. 승수효과 등 실효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소비쿠폰으로 소비가 과도하게 침체될 위험을 줄이는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위기 발생 시 소비의 총량이 줄어드는데, 쿠폰제도는 줄어드는 소비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가 자신의 돈이 아닌 정부재원으로 지출하는 것 뿐입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한 GDP확대로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염 교수=‘좋은 부채(착한 빚)’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 이론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재정승수가 1보다 커야 하는데 실제로는 구축효과 등으로 인해 1보다 작게 나옵니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복지지출은 승수효과가 0.16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빚을 내서 정부지출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빚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홍 교수=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성장률 하락으로 추가 세입경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정부가 제시한 43.9%보다 늘어난 44.5%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최고 속도의 확장 재정정책을 사용한 정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문제는 2021년입니다. 경기활성화와 경제회복의 물꼬를 터야 2022년 재정운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3.9%까지 상승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빚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빠른 점이 우려됩니다. △염 교수=확장재정의 팽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대 벽을 뛰어넘으면서 10%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었던 때에도 과도하게 재정을 확대했습니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은 이전에는 잘 살았지만 포퓰리즘식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지금은 극심한 재정파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위기를 맞았을 때 재정이 제대로 된 방파제와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튼튼하고 건실하게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건전한 재정 덕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 교수=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재정정책 운용의 원칙은 경제 펀더멘탈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 하에서 재정여력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추경과 내년 지출증가세는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유지가 위기국면에서 정책의 제약요인이지 목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채무 증가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안정화를 통해 크게 소진된 재정여력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채무관리 목표 수준을 고려한다면, 관리재정적자의 장기적인 균형수준은 3%입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재정적자를 이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적자 3%를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적정수준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정부가 수립한 재정운용계획에서도 5년 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저금리에 의존해, 누적되는 국가채무의 잠재적 심각성을 무시한다면 안이한 재정운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염 교수=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거기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습니다. 재정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더 이상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출개혁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은 가급적 줄이고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는 지출로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합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10%와 비교해 절대적인 수치가 양호하긴 합니다만, 국가채무비율 증가 추세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김 교수=현재 다른 OECD 국가들도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등을 직면하고 있기에, 우리나라만 재정악화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중기재정운용계획 상의 예상 비율(2024년 58%)을 넘어서게 되는 시점에서는 우리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증가 속도라는 판단으로 인해 국가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염 교수=올해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부채가 늘었다는 점에서 46%가 넘었다고 바로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기대응을 위한 부채 증가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면 신용등급 강등 사유가 됩니다. 우리가 OECD 평균에 비해서 채무비율이 절대적으로 양호하니 안심해도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OECD 평균에는 미국, 일본, 영국, 유로존 국가 들과 같은 기축통화국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지간히 국가부채가 높아도 자국 통화력을 이용해 버틸 수 있습니다. △홍 교수=팬데믹이 초래한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 증가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정부가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절대적 수치가 양호하다는 식의 안이한 방어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채무비율 증가 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입니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경직성 이전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앞으로 재정지출은 일정 수준 확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세출에 맞춰 세입확대 부분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증세가 필요합니까. △홍 교수=현재보다 복지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세수 탄력성에 따라 조세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중부담/중복지라는 표현은 잘못됐습니다. 중복지/중부담이 맞는 말입니다. 먼저 복지수준과 범위에 대한 국민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얼마나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합니다. △염 교수=재정지출 증대로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증세가 원칙입니다. 다만 증세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이 방법을 피하고 증세를 하더라도 소수층인 고소득층이나 투표권이 없는 기업 등에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부자증세’도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해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을 한다면 가장 먼저 소득세를 개편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다음이 재산세라고 봅니다. △김 교수=우리는 현재 사실상 6% 재정적자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복지확대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6% 적자는 유지 가능하지 않기에, 세입확충은 필연적입니다. 위기의 파급효과로 당분간 세수 증가세가 위기이전 상태로 회복되기는 힘들어, 정부 재정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개인소득세 부담의 정상화가 우선 시급하고, 투기 대응용으로 전락한 부동산 보유세의 세원을 넓히는 합리화, 필요하면 최종적으로는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염 교수=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묘방이 없습니다. 정공법으로 가야지요. 정공법이란 더 많이 받으려면 더 많이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미래의 피부양자인 현 세대가 자신이 받을 연금을 더 많이 마련해놓아야 합니다. △김 교수=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2057년)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어, 현재의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저출산 현상 심화로 적립금 소진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30.35%)은 현재 요율의 3.4배로 비현실적 수준으로 급등합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혼란과 시간 낭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는 먼저 연금제도 개편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적인 절충안이 아닌 개혁적인 개편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에 솔직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봅니다. 실효성 있는 채무준칙이나 수지준칙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으며, 결국 일반적 수준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순차적, 단계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으로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미 OECD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권 임기 동안 지출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재정준칙을 운용한다면 보다 책임 있게 재정운용을 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고, 추후 수지준칙이나 채무준칙을 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유연한 재정준칙으로 모범적이거나 성공한 다른 나라 사례는 사실 아직 없습니다. 엄격한 준칙도 실제 운영해보면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코로나19 위기로 재정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부터는 구체적이고 법제화된 경성 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 재정적자를 3%로 축소하는 것이 재정 관리의 관건인데, 정치의 재정개입이 일상화된 현재 유연한 준칙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재량지출을 명목성장율 이하로 제한하는 ’지출준칙‘과 재정적자를 3% 이내로 통제하는 ’수지 준칙‘이 채무비율의 상한을 명시하는 ’채무준칙‘보다 바람직합니다. 채무비율 상한선은 단기적 시계 하의 목표로 설정돼야 재정통제력이 생깁니다. 너무 먼 시기의 목표를 잡아 놓으면 구속력이 없습니다. △염 교수=재정지출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합니다. OECD국가에서 가장 많이 도입된 재정준칙은 예산(재정)수지준칙과 부채준칙입니다. 가장 강한 준칙은 국가채무비율 혹은 연간 부채 증가액(규모)을 확정해 놓는 것이고 그보다 조금 신축적인 것은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증가율을 일정 범위 안에 두는 것입니다. 준칙 자체는 강한 수준으로 정하고 다만 상황 및 여건 변화에 따라서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단서·유보조항을 조건별로 명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떤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시겠습니까. △김 교수=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제시한 내년 지출증가율은 수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시기의 재정정책도 엄연히 재정유지 가능성이라는 중장기적 제약 하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정부가 재정안정화 드라이브(Drive)를 통해 6%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반드시 3%로 줄여야 합니다. △염 교수=나랏빚 늘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그것을 제어하기가 좀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됩니다./정리=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
OECD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 구조조정 방해"...경기회복기 구조개혁 필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0.09.16 19:29:1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제 회복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근로자와 기업의 지원에 구조개혁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올 들어 네 차례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 및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재정집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한 달 만에 0.2%포인트 낮춘 -1.0%로 전망했다. OECD는 16일 공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임금 보조금이나 단기 일자리 프로그램은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위기 이후 바람직한 구조조정 및 적응을 방해할 수 있다”며 “특히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 유연성이나 일자리 이동 등을 제한하는 장벽을 낮추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는 일자리 재분배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내년에 일자리 창출에 8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 중 103만개의 공공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예산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의 확장 일변도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되레 낮아졌다. OECD는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1.0%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수치이지만 지난달 내놓은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와 비교하면 0.2%포인트 하락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 또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7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상했지만 관련 보고서가 코로나19 재확산 이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석 달 새 크게 높아졌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석 달 전 전망치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4.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2.6%→1.8%), 미국(-7.3%→-3.8%), 유로존(-9.1%→-7.9%) 등의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됐다. 일본은 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 전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5.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측은 이번 OECD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 G20 국가 중 2위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우리나라의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은 3.1%로 유로존(5.1%), 미국(4.0%), 중국(8.0%) 등과 차이가 크다. 일본(1.5%)보다는 예상성장률이 높지만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년 새 7.3%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4.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 한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주요국 대비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멕시코(3.0%), 호주(2.5%), 일본(1.4%), 남아프리카공화국(1.4%) 등에 이어 뒤에서 5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양철민·황정원·하정연기자 chopin@@sedaily.com -
이재정 경기교육감 "조두순 경계 당연하지만 더 따뜻한 사회됐으면"
사회 전국 2020.09.16 18:47:39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6일 오는 12월 출소하는 조두순(68)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우려에 대해 “한 시민으로 돌아오는 조두순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그보다는 더 따듯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날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조두순 출소에 따른 학생 안전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초등학생 납치·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오는 12월 만기 출소할 예정이다. 그가 출소 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아내의 집에서 지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조두순은 법률에 떠러 (교도소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그가) 어디에서 사는지 자유도 헌법에 보장됐다”며 “강제로 막아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육감은 “조두순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 엄격하게 형벌을 가하는 것이고, 별도로 또 형벌을 줘야 한다면 그것도 법에 의해 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학부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교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는 조치도 경찰, 교육부 등과 협의하며 열심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
경제사령탑마저...'재정 만능주의' 가세하나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0.09.16 17:53:31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을 전대미문의 시기라고 정의하고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 경제부총리는 지난 3월 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홍 부총리가) 이렇게 소극적이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확장재정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랬던 홍 부총리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자 ‘나라 곳간’을 책임진 경제사령탑마저 ‘재정 만능주의’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16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확장재정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묻자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내년까지는 확정재정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차 추경까지 정부의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1%”라며 “4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3.4% 규모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5.8%로 우리나라가 중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재정 투입 요소를 줄이면서도 가장 선방하고 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금융지원까지 합친 금액으로 보면 227조원을 기준으로는 한국이 13%라서 G20 중에서는 상위권에 위치한다”고 재정지출 규모를 설명했다. 59년 만에 4차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가 지난해보다 106조원 이상 급증한 상황에서 재정지출 규모가 결국 상위권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홍 부총리도 이를 인식하고 재정수지를 -6% 이내로 관리할 수 있도록 중기 대응 계획을 세우겠다는 목표지만 ‘재정 중독’ 경고음에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여당의원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질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젊은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 요건 문제로 특별 공급을 못 받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또 1가구 1주택의 경우 LTV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맞벌이 부부 특별공급은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청약기준을 개선하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LTV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지역별 LTV 규제로 일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은 우선 시장의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딜펀드와 관련해서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원금보장에 대해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뉴딜 프로젝트의 특성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뉴딜 펀드 자체가 원금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성장지원펀드·성장사다리펀드의 절반이 투자처를 못 찾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뉴딜 펀드로 인해 과잉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성장지원펀드 등은 사용처가 제한된 부분이 있었다며 뉴딜 펀드와 사용처가 중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송종호·박진용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정치권 지나친 개입으로 혼란…재정지출에 '선택과 집중' 필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0.09.16 17:43:5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과감한 재정 투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555조원 규모의 2021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나랏빚이 2년 뒤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인 만큼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위기 이후의 재정관리 등 재정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전 재정특위 위원),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 등 재정 전문가 3인(가나다순)에게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고언을 들었다. /편집자주 ■참석자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나다순) 효과 거의 없는 ‘통신료 감면’ 같은 무차별적 지원은 지양 ‘전국민 재난금’ 재정여력 없어…취약계층 핀셋지원 우선 단순 국비투입 ‘한국판 뉴딜’도 한계…제도개편 등이 중요 -4차 추경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염명배 교수=추경은 숨이 넘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약업종 실업자 등 소득이 급감한 계층을 대상으로 집중적 핀셋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라면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옳겠지만 지금은 4차 추경 전액을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계층 지원에 써야 합니다. △홍종호 교수=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매출 감소, 고용불안, 일자리 상실 등 경제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직종과 계층을 일차적인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7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한 것은 재정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6%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의지로 보입니다. △김우철 교수=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과 위험의 가중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방안이라고 판단합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직접 피해를 입는 분들에게 실질적 지원이 제공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까 △염 교수=청년, 초등학생 학부모, 전 국민 대상 통신료 감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비 측면의 무차별 지원은 지양해야 합니다. △김 교수=지원 대상의 폭을 넓게 잡는 바람에 지원 수준이 너무 낮아진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통신료 지원이 대표적으로 시정돼야 할 대목이고 청년 50만원 지급도 현재의 경제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주는 것이 적절합니다. △홍 교수=만 13세 이상 통신료 2만원 지원은 무슨 목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결정했는지 이해되지 않기에 원점에서의 재고가 필요합니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쟁이 제기됐습니다. 1차 때와 같은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교수=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태가 전 국민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말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취약계층이 크게 늘어납니다. 재원을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홍 교수=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과 보편 논쟁은 기본소득 문제와 맞물려 있는데다 ‘정도’와 ‘정책’보다는 ‘여론’과 ‘정치’에 민감한 정치인과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계기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기본소득의 이념을 실현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을 경계합니다. 2차 추경 때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이 채택된 것은 향후 재정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경제적 한계 상황에 노출될 수 있는 중위소득 이하 계층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라는 원칙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면 정책 실효성은 물론 사회적 배려와 연대의 증진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 차원에서도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홍 교수=정부의 재정운용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내년까지는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확장재정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재정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올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관련한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에 재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디지털과 녹색을 결합한 SOC 사업(물 관련 치수 및 이수, 전력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은 산업 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염 교수=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 재정확대가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급하니까 무조건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재정을 살포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명한 지출(wise spending)’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되돌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합니다.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국비 114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교수=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단기간에 사업들이 기획되면서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단순 재정투입 위주로 정책을 짰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 보존과 연결되는 공공성으로 인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고, 그나마 재정투입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민간 기업들이 미래 시장과 이익을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원이 낭비될 위험이 높아 비효율적입니다. 재정보다는 제도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일이 더 중요한 정부의 역할입니다. △홍 교수=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디지털 분야는 민간이 훨씬 잘할 수 있고 이미 세계적인 테크(tech)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섣불리 재정을 특정 부문에 사용할 경우 민간 투자를 포함해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녹색 분야는 많은 시장 실패가 존재합니다.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효율 제고 정책,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하천·해안 인프라 구축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주도적 역할과 재정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한 GDP 확대로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성장률 하락으로 추가 세입경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정부가 제시한 43.9%보다 늘어난 44.5%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최고 속도의 확장재정정책을 사용한 정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문제는 2021년입니다. 경기 활성화와 경제 회복의 물꼬를 터야 2022년 재정운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염 교수=‘좋은 부채(착한 빚)’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이 이론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재정승수가 1보다 커야 하는데 실제로는 구축 효과 등으로 1보다 작게 나옵니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복지지출은 승수 효과가 0.16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빚을 내 정부 지출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빚을 갚을 만한 충분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구체·법제화된 재정준칙 도입…6% 재정적자, 3%로 줄여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0%에서 올해 43.9%까지 상승합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빚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빠른 점이 우려됩니다. △염 교수=확장재정의 팽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대 벽을 뛰어넘으면서 10%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아니었던 때에도 과도하게 재정을 확대했습니다. 위기를 맞았을 때 재정이 제대로 된 방파제와 버팀목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튼튼하고 건실하게 구축해놓아야 합니다. 지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건전한 재정 덕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 교수=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재정정책 운용의 원칙은 경제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현실적 제약하에서 재정 여력을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추경과 내년 지출 증가세는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유지가 위기 국면에서 정책의 제약요인이지 목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채무 증가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적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 안정화를 통해 크게 소진된 재정 여력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채무관리 목표 수준을 고려한다면 관리재정 적자의 장기적인 균형 수준은 3%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재정적자를 이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3%를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적정 수준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정부가 수립한 재정운용계획에서도 5년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입니다. 저금리에 의존해, 누적되는 국가채무의 잠재적 심각성을 무시한다면 안이한 재정운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염 교수=우리는 GDP의 60% 수준인 유럽의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근거로 거기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통일비용 10%포인트+연금 부담 10%포인트)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40%를 적정 채무비율로 지켜왔습니다. 재정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안에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비율이 50%를 넘어가면 더 이상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출개혁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은 가급적 줄이고 경제성장에 효과가 있는 지출로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합니다. 채무증가 속도 너무 빨라, 소진된 재정여력 회복 필요 복지수준 높이려면 세금 얼마나 걷을지부터 합의해야 나랏빚 고삐 풀리면 제어 쉽잖아…미래세대 전가 불보듯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경직성 이전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앞으로 재정지출은 일정 수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늘어나는 세출에 맞춰 세입 확대 부분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증세가 필요합니까. △염 교수=재정지출 증대로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증세가 원칙입니다. 다만 증세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가급적 이 방법을 피하고 증세를 하더라도 소수층인 고소득층이나 투표권이 없는 기업 등에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부자 증세’도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해 모든 사람이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을 한다면 가장 먼저 소득세를 개편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다음이 재산세라고 봅니다. △홍 교수=현재보다 복지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세수 탄력성에 따라 조세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 수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중부담·중복지라는 표현은 잘못됐습니다. 중복지·중부담이 맞는 말입니다. 먼저 복지 수준과 범위에 대한 국민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얼마나 세금을 걷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합니다. △김 교수=우리는 현재 사실상 6% 재정적자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복지 확대와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크게, 그리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6% 적자는 유지 가능하지 않기에 세입확충은 필연적입니다. 위기의 파급 효과로 당분간 세수 증가세가 위기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는 힘들어 정부 재정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개인소득세 부담의 정상화가 우선 시급하고 투기 대응용으로 전락한 부동산 보유세의 세원을 넓히는 합리화, 필요하면 최종적으로는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금과 기금 고갈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김 교수=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적립금이 소진(2057년)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어 현재의 연금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적립금 소진 이후 부과 방식으로 전환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30.35%)은 현재 요율의 3.4배로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급등합니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혼란과 시간 낭비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는 먼저 연금 제도 개편에서 추구하는 목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적인 절충안이 아닌 개혁적인 개편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홍 교수=재정건전성 우려에 따른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에 솔직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봅니다. 실효성 있는 채무준칙이나 수지준칙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으며 결국 일반적 수준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순차적·단계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으로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권 임기 동안 지출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재정준칙을 운용한다면 보다 책임 있게 재정운용을 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고 추후 수지준칙이나 채무준칙을 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유연한 재정준칙으로 모범적이거나 성공한 다른 나라의 사례는 사실 아직 없습니다. 엄격한 준칙도 실제 운영해보면 성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코로나19 위기로 재정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지금부터는 구체적이고 법제화된 경성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적자를 3%로 축소하는 것이 재정관리의 관건인데 정치의 재정개입이 일상화된 현재 유연한 준칙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재량지출을 명목성장률 이하로 제한하는 ‘지출준칙’과 재정적자를 3% 이내로 통제하는 ‘수지준칙’이 채무비율의 상한을 명시하는 ‘채무준칙’보다 바람직합니다. 채무비율 상한선은 단기적 시계하의 목표로 설정돼야 재정통제력이 생깁니다. 너무 먼 시기의 목표를 잡아놓으면 구속력이 없습니다. △염 교수=재정지출의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합니다. OECD 국가에서 가장 많이 도입된 재정준칙은 예산(재정)수지준칙과 부채준칙입니다. 가장 강한 준칙은 국가채무비율 혹은 연간 부채증가액(규모)을 확정해놓는 것이고 그보다 조금 신축적인 것은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증가율을 일정 범위 안에 두는 것입니다. 준칙 자체는 강한 수준으로 정하고 다만 상황 및 여건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단서·유보조항을 조건별로 명시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떤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시겠습니까. △김 교수=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제시한 내년 지출 증가율은 수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 시기의 재정정책도 엄연히 재정 유지 가능성이라는 중장기적 제약하에서 운영돼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에는 정부가 재정 안정화 드라이브(drive)를 통해 6%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반드시 3%로 줄여야 합니다. △염 교수=나랏빚 늘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고삐가 풀리면 그것을 제어하기가 좀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그 빚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됩니다./정리=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