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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

G2무역전쟁 거세 글로벌경제 먹구름

주력산업 쇠퇴 속 신성장동력은 안보여

동맹국과 북핵 해결 놓고 갈등도 커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가치 확고히 해

'경제활력' 되살리고 '안보' 튼튼히 해야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날이 밝았다. 땅의 기운을 뜻하는 ‘기(己)’와 돼지를 나타내는 ‘해(亥)’가 합쳐졌으니 올해는 황금돼지의 해다. 예로부터 돼지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새해를 맞은 국민들은 저마다 희망과 번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황금돼지의 기운이 각 가정에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해를 맞아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있지만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보호무역주의와 통화긴축, 금융·안보 불안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둔화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일본 등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떠받쳐온 나라들의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주력산업의 쇠퇴 속에 투자와 소비가 뒷걸음질치면서 일자리 절벽이 심해지고 있다. 꽉 막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체질개선이나 신성장동력 확충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더 답답한 것은 정부의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년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검증도 되지 않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경제에 충격을 줬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화 등은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일자리 말살을 초래했다. 청년들은 물론 중장년층도 일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제 정부 앞에는 실패한 정책의 출구전략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잘못을 거울삼아 경제주체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면 사정이 나아질 여지가 있겠지만 과거 정책을 고집하면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보환경은 더 어렵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국제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주요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은 이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할 말은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제시한 ‘중국몽(中國夢)’에는 이 같은 포부가 들어 있다. 중국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경제력과 군사력 모두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았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꿔놓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거쳐 중동·지중해에 이르는 해상 실크로드 개척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에서는 일본~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연결되는 해상방어선 밖으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국이 일본·인도·호주와 함께 추진하는 ‘인도태평양전략’과의 충돌을 가져온다.

미중 간 격돌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다. 한반도는 팽창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힘이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는 곳이다. 한반도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미중 간의 전력 균형추가 기울어질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북한 핵·미사일 도발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배경에는 이 같은 미중의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등 우리 동맹국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있다. 북핵 해결 방법론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미국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면서 파열음이 더 커지고 있다.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의 대응이 매우 중요해졌다. 새해 우리에게는 경제의 활력을 키우는 동시에 안보도 튼튼히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정체성은 한 나라가 존속하는 데 필요한 기본요소이자 가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우리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기본노선으로 제시돼 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이 체제는 이후 공산주의를 압도하는 우수성을 입증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바탕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한국전쟁에서 공산주의의 침략에 맞서 피를 흘린 것도,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한 것도 시대의 가치인 자유와 민주·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서 정체성을 훼손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수정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삭제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시장을 무시한 정부만능주의 정책이 기승을 부리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은 일자리 절벽을 불러왔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편과 상법 개정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 협력이익 공유제라는 포퓰리즘 정책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반도체를 이어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고 갈 신성장동력 확충도 지지부진하다. 물론 시장경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시장 중심의 성장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야지, 국가의 기본가치를 버리고 엉뚱한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자유는 부를 낳는 원천이다. 자유가 넘쳐야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창의도 꽃피울 수 있다.

자유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보는 우리 혼자 힘만으로는 지키기 어렵다. 다른 강대국과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데 동맹은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유지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자유의 가치를 버리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미국과의 동맹은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의 안보도 지키기가 어렵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경제도 안보도 비상상황인 이때 과거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우리나라는 벼랑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 해법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살아 꿈틀대는 나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안보도 튼튼해진다. 이것이 다산과 풍요의 해인 기해년을 맞은 국민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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