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중국인을 구하려다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실종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14일 해양경찰이 공개한 순찰 드론 영상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54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중국 국적 70대 남성 A씨를 처음 만났다. 발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A씨를 업으려다 실패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씌워주고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A씨의 발에 끼운 뒤 손을 잡고 육지 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전 3시 2분께 허리 높이까지 차 있던 물은 순식간에 턱밑까지 차올랐다. 거센 물살에 이 경사는 끝내 A씨의 손을 놓치고 멀어졌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3시 27분께 촬영됐다. 양손에 무전기와 손전등을 움켜쥔 채 버티는 모습이었지만 이후로는 더 이상 기록이 남지 않았다.
이 경사가 바다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나 인천해양경찰서 상황실은 오전 3시 30분께에야 실종 보고를 받고 중부해경청에 항공기 투입을 요청하고 함정과 구조대 등을 현장에 보냈다.
이 경사는 A씨를 만나기 전인 2시 43분 “물이 차오르고 있어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파출소 당직 팀장에게 알렸으나 조치는 없었다. 이어 2시 56분에도 “요구조자가 발을 다쳐 거동이 어렵다. 구명조끼를 벗어드려 이탈시키겠다. 물은 허리 정도까지 차고 있다”고 보고했지만,추가 인력은 파견되지 않았다.
이 경사는 결국 바다에서 실종됐다가 오전 9시 41분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해경 훈령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2명 이상 탑승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당시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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