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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뉴딜과 기업 때리기의 기막힌 디커플링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시행 땐

檢도 가격담합, 입찰 자체수사 가능

뉴딜 외치지만 기업경영 위축 불가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파란색 넥타이를 맨 신사들이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당정협의회 자리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이 포함된 한국판 뉴딜, 이른바 ‘문재인 뉴딜’은 한국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뉴딜’을 극찬했다. 뉴딜에 대한 이런저런 비판도 있지만 그것까지 좋다. 그렇지만 제21대 국회 개원 벽두부터 전광석화처럼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보면 이런 찬사가 공허하게 들린다. 공감은커녕 좌우에서 동시 펀치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빠질 것 같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뉴딜이 세계 표준이라면 공정거래법과 상법도 세계 표준이 돼야 하지 않겠나. 갈라파고스 규제로 점철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을 분석해보면 세상에 이런 엇박자(디커플링)도 없다. 기업을 때리면서 여당 국회의원과 정부 공무원끼리만 뉴딜하겠다는 건가. 국내로 유턴하려던 기업들도 놀라 다 도망가겠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계열사 간의 거래를 통한 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대해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현재 ‘30% 이상’에서 ‘20% 이상’인 회사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48개 기업집단 소속 376개사가 새로 규제를 받게 돼 현재 기준으로 할 때보다 숫자가 72% 늘어난다.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일가의 지분을 처분해 20% 미만으로 낮추면 된다. 그 경우 지분율이 적어져 경영권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대기업 그룹을 해체해 펀드들의 먹잇감이 되게 만드는 기막힌 방법이다.

지분을 일거에 매도하면 증권시장에 충격을 준다.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려면 계열사 간의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계열사의 장점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상승이다. 이런 저비용·고효율을 버리고 고비용·저효율을 채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꼭 탈원전한다면서 국토를 망가뜨리고 쓰레기 산을 만들며 중국의 배를 불리는 것과 하나 다르지 않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가격담합·입찰담합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도 언제든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저승사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



상법 개정안에서도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선임, 소수주주권 강화 등 하나같이 이론도 논리도 없이 기업을 규제하면서 최소한의 방어권마저 빼앗는다는 내용이다. 자회사에 주주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엄연히 살아있는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하게 하는 괴이한 소송제도를 명문으로 인정한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감사위원도 이사인데 이사를 선임하는 데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또 어디 있나.

좋은 면도 없지는 않다. 상법 개정안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에는 감사(위원)선임에서만큼은 출석의결권의 과반수로 가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전자투표를 활성화한다는 방향은 좋다. 감사(위원)를 뽑지 못한 상장기업 수도 지난 2018년 56건, 2019년 149건, 2020년 315건이었는데 이 부분의 애로점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전히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은 한계다. 지금 한국의 주주총회는 관객 없는 연극이 된 지 오래인데 이 좋은 아이디어를 감사선임 의안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의안에 적용하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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