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여성을 200여 번 이상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이 휴가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13일 경기 분당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20대 남성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붙잡힌 건 날카로운 눈썰미를 발동한 경찰에 의해서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기동순찰대 소속 김학민 경사는 이달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상가건물 내 생활용품점에서 휴무를 맞아 아내와 쇼핑하다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휴대전화를 든 A 씨가 물건을 고르는 척 서성거리던 중 여성 주변에서만 쪼그려 앉아 하단에 진열된 물건을 만지작대던 것이다. 은근슬쩍 휴대전화 카메라를 여성의 신체 방향으로 돌리거나 주변 눈치를 살피는 등 수상한 점이 여럿 포착됐다.
김 경사는 이달 6~8월 순찰활동의 일환으로 카메라 이용 범죄 예방 활동을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이 때문에 A 씨의 행동은 불법촬영 용의자의 행태와 유사하게 읽혔다. 김 경사는 15분 간 A 씨의 행동을 지켜보다 아내를 가게 밖으로 내보냈다. 용의자의 난동을 우려한 까닭이다.
이후 김 경사는 매장 직원의 협조를 구한 뒤 A 씨가 홀로 있던 틈을 타 직원과 함께 도주로를 막고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했다.
처음에 A 씨는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저항했지만, 김 경사와 매장 직원이 불법 행위를 목격했고 매장 내 다수의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포착됐다는 말에 임의 동행에 응했다.
조사 결과 A 씨의 휴대전화 안에는 불법 촬영물로 보이는 여성의 신체 사진이 3000여 장이나 저장돼 있었다. 매장 안에서 3시간 넘게 머무른 A 씨는 연행 당일 200여 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고 있다. 다행히 촬영물이 유포된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사는 “기동순찰 대원 모두 여름 내내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한 단속 활동을 하느라 애를 많이 썼는데, 그 노하우가 용의자 검거에 도움이 됐다”며 “추가 피해 확산을 막아 다행이고 경찰 본분을 다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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