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영상] "범죄자처럼 손발에 수갑…변기 바로 옆에서 밥 먹고 잠도 자"

[美구금 근로자들이 밝힌 당시 상황]

"8일 동안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중범죄자 취급에 지옥같은 경험"

비행기 도착 직후 가족들에 연락

"고생했다" 서로 어깨 토닥이기도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미국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12일 가족과 동료들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상주차장에서 가족 이름이 적힌 팻말 등을 든 채 귀국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유진 기자


“딸, 아빠 한국 도착했어.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12일 오후 3시 23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구금됐다 풀려난 우리나라 국민들이 탑승하고 있는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 등 한국인 316명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의료진의 인솔에 따라 하나둘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들은 입국 장소 앞에 서 있는 정부 관계자들을 보자 감격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일부 직원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도착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 도착한 것을 실감이라도 한 듯 서로 ‘고생했다’며 어깨를 토닥이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이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게 도착해서 다행입니다”라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가족들과의 상봉이 이뤄진 장기주차장은 그야말로 울음바다였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한 팀 한 팀 내릴 때마다 귀국자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가족들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사랑하는 여보 고생 많았어’라는 머리띠를 하고 꽃다발을 손에 쥔 한 여성은 남편의 모습이 보이자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에 사고가 났다 해서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귀국자들은 구금 생활이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한국에 도착한 LG에너지솔루션 하청 업체 직원 60대 A 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문도 모른 채 미국 이민 당국에 끌려갔다. 구금 시설은 열악했고 8일간 옷도 갈아입지 못해 정말이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라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다”고 했다. 다른 근로자 60대 B 씨는 “처음에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불안감과 두려움이 찾아왔다”며 “영사관과 업체 관계자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줘 생각보다 빨리 구금이 풀려 다행이다. 다시 한국 땅을 밟는 순간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게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B-1 비자로 출장을 갔다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0대 엔지니어 조영희 씨는 “2인 1실을 쓰며 공개된 장소에서 숙식과 용변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미국 이민국 직원들도 처음에는 우리를 중범죄자 취급했다. 그러다 우리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분위기가 나아졌다”고 말했다. LG CNS 협력 업체 직원 김 모(33) 씨는 “추웠다. 온도를 올려달라고 했는데도 일부러 떨어뜨리는 건지 싶은 정도였다”며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두 자녀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을 데리러 온 40대 여성 C 씨는 “족쇄를 채우고 연행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울먹였다.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나 전세기로 귀국한 한국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해 지상주차장에서 가족들과 상봉하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이들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억류 8일 만이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총인원은 한국인 317명,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국적자 14명 등 총 331명이며 이 가운데 미국 잔류를 택한 한국인 1명을 제외한 330명이 귀국했다.

돌아오는 여정도 만만찮았다. 11일 오전 2시 18분께(현지 시각)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 시설에서 풀려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등은 기업 측이 마련한 버스 8대에 나눠 탑승하고 6시간에 걸쳐 430㎞ 떨어진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임산부를 포함해 스튜어트 구금 시설에 있던 여성 근로자들도 석방돼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부터 화물 청사에 대기 중이던 대한항공 전세기 앞에 도착한 한국인들은 별도의 신원 확인과 탑승권 교부 등 출국 절차를 마쳤다. 이후 미국 측과 조율한 대로 수갑 등 구속 장치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전세기에는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으로 간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등도 함께 탑승했다. 정부·기업 관계자 및 의료진 등 21명도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루 전에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막판 귀국 일정이 늦춰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사태가 마무리된 것이다.

기업들은 귀국자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기 운항 비용 10억 원을 포함해 설비 협력사 희망자 전원에게 운전기사를 포함한 개별 차량을 제공하는 등 공항 이동 및 자택 복귀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또한 귀국한 직원들에게 추석 연휴 전까지 특별 휴가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귀국한 직원들은 이날부터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9일까지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직원들을 상대로 건강검진과 1대1 맞춤형 케어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해외 국적 보유자의 경우 숙소 및 자국 복귀 항공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