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예방 필요하지만…외부서 '문제기업' 낙인"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6:03대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신체적인 건강검진만큼 임직원들의 정신건강에 공을 들이면서 임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업무효율에만 치중한 채 임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생활로 인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완화와 자살 예방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자살 예방 활동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까지 보여 국가적 자살 예방 활동에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마음건강센터 서비스를 시작해 4명의 전문 요원이 임직원들의 심리상담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임직원과 그 가족으로 서울 상일동 본사 내에 4개의 개인상담실을 마련해 언제든지 상담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상의 심리검사를 통한 자기이해 증진과 명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부서장이 원할 경우 부서 상담도 실시한다. 부서 상담을 통해 부서원 간 소통 활성화를 꾀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부서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에 사업장이 많은 만큼 전문 상담사가 해외 현장에 연 10회 이상 찾아가는 현장방문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이 많아 가족과 상당 기간 떨어져 생활하면서 외로움 등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상담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의 마음건강을 챙긴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역시 2013년부터 마음건강센터를 가동해 2명의 전문 상담사가 임직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외부상담센터와 연계해 임직원들은 무료로 상담을 받고 본사가 계약을 맺은 외부 상담센터에 결제하는 식으로 촘촘하게 정신건강을 챙긴다. 임직원 가족도 무료로 외부 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상담자의 인적사항과 상담내용도 회사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들은 임직원의 정신건강 등에 공을 들이면서도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특히 자살 예방 교육에 대해서는 터부시한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일부 기업의 경우 전화 문의를 통해 센터가 기업 임직원들에게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 센터가 직접 강사를 보내 실제 교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지속적인 교육 등으로 모범사례라고 평가돼 상을 주고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하면 ‘이럴 거면 다시는 교육하러 오지 말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자신들의 임직원을 자살 예방 강사로 육성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싶지만 이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강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 부센터장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산업 관련 협회 측에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바로 거절당했다”며 “외부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 기업 문화에 문제가 있거나 해당 기업에 문제가 있어 자살자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딸뻘한테 무슨 상담을 받아"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5:59우리나라 자살 사망자를 연령별·성별로 구분했을 때 1위(2017년 기준)는 50대 남자로 2,002명, 2위는 40대 남자로 1,692명, 3위는 60대 남자로 1,262명이다. 이들 세 집단을 합하면 4,956명으로 지난 2017년 전체 자살 사망자 1만2,463명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장년 남성들이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은 청소년들과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며 “중장년 남성을 상대로 한 자살 예방 활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들이 센터를 찾지 않는 것은 우선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담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교적인 가부장제도 한몫한다. 센터의 상담요원들은 20~3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다. 이들을 상대로 4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죽고 싶을 만큼 심각한 삶의 고단함’을 상담하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센터가 이들 중장년 남성들의 고민을 해소해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40~50대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고통받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 자살예방센터의 상담 시스템은 심리상담 중심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상담이 들어올 경우 서민금융기관으로 연결해준다”고 하지만 단순 연결로 그의 자살 고민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죽고 싶은 이유가 심리·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고통, 인간관계의 어려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자살예방상담 역시 심리상담, 정신건강적인 측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정신과 전문의, 금융 전문가, 사업 전문가, 구직 전문가, 인간관계 전문가들로 다학제적인 팀을 구성해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1대1로 맡아 문제 해결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래야 40~50대 중장년 남성들도 자살 예방 상담체계 내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유가족 치료 역시 심리상담만으로는 극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이 과도한 빚으로 자살했다면 남은 가족을 상대로 심리상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빚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직 등 돈벌이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상담사 2명이 밤샘근무…"업무 벅차요"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5:55근무환경이 나은 것으로 손꼽히는 서울자살예방센터. 지난 1일 자정 즈음에 서울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 상담전화(02-1577-0199)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통화에 실패했다. 다음날인 2일 오후4시께 시도한 경기도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 상담전화(031-1577-0199)와의 통화도 실패했다. 자살을 생각하며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인 ‘(지역번호)1577-0199’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담사들이 근무태만으로 전화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2명의 근무자가 서로 다른 자살 시도자와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또 다른 상담전화에 응할 수 없던 것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한 관계자는 “전체 27명이 근무하지만 상담 업무에만 10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2명은 오전9시부터 12시간 근무, 또 다른 2명은 오후9시에 출근해 12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쉬는 구조”라며 “이틀만 상담 업무를 담당하게 해도 8명이 필요한 상황에서 휴일 근무까지 끼면 10명으로 상담 업무를 담당하기에도 벅차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자살예방 상담전화인 1393을 오히려 확대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되는 1577-0199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1577-0199는 정신건강상담 전화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사태, 지진 등 모든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자살 예방 업무에 치중하는 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아울러 112 등과 같은 법적인 특수번호가 아니라 위치추적도 불가능하고 긴급 상황일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업무를 마쳐야 한다. 반면 1393은 전화 상담자의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김상용기자 -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자살예방 예산 文정부 218억까지 늘렸지만…日 7,508억 비해 턱없이 부족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5:51지난 2017년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지역은 충청남도로 인구 10만명당 2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어 전라북도(자살률 23.7명)와 충청북도(23.2명)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3개의 도는 여전히 광역자살예방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전국에 24개의 기초자살예방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충남은 천안시 자살예방센터 1곳만 가동 중이고 전북도 남원시자살예방센터 1곳, 충북은 단 한 개의 시 단위 자살예방센터도 갖추고 있지 않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18자살예방백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 예방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부진한 자살 예방 사업으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십수년간 불명예스러운 1위를 달리다 최근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의 OECD 가입으로 2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3위와는 큰 차이가 나는 2위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 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며 자살률 낮추기에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살 예방 예산은 2017년 99억원, 2018년 166억원, 2019년 218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규모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의 자살 예방 예산은 2012년 1,868억원에서 2017년 7,508억원으로 늘었다. 일본은 과감히 예산을 투입, 집중적으로 자살 예방 사업을 펼친 결과 최근 5년간 30% 이상의 자살률 감소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자살 문제에 대해 단순히 정신보건의 관점을 넘어 과도한 빚, 실직 등 사회적 배경과 대처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자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자살 예방 예산은 너무 적은 수준이다. 2016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의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6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양두석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는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30명이 넘고 자살 시도자만도 700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돈만 쏟아붓고 아무런 효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최소 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 정부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200억원대에서 자살 예방 예산이 멈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목적을 위한 정부예산 투입에 있어 성과를 보려면 일정 수준의 임계점을 넘는 예산 투입이 있어야 한다”며 “현 자살 예방 예산은 이 임계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자살 예방 예산과 비교해도 중앙정부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은 자살예방센터 설치에 대해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지방 자살예방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 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예산 매칭 비율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경기도 자살예방센터 예산이 99억8,700만원에 달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중 6억7,000만원을 지원하고 경기도가 45억여원, 시군이 48억여원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역시 서울자살예방센터 운영 예산으로 19억원을 책정하고 25개 자치구에 1억원꼴로 지원할 예정이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위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경우 국비와 시도비가 1대1로 예산이 매칭되도록 법에 규정된 것과 비교하면 법 자체에서도 자살 예방 예산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이에 따라 원혜영 의원 등은 이달 6일 지방 자살예방센터를 시도에 각각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예산을 보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원영 중앙대 예방의학 교수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은 주로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관리사업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현재 사업 내용으로는 자살률을 줄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3년마다 근로계약 새로 써…자살예방 장기관리 어려워요"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5:48자살 예방은 장기전이다. 자살 유가족, 자살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제발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을 하지 말라”며 “시간이 한참 흘러 마음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턱’하고 가슴이 막히고 눈물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자살 예방 활동의 최일선은 각 자치구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는 상담 실무자들, 또 자살·자해 시도자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병원 응급센터의 상담요원들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 A씨는 지난해 서울시의 한 구청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다가 결국은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구청이 자살 예방 업무를 위탁 체계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연봉이 줄었기 때문이다. 구청 직영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직영 체계에서는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비정규직이고 시간선택제로 인해 업무시간이 오후5시까지로 줄어든 까닭이다. A씨는 “연차가 높은 사람일 경우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연봉이 500만~600만원 줄어든다”며 “구청 정신건강센터 일을 그만두고 위탁 체계인 서울시의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직영으로 바뀌며 고용조건 더 나빠져=각 구청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구청이 직영으로 자살 예방 업무를 진행할 경우 이들은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된다. 전문요원 자격증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더욱이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최하위 공무원 임금 테이블로 바뀌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의 경우 위탁(병원)에서 직영(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절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임기가 최장 5년에 국한된다. 결국 5년 일한 후 일손을 놓고 실업자 형태로 몇 개월 쉰 후 다시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으로 신청해 일해야만 한다. 임금도 기존에 근무한 5년의 근무기간은 인정되지 않고 최하위 호봉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격증은 물론이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구조다.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송파구가 업무를 직영 체계로 전환하면서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20개 구가 위탁 체계에서 직영 체계로 전환했다. 상담 실무자들은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구청의 책임 추궁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A씨는 “구청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자살 상담을 한 사람이 실제 자살할 경우 고인과 통화한 직원은 최근 1~2주 동안 어떤 상담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며 책임 추궁을 당한다”며 “특히 자살자가 발생한 뒤 경찰에서 상담사에게 전화해 ‘당신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경찰서에 나와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정말 손이 떨린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상담 실무자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게 되므로 이들을 상대로 한 별도의 정신건강 서비스와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탁도 고용불안은 마찬가지. 3년마다 바뀌어=위탁 형태도 문제는 많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 예방 시스템의 거버넌스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예를 들어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서울시가 위탁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면 위탁기관에서 다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지원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위탁기관은 계속 바뀌고 있다. 처음 용인정신병원에서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으로 바뀌었고 이달부터는 위탁운영자가 다시 명지병원으로 바뀐다.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에 있는 위탁형 자살예방센터 역시 모두 동일하다. 위탁운영자가 바뀔 때마다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직원들의 느낌은 다르다. 새로운 위탁운영자와 근로계약을 새로 맺어야 한다. 고용주가 3년마다 바뀌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위탁 형태의 자살예방센터 직원들 역시 스트레스가 심하다. 위탁의 경우 기관장의 근무형태도 문제다. 대부분 정신과 전문의사가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주 1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센터장이 상근으로 근무해야 하지만 최근 위탁운영자가 된 명지병원의 경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비상근으로 임명했다. 서울시 조례를 어긴 셈이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자살시도자 밀착보호 필요한데…병원선 "병상없다" 입원 거부
사회 사회일반 2019.03.11 17:55:45많은 경우 자살 사망자들은 단 한 번의 자살 시도로 사망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 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자살 사망자 남녀 비율은 남 7 대 여 3 정도 되지만 자살 시도로 병원을 찾는 비율은 남 4.5 대 여 5.5의 비율로 여성이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들의 자살 사망률은 지난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700명으로 일반 인구 28.1명에 비해 무려 25배 높다. 2013년 당시 김용익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의 50%가 자살 시도 후 6개월 이내에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돌봄이 자살 예방의 핵심 중 하나여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돌봄은 쉽지 않다. 먼저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자살예방센터인 ‘미국자살예방기금(AFSP·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은 2017년 미국의 자살 사망자가 4만7,173명, 자살 시도자는 14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살 사망자 수 대비 약 30배 수준의 자살 시도자가 있는 셈이다. 2017년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463명으로 미국 계산방식대로라면 연간 37만3,000명의 자살 시도자가 있는 셈이다. ◇관리 안 되는 자살 시도자=우리나라 자살률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1년 인구 10만명당 31.7명까지 올랐던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에 따르면 자살·자해 시도자 수는 2011년 2만1,237명에서 2017년 2만8,278명으로 늘었다. 이 통계에는 자살 시도뿐 아니라 자해 시도까지 포함돼 있다.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증가 원인에 대해 “NEDIS에 가입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급 의료기관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NEDIS에 가입하는 기관 수는 2012년 139개에서 2016년 151개로 늘었다. 그러나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시도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살 사망률 감소에 따라 자살 위험이 실제 줄어들었는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관리도 촘촘하지 못하다. 현재 정부는 전국 52개 응급의료기관에 각 2명씩의 ‘자살 시도자 상담사’를 배치, 상담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국에 운영 중인 응급의료기관은 402개로 이 중 13%인 52곳에만 전문 상담사가 있다. 자살 시도자가 전문 상담사가 없는 응급실로 가면 상담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못 받는 셈이다. 실제 2017년 NEDIS 통계에 잡힌 자살·자해 시도자 수는 2만8,278명이지만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서 파악하고 있는 자살 시도자 수는 1만2,264명으로 약 43%에 그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응급실에서 상담을 받은 자살 시도자가 사후관리에 동의한 경우는 2017년 기준 6,675명에 불과해 NEDIS 통계에 잡힌 자살·자해 시도자 수 2만8,278명 대비 23.6%에 그치는 상황이다.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율이 그렇게 높고 정부 공식 통계에 자살 시도자로 포착됐음에도 4명 중 3명은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셈이다. ◇“병상없어요!” 응급입원 거부도=자살 시도자를 발견하고 구조했을 경우 긴급 관리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율이 높기 때문에 단기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인 밀착 관찰이나 정서적·심리적 집중 지원 등의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자살 시도자에 대해서는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경찰의 동의를 받아 72시간 동안 정신과 병동에 강제 입원시키는 ‘응급입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입원시키고 싶어도 병원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자기 병원에 들어왔다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살할까 봐 꺼리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병상이 없다거나 다른 기저질병이 있어 정신과 병동에서는 못 고친다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응급입원 병·의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용도 문제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처음에는 상황이 급해서 응급입원을 시키면 나중에 비용 문제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시도로 응급입원을 할 경우 국가에서 병원비는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자살유가족 지원은] 우울증 7배·자살위험 8배 높은데…140만원 심리 치료뿐
사회 사회일반 2019.03.06 17:36:25우리나라의 지난해 자살 사망자 규모는 1만2,463명, 지난 10년간 누적 자살 사망자 수는 14만1,233명에 달한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자 1명당 평균 5~10명의 유가족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자살 유가족들은 자살자 한 사람당 7명만 계산해도 98만8,631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자살 시도자 수만도 13만2,401명에 달해 역시 시도자 한 명당 7명의 가족(92만6,807명)을 감안할 경우 전체 191만명에 달할 정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은 7배, 자살 위험은 8.3배 이상 높다. 자살 시도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20배다. 사회의 돌봄이나 정부의 자살 예방 대책이 이들에게 집중돼야 할 이유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다. 먼저 유가족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와 심리검사비·심리상담비 등을 합해 1인당 총 140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를 지원받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자녀 학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경제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올 상반기 6개월 한시적으로 시범운영되고 있다. 가장의 죽음으로 인해 가정 소득이 일정 기준을 밑돌 경우 119만4,900원(4인 가족 기준)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을 포함한 재산이 대도시의 경우 1억8,800만원, 중소도시 1억1,800만원을 웃돌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최대 6개월만 긴급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대도시·중소도시를 불문하고 조그만 집 한 채라도 있으면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러한 긴급 경제지원조차 6개월 시범운영 중이어서 이 기간이 끝나면 이조차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에 개정된 ‘자살예방법(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안에도 유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내용은 빠져 있다. 오직 각 시도에 설치된 자살예방센터의 업무 중 하나로 유가족 지원이라는 서비스 항목만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유가족 모임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어디서도 나눌 수 없는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은 한 달에 한두 차례 모이는데다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도 회당 불과 10여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들만의 모임인 자조 모임 그룹은 31개로 하나의 자조 모임에 매월 10여명의 유가족이 참여한다면 300여명 수준이다. 결국 100만명에 육박하는 자살 유가족 중 극소수만이 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상황이다. 그 외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킨 채 고인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홀로 다스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하는 유가족 모임인 자작나무회에 참석하는 전복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나와서 유가족이 어떤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누군가가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유가족에게 손을 내민다면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바로 유가족 모임이 치유의 사실상 전부이자 마지막”이라고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함께 치유하는 美 유가족] 파란셔츠 입은 25만명, 손잡고 걸으며 상처 보듬어
사회 사회일반 2019.03.06 17:35:55지난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1,700여명의 자살 유가족들이 파란색 셔츠를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각각의 티셔츠에는 ‘올리버를 위해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을 거야’라는 문구에서부터 ‘아빠를 위해’ ‘엄마를 위해’ ‘제프를 위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셔츠에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을 위해’라고 쓰여 있었다. 이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자살예방센터인 ‘미국자살예방기금 (AFSP·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이 마련한 자살 유가족들을 위한 행사 참여를 위해 모여든 것이다. 이들은 행사가 시작되자 자살로 잃은 가족을 추모하거나 유가족들인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고 자살에 대한 편견을 벗겨 내기 위해 밤새도록 필라델피아 전역 16.7마일을 걸었다. 다음날 오전5시에 출발점으로 돌아온 이들은 처음 보는 유가족들을 서로 포옹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 행사는 2004년에 시작된 뒤 매년 열리며 참가자 규모는 첫해에 4,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전국 350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려 25만명으로 늘어났다. AFSP의 한 관계자는 “유가족 걷기대회 성격인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유가족들로 이들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며 “매년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는 자살 유가족들은 다른 참가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고인을 드러내놓고 추모할 수 있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자살 유가족들이 모여 만든 AFSP가 유가족이 겪은 고통의 경험을 살려 새로이 발생하는 유가족에게 치유의 기회를 마련하는 등 자살 유가족의 사회 참여는 두드러진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자살 유가족들은 남몰래 아픔을 감추며 외부와 스스로 격리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장진원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자살로 가족을 잃으면 어떤 분들은 하루 만에 장례를 마치거나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장례를 치르지 않는 유가족도 있다”면서 “특히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말할 정도로 자살을 감추고 숨기에 급급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자살유가족,중산층서 빈곤층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어머니들 "파출부·식당일 전전…성희롱까지"
사회 사회일반 2019.03.06 17:35:48가장의 죽음은 곧바로 가정의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 아버지의 책임을 이어받은 ‘어머니’는 생활비와 아이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생활 전선에 나서지만 혹독한 시련만을 겪으며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서울 송파에 위치한 한 냉면집에 하루 일하러 갔다”며 “내 사정을 뻔히 아는 냉면집 사장이 한 달 정도 일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으면서 일단 한 달 정도 일하면 월급도 주고 뽀뽀도 해준다고 농을 건넸다. 그 순간만큼은 웃어넘겼지만 걸어서 집까지 오면서 한참을 울었다”고 경력단절을 겪은 가장 어머니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유가족인 김향금씨 역시 “사회경험이 부족한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이 파출부와 식당 일, 김치 담그는 일 등이 전부”라며 “강남의 오래된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은곡마을에 파출부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으슥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일당으로 받은 7만5,000원을 잃어버릴까 봐 손에 꼭 쥐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해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고 가장으로 나선 어머니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처럼 가장의 역할을 떠안은 ‘어머니’들은 큰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도 정부의 혜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자격증 등을 공부해 국가계약직으로 근무해도 월급이 낮아 생활형편은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자니 소득이 기준치를 살짝 넘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유가족인 B씨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다 보니 저축은커녕 생활형편도 나아지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권해서 알아보니 기준치를 살짝 넘어서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남편과 사별한 후 수입이 3분의1로 줄었지만 가정의 터전인 집을 팔지 않고 버티다 보니 집 가진 게 오히려 기초수급 대상자 선정에 방해가 된다”며 “더 높은 수입을 얻기 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여자 나이 40세 중반을 넘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다만 B씨는 “기초수급 대상자 등 저소득층 복지 울타리에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못 빠져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를 악물고 산다”면서도 “하지만 악착같이 살아도 여자 벌이로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미래를 꿈꾸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상용기자 -
자살유가족 권리장전…"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사회 사회일반 2019.03.06 17:35:37‘나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다.’ ‘나는 자살로 인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나는 자살로 인해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국내 최대 자살 유가족 인터넷 카페인 다음 카페 미.고.사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자살사별자들의 모임)에서 지난해 만든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의 한 대목이다. 미.고.사 운영진 강명수씨는 “자살 유가족들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권리장전을 통해 우리도 행복할 권리,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권리장전을 통해 먼저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를 강조했다. 또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깊이 슬퍼할 권리가 있음’도 밝혔다. 이들은 특히 ‘자살로 인해 판단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했다. 가해자로 보며 죄인시 하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행복하고 즐거울 권리’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권리’ ‘나 자신으로 존재할 권리’를 통해 행복하고 희망을 가지고 나 자신으로 새 출발할 수 있는 권리도 강조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자살유가족,중산층서 빈곤층으로] 남편 떠나자 날아든 고지서…슬픔보다 더 큰 생계 걱정
사회 사회일반 2019.03.06 17:35:33“너무 놀라서 슬퍼할 겨를도 없었는데…. 장례를 치르고 나니 현실이라는 커다란 벽이 저를 잡아 세우더군요. 아이들도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해지고요.”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미망인 C씨. 남편을 떠나보낸 뒤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관리비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30평 아파트의 관리비가 26만원 남짓 나온 것을 보고 남편의 수입 없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곧바로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니 남편의 직장 보험에서 지역 의료보험으로 옮겨져 19만4,800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를 듣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남겨준 5억원 규모의 아파트 한 채와 5년 된 2,000㏄ 자동차 등으로 산정된 보험료다. C씨는 “건강보험료라도 아끼기 위해 자동차와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할지가 가장 첫 번째로 겪은 고민이었다”며 “하지만 남편이 남겨준 집인데 이 집을 팔고 나면 두 번 다시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아파트 매매를 보류했다”고 전했다. 가장의 죽음으로 남겨진 미망인들은 생활비와 의료보험료라는 경제적 부담, 남편 부재로 인한 정신적 고통, 자녀 교육 등으로 3중고, 4중고를 겪고 있다. 전남지역의 미망인 D씨는 “남편 없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경력단절여성으로서는 벌이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남은 재산을 빼서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로 써야 하는데 먹고살기 위해 아들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특성화고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만약 도움을 주고 싶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자살 유가족들이 앞으로 정부 도움이 아니라 세금을 내고 살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의료보험비 20만원이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수입이 줄어든 유가족들에게 1년 또는 2년이라도 한시적으로 의료보험비만이라도 면제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나”라면서 “우리같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세금 내는 국민으로 남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더 가난해지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세금만 축내는 국민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일정 소득 수준 아래로 내려간 자살 유가족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하지만 문턱이 높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2017년 4050男 자살 3,694명…삶에 사표 내는 아빠들
사회 사회일반 2019.03.04 17:44:52‘K는 크지 않은 공공기관의 1급 실장이었다. 입사 후 초고속승진에 최고 연봉 기록도 갖고 있었다. 위아래 인간관계도 좋았다. 문제는 정부의 초대형 용역사업이었다. 평소 이 공공기관은 수억원 규모의 정부 용역사업을 수행하곤 했다. 하지만 정부 감독부처에서 이 기관에 1,000억원대 용역사업을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성공한다면 기관이 몇 단계는 점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관장은 이 사업을 K에게 맡겼다. K 역시 의욕적으로 사업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인력도, 기술도 무리였다. 자칫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다가는 기관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경영진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위험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추진’을 밀어붙였다. 아무리 얘기해도 사업진행을 강요했다. 사내에서 역시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추진단장인 K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도저히 이 같은 상황을 견딜 수 없어 K는 사표를 냈다. 하지만 회사는 사표를 반려했다. 얼마후 다시 사표를 냈지만 또다시 돌아왔다. 수차례 사표까지 반려되자 그는 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다른 길이 없다고 느꼈다. 얼마 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업무상 자살’ 산재인정 사례). 40~50대 중년남성들의 자살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자살예방운동 단체인 라이프호프의 조성돈 대표(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보통 자살 하면 10대 청소년의 경우를 많이 걱정하지만 40~50대 남성 자살자 수는 이들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연령별 성별 자살자 수 통계를 보면 50대 남자가 2,00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40대 남자로 1,692명, 이어 60대 남자 1,262명, 30대 남자 1,226명 순이다. 10대 남성 자살자 수는 163명이다. 보통 자살자 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연령별로 2~3.5배 정도 많다. 40~50대 남성 자살자 3,694명 중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1,755명, 사별 66명, 이혼 924명으로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74.5%를 차지한다. 김인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보통 자살을 생각하는 근로자들은 완벽주의적이고 업무성과가 좋고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말했다. 조성돈 대표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가장이라는 점에서 주변에 미치는 충격이 더욱 크다”며 “돈 못 버는 가장도 가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중장년 남성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선임기자 김상용기자 miracle@@sedaily.com -
[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업무상 재해 인정 늘었지만…'정신 이상' 기준 모호
사회 사회일반 2019.03.04 17:44:07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인정받을 수 있다. 단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자살의 산재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인정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7건이었던 자살자의 산재신청건수는 2017년 77건, 2018년(9월까지) 64건으로 늘었다. 신청에 대한 승인율은 2014년 29.8%에서 2017년 57.1%, 2018년 82.8%로 대폭 올랐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국감에 나와 “자살의 산재승인율이 최근 들어 대폭 올라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사회적 인식은 물론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법원 모두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성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돼 있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고의적 자해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지만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36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다음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의 경우, 둘째,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의 경우, 셋째,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다. 여기서 셋째, 정신적 이상 상태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정상인식능력·행위선택능력·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정신장애에 이른 경우’로 엄격히 판단했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이상 상태로 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대법원은 은행 지점장의 실적압박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사건의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하며 정신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상인식능력·행위선택능력·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른 경우’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지 않아도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세 악화, 이로 인한 자살과의 인과관계가 보이면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자살사건의 산재인정 범위가 그만큼 확대된 셈이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사업 불안정한 자영업자는 더 심각
사회 사회일반 2019.03.04 17:38:5840~50대 임금근로자들의 자살률도 높지만 자영업자들은 더 심각하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논문(‘일자리의 성격과 삶의 질:중·고령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자살’, 2018년)에 따르면 40~50대 남성 자영업자들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59.7명으로 40~50대 남성 임금근로자 자살률 27.2명보다 2.2배 높았다. 이 교수는 2003~2013년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저소득층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소득 하위 20%, 남성 40~50대 집단에서 자영업자 자살률은 113명으로 같은 조건의 임금근로자 자살률 42명에 비해 거의 3배 수준으로 높았다. 이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훨씬 긴 경우가 많고 사업 불안정성도 크다”며 “자영업자 자살률과 폐업률이 상당히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의 삶의 질이 빠르게 나빠졌고 특히 40~50대 저소득 남성 자영업자의 삶의 질 저하가 가장 두드러졌다”며 “불평등, 분배, 삶의 질 개선방법을 논의함에 있어 중년 및 고령의 자영업자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자기개발·성공서적만 보고 자란 세대…위기관리는 못 배웠다
사회 사회일반 2019.03.04 17:36:09“40~50대 중년 남성은 돈·승진·성공이 최고인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관계도 돈으로 맺어졌고 책도 자기개발서·성공서적을 주로 봤습니다. 집에서도 가장은 ‘돈 버는 기계’였습니다. 따라서 무한경쟁에서 미끄러지면 삶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의 방법만 추구했을 뿐, 잘 안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안 배웠습니다. 위기를 넘기는 법도 안 배우고, 삶의 의미도 못 찾게 됐을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자살예방운동 단체 라이프호프의 조성돈 대표) ‘남자는 자존심으로 산다. 대개 남자의 자존심은 가진 파워에 비례한다. 돈이나 권력·명예가 높을수록 자존심이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중년에 이르면 이 모든 것을 제공하던 일터에서 떠나야 한다. 일터를 나오면 사회적 지위도, 권력도 사라진다. 남자는 자존심으로 사는데 자존심을 유지해주던 파워소스가 사라져버린다. (중략) 집에 가도 왕따가 되는 것 같다. 아내도 자식도 그저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 취급하는 것 같아 분하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자기들끼리 얘기하다가도 중단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서적으로 홈리스 상태다(김용태 한국심리치료상담학회장의 책 ‘중년의 배신’에서).’ ◇자살의 핵심은 ‘고립감’=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중앙심리부검센터장)는 “자살의 핵심은 고립”이라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려도 실제로는 고립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들은 수다 네크워크가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수다로 푼다. 그러면서 고립감을 벗어나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 남자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푼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 많다. 전 교수는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가 자살률도 높다”고 말한다. 김형선 부천대 교수, 박민정 군산대 교수는 2015년 ‘한국 베이비붐 세대 남성의 자살 생각과 영향요인’ 논문에서 “최근 한국 사회의 중년 남성은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조기퇴직, 실직, 부도, 가정해체,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는 초조감·불안감·우울감 등의 형태로 나타나서 정신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남성의 우울증은 40대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고 50대 남성의 12.6%가 우울증을 경험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며 “특히 중년 남성은 심한 우울증 상태에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병적인 상황을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으며 직장과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감을 요구받는 반면 가족으로부터의 스트레스 완충기능은 축소돼 자살 생각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부장제가 고립감 키워=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는 “가부장제가 중년 남성들의 고립감을 키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힘들어도 내색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고립감을 키운다는 얘기다.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괜히 집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 가족들이 불안해하고 흔들릴까 봐 못한다”는 반응들도 많다. 40·50세대 중년 남성들이 힘들 때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정신과 상담은 더 꺼린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정신상담 기록이 자신의 승진을 발목 잡는 요인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정신보건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 상담은 기록이 남지 않지만 여기도 쉽지 않다. 이곳의 상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에게 40·50세대 중년 남성들이 마음을 풀어놓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40·50 남성 세대가 자살예방이 가장 어려운 세대라고 말한다. 조 대표는 “한 중년 남성이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가톨릭의 고해성사가 부럽다는 얘기를 했다”며 “풍선이 터지기 전에 바람을 빼면 되듯이 중년 남성들도 터지기 전에 이런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안의식·김상용기자 miracle@@sedaily.com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