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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식 변화 조짐" 중소기업에 반전 기회 오나

5년 이어진 키코 소송… 대법원 확정판결 앞두고 18일 공개변론<br>설명 위반·불공정 여부 쟁점<br>1·2심 대부분 은행 이겼지만 최근 기업 유리한 판결 잇따라<br>최종심선 누가 웃을지 관심

사상 최초로 대법원 공개변론이 TV로 생중계된 지난 3월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외이송약취 사건에 대한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키코(KIKO) 사건을 민사소송으로는 첫 공개변론 대상으로 정하고 오는 18일 TV 생중계할 예정이다. /서울경제DB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2008년 11월 첫 소송이 시작된 이후 4년 7개월여를 끌어 온 기업과 은행간의 다툼이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오는 18일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그 동안 1, 2심에서 부각된 쟁점들을 치밀하게 살펴 늦어도 오는 10월에는 최종 판결을 내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5년 가까이 이어진 기업과 은행간의 소송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키코 소송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키코 계약이 기업 측에 불공정했는지 여부다. 키코는 미리 정한 약정 환율에 맞춰 기업이 외화를 은행에 되팔 수 있도록 하는 통화옵션계약이다. 환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환차손을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높아지면 기업은 큰 손해를 본다. 환율이 범위 상단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은행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자 특히 수출 중기(中企)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때문에 기업 측은 환율 상승 시 은행이 얻는 이익이 무한대에 가까우므로 키코 계약이 민법상 '현저하게 불리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키코는 결국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풋옵션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은행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구조인데 두 옵션의 가치에 큰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업 측은 불균형을 이유로 키코 계약이 약관규제법에 어긋나는 불공정 약관이라고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거래가 체결됐을 당시는 환율 상승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였으며, 관행에 비춰봐도 키코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기업 측은 또 키코가 사실상 사기 계약이라고 강조한다. 김성묵 대륙아주 변호사는 "은행은 키코가 '제로 코스트(zero cost)'여서 풋ㆍ콜옵션 사이의 차이가 없다고 광고해 기업을 속였다"며 "설령 사기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착오를 해 계약을 맺은 것이므로 법률상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측은 "제로 코스트는 고객이 별도로 프리미엄이나 비용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 은행이 키코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켰는지 ▦ 키코 자체가 애초에 환 헤지에 적합한 상품이었는지 등이 역시 주요 쟁점이다.

앞선 1ㆍ2심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패소를 면치 못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소송을 제기한 228개 기업 중 1심 선고를 받은 기업은 208곳이며, 이중 80%에 가까운 165곳이 지고 43곳만이 피해 일부를 배상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았다.

이어 패소한 기업과 일부 승소한 기업 합쳐 150곳이 항소를 했지만 77곳이 2심 선고를 받은 현재 57곳이 1심과 같이 패소하거나 배상 비율이 그대로 유지됐다. 미리 소송을 취소하거나 상급심 재판을 포기한 기업이 88곳이며, 아직까지 1ㆍ2심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도 많다.



기업의 재판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지금껏 주요 쟁점들에 대해 법원이 대부분 은행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키코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며, 기업 역시 키코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원 판단이었다. 때문에 기업이 일부 승소해도'은행이 좀 더 위험성 설명을 잘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은행의 책임비율이 30~40%정도로 인정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3일 분위기를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테크윙과 엠텍비전, 온지구, ADM21 등 4개 기업이 입은 피해의 60~70%를 은행이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것. 당시 재판부는 "금융상품 판매자는 투자자의 이익ㆍ손해와 관련된 주요 내용에 대해 판매자가 아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판매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판결은 기업 측의 사실상 첫 승소 사례로 기록됐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정 비율이 대단히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키코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후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이어졌다. 올해 1월에는 기업이 키코 거래 손실 경험이 있더라도 은행은 높은 수준의 설명의무를 진다는 판결이, 5월에는 계약 조기 청산을 강요한 은행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판결이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왔다.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배상 비율도 70%로 높아졌다.

전국 최대규모의 법원에서 이 같은 판결이 계속 나오자 기업 측은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판결 분위기가 공개변론으로 이어져 앞으로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으면 하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대위 관계자는 "공개변론은 키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기업들이 반기고 있다"며 "공개변론 참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키코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을 둘러싸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다수 중소기업과 은행의 이해관계 충돌을 공개적으로 심리해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변론은 18일 오후 2시 10분부터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리며, 대상 기업은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 모나미다. 양 측 대리인을 비롯해 법학 교수와 금융 전문가 등이 참여해 풍부하고 충실한 심리를 진행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계획이다. 이날 변론은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르면 올해 10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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