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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황금월병

중추제(仲秋節ㆍ추석)를 앞둔 요즘 베이징(北京) 중심가의 신동안시장(新東安市場), 동방신천지(東方新天地), 서단신세계(西單新世界) 등 유명 백화점에서는 한 개에 수백만원씩 하는 황금월병(黃金月餠)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병이라면 우리의 송편이나 매한가지로 한가위를 대표하는 음식인데 이렇게 먹을 수 없는 황금월병이 날개 돋친 듯 팔리니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인들은 해마다 중추제가 되면 친지나 이웃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월병을 사서 선물로 주고받아왔고 이 풍습은 수천년이 넘게 이어져왔다. 그런데 시장경제 도입 이후 미풍양속이 뇌물의 수단으로 변질돼 급기야 지난해에는 포장재를 금으로 치장한 초호화 월병까지 등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추제 다음달인 10월에 ‘월병포장방안’이라는 긴급조치를 마련했고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월병 포장재는 월병 가격의 25%를 넘지 못하고 ▦포장 부피도 내용물인 월병의 35%를 초과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이제는 월병의 호화포장을 통한 뇌물수수 관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니 이 규제안을 만든 정부 당국자들은 긴급조치의 효과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포장재 규제’를 피해 아예 황금으로 월병을 만들어버렸다. 황금월병은 먹을 수 없으므로 새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다 월병을 통한 뇌물수수도 더욱 용이하게 됐으니 시장의 반응은 당연히 뜨거웠다. 결과적으로 사회악을 일소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는 거꾸로 사회악을 증폭시킨 역효과만 초래한 셈이다. 지금 중국의 백화점들에는 진열대마다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월병중화(月餠中華)’ ‘화호월원(花好月圓)’ ‘월만인간(月滿人間)’ 등의 이름이 붙은 금빛 찬란한 황금월병들이 가득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존 그레셤의 법칙이 중국에서는 ‘못 먹는 가짜 월병이 진짜 월병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황금월병’은 엄격한 사법체계 속에서도 탈법이 용인되고 원칙과 변칙이 공존하는 모순적이면서도 조화를 찾아가는 중국 경제의 복잡한 실상이 응축돼 있다. 돈 버는 일을 천명으로 삼는 중국 상인들은 정부의 어떤 규제책이 나오더라도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고 말하며 부단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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