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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머리·몸통은 놔두고 꼬리만 자르려는가




'4·16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2일째인 16일 국회 본관 앞. 유가족 대표들이 단식을 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또 다른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노란 종이배 접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본관 앞 잔디마당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미치도록 보고싶다' '목메어 운다' 등 수많은 종이배가 하트와 추모 리본 모양으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에서는 대한변협 대표단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보도가 쏟아졌지만 속 시원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도 청와대와 해경 등 기관보고가 끝났지만 정치 공방이 부각되며 유가족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일부 여당의원들은 유가족들을 비하하고 경원시하다가 빈축을 샀다. 특히 여야는 특별법의 본회의 처리를 약속한 이날까지도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구성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했다.

사흘 넘게 단식농성 중이던 한 유가족(정성욱씨)과의 대화를 소개한다. 그는 단원고 2학년생이던 아들 동수군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생업도 내팽개친 지 오래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심경은 어떤가.

△(배 타고 사고현장에 갔을 때) 눈앞에서 얘들 죽어가는 것 보고 있으려니 죽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얘가 유실될까 두려웠고 22일 뒤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찾았을 때는 눈물만 흐르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팽목항에서 올라와서 대책위 꾸릴 때는 얘들 원혼을 풀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절망감뿐이다. 중학생 때부터 목표를 세워 열심히 하고 여동생 음식도 챙겨주던 착한 아들이었는데….

-지금 정치권과 청와대·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부모로서 죽고 싶은 마음인데 (얘들이) 왜 죽었는지 충분한 시간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사고 대처를 못) 했는지 밝히고 싶을 뿐이다. 국정조사도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려고 하니까 답답하다. 속 시원한 게 없으니까. (사고) 초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납득하게 해달라. 진실을 밝혀달라.

(옆에서는 유가족들이 피켓을 들고 희생자의 의사자 지정이나 고3 특례입학 등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오해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위원회에 수사권 부여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새누리당은 '기존 사법체계를 흔들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실제 그런 측면도 있지 않나.

△나라에 (수사를) 맡겨놓으면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몸통까지도 안 가고 꼬리만 자르고 끝낼 것이다. 무슨 사고가 터지면 꼬리만 자르지 책임지는 사람이 있었나. 어영부영 덮어버린다. 300명가량이 죽었는데 덮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장에서 만난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은 "야당 율사 중에서도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의견도 있지만 워낙 참사가 크고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지지부진해 수사권이 불가피하다. 기소권은 기존 사법체계를 거치면 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정치부 차장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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