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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델리즈-DEMB 합병
세계 커피시장 독과점 우려… 佛선 60% 점유… 규제 직면
●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일자리 감소·기술유출 문제… 英의회 내주 경영진 청문회
● GE, 알스톰 인수
산업계 막대한 타격 받을라… 올랑드 "인수안 불충분" 제동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인수합병(M&A)이 각국의 공공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업종의 초대형 기업 탄생은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권익 침해, 일자리 감소, 기술유출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M&A 규제 강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식품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과 네덜란드 기업 디마스터블랜더스(DEMB)1753은 두 회사의 커피사업부를 합쳐 새 회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몬델리즈는 현금 50억달러를 DEMB로부터 받고 신설 통합업체의 지분 49%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이번 M&A는 세계 커피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컵스·카르트누아르 등 유명 커피브랜드를 소유한 두 회사의 커피사업 매출은 각각 세계 2, 3위 수준이다. '제이컵스도에그버츠'로 명명될 신설기업은 세계 1위 커피기업인 네슬레를 바짝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몬델리즈와 DEMB 간 거래가 글로벌 독과점기업을 탄생시켜 시장경쟁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FT는 제이컵스도에그버츠가 20여개국 커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신설업체가 정부의 반독점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에서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아스트라제네카 인수가 '뜨거운 감자'다. 자국 수출액의 2.5%를 책임지는 간판기업 아스트라가 화이자에 넘어가면 국가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CNBC는 영국 의회가 다음주 화이자·아스트라 경영진을 불러 이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화이자 측에 '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구개발(R&D) 비용 감액은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보장'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에 비판적인 FT마저 최근 사설에서 화이자의 인수시도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영국 정부는 아예 M&A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화이자를 압박하고 있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은 "화이자의 아스트라 인수가 공익을 침해하는지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은 언론·안보와 연관된 거래를 제외하고는 M&A에 대한 정부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아스트라 측의 거부에도 인수의지를 굽히지 않은 화이자는 현재 1,065억달러까지 인수가를 올렸다. 거래가 성사되면 화이자는 단숨에 세계 최대의 제약사로 등극한다.
프랑스 정부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자국 전력·운송기업 알스톰 인수를 견제하고 있다. GE는 부진에 시달리는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을 135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알스톰 측도 이를 승인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론은 에너지 사업 매출이 70%에 달하는 알스톰이 빈껍데기로 전락하는 동시에 프랑스 산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GE의 인수제안이 "불충분하다"며 수정안을 요구했다. 프랑스 일간매체 르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 절반을 넘는 응답자가 "(현재 사기업인) 알스톰의 일시 국유화가 바람직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M&A와 관련한 각국의 이 같은 반발이 기우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M&A에 이은 구조조정 및 투자축소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화이자가 2003년 스웨덴 제약사 파마시아를 인수할 당시의 약속을 저버리고 대량 해고를 단행한 전례를 거론하며 "화이자의 약속은 신뢰하기 어려우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각국 정부가 '경제 애국주의'에 빠져 기업의 경영쇄신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이 자국 기업을 사들이는 것을 꺼리는 유럽 정부가 이념에 휩싸여 M&A에 딴죽을 걸며 기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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