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선거에서 동작을은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선택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당선자는 929표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에 다시 입성했다. 선거 막판에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노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기 후보를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무효표도 1,403표나 나왔다. 그만큼 동작지역 주민들의 마음에는 나 당선자와 여당을 향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었다.
2일 동작에서 만난 시민 이 씨(69)는 나 당선자의 지역개발 공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다는 그는 “이곳은 낙후된 곳이 너무 많다. 나 당선자가 ‘강남 4구’ 공약을 내건 만큼 꼭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당구 남성시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의 대다수는 ‘힘 있는’ 여당의 ‘똑 부러진’ 여성 의원이 지역 경제를 살려줄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선인사 차 남성 시장을 방문한 나 의원에게 벌써 관련 민원을 부탁하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11(與) 대 4(野)로 여당이 압승한 데다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여당이 이긴 만큼 지역 경제를 꼭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는 동작을 강남처럼 개발하겠다는 나 당선자와 여당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민심은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동작구의회에서 부의장을 맡은 황동혁 씨는 “동작을은 중량급 정치인이 맞붙으면 표심이 또 어디로 갈지 모르는 지역이다”면서 “따라서 여당이 책임 있게 공약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 선거에서 또 여당이 선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를 살리는 복안 없이 ‘정권 심판론’을 제기한 야당에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황 씨는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게 된 것은 야당과 ‘정책 경쟁’을 하지 않아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아울러 선거 막판에 이뤄진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남성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김 씨는 이와 관련해 “국민을 놀리는 것이냐”면서 “아예 처음부터 합쳐서 한 후보로 나오거나 당을 합치든가 해야 한다”며 야권을 성토했다.
이번 기회에 야당은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선거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직장인 구 씨(27세)는 “그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야합하는 야당에 실망했다”며 “일관된 정책 없이 그저 여당에 무조건 반대하고 이념에 상관없이 다른 당과 단일화하는 게 야성(野性)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 씨는 “제대로 된 정책과 이념을 분명히 하는 것부터 야당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제기해온 ‘세월호 책임론’은 야성이 될 수 없다는 게 유권자들의 마음이었다.
동작 지역을 중심으로 택시 운전을 하는 함 씨(62)는 “세월호 사고가 어린 학생들이 죽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언제까지 거기에 매달려 있을 순 없다”며 야권도 이제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를 추스르는데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한테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촉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무승부 결과로 끝난 것이다”며 “그런데도 야당이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또 정부 책임론,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었기 때문에 11대 4로 진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대책을 마련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릴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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