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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여원 떼먹고 외국 도피, 피해자 용서로 실형 면해
입력2008-09-15 17:10:54
수정
2008.09.15 17:10:54
금 세공업자인 이모(51)씨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금 세공업을 하며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주위 사람들도 이씨의 성실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일이 생기면 이씨에게 맡기곤 했다.
그러나 이씨의 행복은 지난 2001년 갑작스레 터진 9ㆍ11 테러로 송두리째 날아갔다. 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금값이 폭등, 금 세공업체들이 한 순간에 불황기를 맞은 탓이다.
이씨는 급한대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최모ㆍ송모씨 등으로부터 2억여 원을 빌려 사업을 유지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돈을 갚지 못한 이씨는 다음해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로 도피했다.
현지에서 채굴사업을 하는 등 돈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이씨는 현지 여성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그러나 이씨는 한국에서 진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지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던 이씨는 지난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과거 빚’을 청산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고소로 법정에 선 이씨는 “아내가 있는 나라로 돌아가 돈을 벌어 빚을 꼭 갚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해자들도 이씨가 비록 돈을 떼먹고 도피하긴 했지만 남다르게 성실했던 이씨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합의를 해 줬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이씨가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점 등을 참작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출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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