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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8번 아이언' 휘두르자 우승컵이 손안에

■ 최나연 LPGA 아칸소 챔피언십 제패

16번홀 '142야드 이글' 재역전 성공

17번홀 티샷도 홀 25㎝ 바짝 붙여

8번 아이언으로 막판 3언더 몰아쳐


142야드 거리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골인'시킨 최나연(28·SK텔레콤)은 고개를 젖혀 하늘을 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최나연도 알지 못했고 필드를 가득 메운 갤러리들도 몰랐지만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온통 최나연에게로 집중된 것 같았다. 한때 우승이 손에서 멀어진 듯했으나 결론은 최나연이었다.

'마법의 8번 아이언'을 든 최나연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시즌 2승째이자 투어 통산 9승째를 거뒀다. 시즌 개막전인 지난 1월 말 코츠 챔피언십 우승 뒤로는 톱10에 한 번밖에 오르지 못했던 그는 5개월 만인 29일(한국시간)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 30만달러를 손에 넣어 LPGA 투어 통산 상금 1,000만달러(1,023만달러·약 115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983만달러·대만)보다 먼저 가입했고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박인비(27·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시즌 상금랭킹도 17위에서 7위(71만달러)로 끌어올린 최나연은 올해의 선수 포인트 또한 14위에서 7위(65점)로 훌쩍 높였다.

내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위한 '집안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개막 한 달 전 기준으로 세계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하며 한 나라에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현재 세계랭킹 1~25위 가운데 거의 절반이 한국 선수. 20위에 처져 있던 최나연은 세계 13위로 뛰어오르며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인비, 김효주(20·롯데),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김세영(22·미래에셋)에 이어 5위가 됐다. 올림픽 티켓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날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1·6,374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3라운드를 최나연은 2타 차 단독 선두(13언더파)로 출발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는 4타 차. 15번홀까지 버디 1개, 보기 2개로 최나연이 1타를 잃는 사이 앞 조의 루이스는 버디만 4개를 잡아 1타 차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최나연이 13번홀(파4)에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칠 때만 해도 승부는 루이스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 하지만 경기는 16번홀(파4)부터가 진짜였다. 핀까지 14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최나연의 샷은 그린에 한 번 튄 뒤 홀로 숨어버렸다. '한 방'으로 1타 차 재역전. 앞 조의 루이스가 17번홀(파3) 티샷을 홀 2m에 붙여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직후였다. 샷 이글 뒤 17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한 최나연은 루이스의 버디 퍼트 실패를 지켜봤다. 이로써 그대로 1타 차. 분위기를 뺏은 최나연은 17번홀 티샷을 홀 25㎝에 붙여버렸다. 이번에 집어든 클럽도 8번이었다. 두 번의 연이은 8번 아이언 샷이 달아나던 우승을 되찾아온 셈이다. '탭 인' 버디로 1홀 남기고 2타 차가 되면서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15개 홀에서 1오버파를 적었던 최나연은 16·17번홀 2개 홀에서 3언더를 몰아치며 '아칸소의 기적'을 완성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루이스는 맥이 빠진 듯 4온 2퍼트로 보기를 했고 최나연은 3온 2퍼트로 파를 지켜 15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3언더파의 미야자토 미카(일본)가 단독 2위를 했고 12언더파의 루이스는 공동 3위로 밀렸다.

최나연은 이날 퍼트(33개)는 썩 잘되지 않았지만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우승을 가져갔다. 그린 적중률이 94.4%(17/18)였다. 1~3라운드 전체 기록도 90.7%(49/54). 경기 후 최나연은 "퍼트가 좋지 못했는데 샷 이글이 나왔다. '굳이 퍼트로 넣지 않아도 우승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140~145야드 거리는 가장 좋아하는 클럽인 8번 아이언으로 치고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연속으로 이렇게까지 잘 맞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캐디로 첫 공식 경기에 나선 셰인 코머(북아일랜드)를 오히려 가르쳐가며 우승한 최나연은 "이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오는 7월9일 개막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 여자오픈은 최나연이 2012년 우승했던 대회다. 직전 대회인 위민스 PGA에서 컷 탈락했던 세계 2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6위(11언더파)에 올랐고 김세영은 8언더파 공동 16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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