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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

직원ㆍ고객에 감동주는 아트경영 최선 다할 것<br>불황·웰빙열풍에 막힌 시장 돌파구로 예술 선택<br>국악공연 등으로 도소매점주 사로잡아 매출 늘어<br>'양주 스노우페스티벌' 전국민 축제로 발전 기대<br>기능성 강화한 헛개나무·엉겅퀴 과자 출시 계획



과자회사와 아트경영의 상관관계가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소비자들을 입을 즐겁게 하는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과자회사가 국악과 조각, 시에 심취해 있다고 하니 말이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3일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크라운해태제과의 문화예술 테마파크 송추아트밸리에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1주일에 사나흘은 이곳에 머물면서 내년 1월 오픈할 계획인 '양주 스노우페스티벌' 공사현장을 직접 챙기느라 분주했다. '제1회 양주 스노우페스티벌'은 일본 삿포로, 중국 하얼빈의 해외 눈축제를 벤치마킹해 눈이 귀한 한국에서 신명 나는 눈축제를 벌여보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이날도 직원들은 팀별로 이 곳을 찾아 '스노우페스티벌'에 선보일 1,000개의 눈 떼 조각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스티로폼을 가져다 조각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등 쌀쌀한 날씨에도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었다.

윤 회장은 '스노우페스티벌'을 찾는 고객들에게 1,000개의 눈 조각품을 선보여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눈 조각품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 받은 직원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 커뮤니티에서 눈 조각을 만들어 동네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눈 조각을 만들기 위해 눈 모으는 기계를 직원들에게 빌려주고 동네 아파트에서 눈 조각을 만들면서 다른 이웃도 동참시켜 전국적인 축제로 확산시키고 싶은 게 내 꿈"이라며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과자가 더 잘 팔리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윤 회장의 꿈은 더욱 원대하다. 5년 후 열릴 예정인 평창동계올림픽 때 전국민 1만명이 모여 거대한 눈 떼 조각을 만드는 전국민 축제를 벌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윤 회장은 아트경영을 펼치는 최고경영자(CEO)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직원들과 함께 판소리를 배우고 2007년에는 아예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락음국악단까지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매년 국내 최정상 국악 명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대보름 명인전'과 대한민국의 국악 발전을 위해 퓨전국악공연인 '창신제'도 개최한다.

지난달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전국 100개 영업소의 영업사원과 소매점주, 지역 관계자 등 총 2,000명이 참여한 '제1회 아리랑페스티벌'을 성공리에 마쳤다. 윤 회장이 먼저 서울시에 제안해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축제는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사흘 동안 국악과 길놀이 등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아트경영은 '메세나'가 아니라 '마케팅'"이라고 잘라 말했다. 저출산 현상과 장기불황에다 웰빙 열풍까지 불면서 성숙기에 이른 국내 제과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그는 예술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아트경영에 참여하면서 즐거워지면 더 좋은 과자를 만들게 되고, 또 아트경영의 산물을 1차 고객인 도소매 점주들에게 보여주면서 환심을 사는 마케팅"이라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지만 다시 말하면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 강화, 즉 상생전략인 셈이다.

"과자는 충동구매 상품, 저관여 상품입니다. 구매 전 리스트를 작성해 계획적으로 사기보다는 매대에서 보이는 제품을 집는 경향이 크지요. 국내 제과업계의 품질이나 마케팅은 대동소이합니다. 결국 회사에 대한 고객충성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진열매대가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죠. 즉 진열 위치를 결정하는 사람의 파워가 가장 중요한데 점주에게 점수를 얻어야 좋은 자리를 확보하지 않겠습니까."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조각품을 만들고 판소리를 연습한다고 하니 주(아트)와 객(제과)이 전도된 것 같다고 생각한 지 10분도 채 안 돼 윤 회장의 아트마케팅에 대한 열정에 녹아들었다.

그는 아트가 업무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는 '윤영달 아트이론'을 제시했다. "근무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잡념에 빠지기 일쑤인데 판소리를 배우고 조각하고 시 쓰는 데 시간을 쓰다 보면 정작 일을 할 때는 전념해야 업무를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수익성도 향상됐다. 올 상반기 크라운해태제과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해 감소세를 보인 경쟁사들과 대조적이다.

윤 회장이 아트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내면서 정신이 피폐해져 있을 때 대금ㆍ소금을 통해 국악을 접하게 되면서다. 그 후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국악공연을 생각해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04년부터 시작한 창신제 공연이다. 올해로 개최한 지 10년째인 창신제는 이제 국내 문화계에서 유명한 행사로 자리잡았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임직원 100명이 무대에 올라 북을 두드리며 '사철가'를 떼창하는 광경은 서양 종교음악의 대합창처럼 우리 소리도 장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제는 점주들에게 창신제 표를 안 주면 난리가 납니다. 표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우리 과자를 많이 팔아야 하는 거죠. 송추아트밸리에서도 '고객에게 국악의 향기를(고국향)'이라는 국악행사를 1년에 20~30차례 하는데 연간 8,000명의 고객들이 이곳을 다녀갑니다."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이겨낸 후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할 때도 아트경영이 위력을 발휘했다. 해태제과 노동조합이 피인수에 반발하며 크라운제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내분이 깊던 시기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회사 직원들을 융합하기 위해 끌어낸 것이 미술 공부였다. 그는 "버려지는 과자상자와 포장지로 구조물을 만드는 '박스아트'를 두 회사 영업사원들에게 가르치면서 화학적 융합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전국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 박스아트 작품을 설치하는 이벤트를 연간 5,000회 이상 열고 있는데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형마트 매출이 매년 15% 이상 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은 국악에서 시작해 조각, 시로 반경을 넓혀갔다. 과자도 조각품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과자에 아트를 접목시켰더니 실제로 매출이 오른 사례들을 열거했다.

"'오예스' 포장에 심명보 작가의 '백만송이 장미'를 그려넣어 단순히 제품 진열만으로도 예술작품을 만들어냈지요. 이어 밋밋한 과자였던 비스킷 '쿠크다스'에 초콜릿으로 물결 모양의 동세를 주었더니 매출이 2배가량 뛰어올랐어요. 과자에 살짝 조각을 했을 뿐인데 소비자들이 이렇게 반응한 것을 보면 역시 예술적인 감성이 중요한 것 같아 과자에 아트를 접목시키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중입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최근 새롭게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과 손잡고 '아트 초콜릿' 제품에도 뛰어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정형민 관장이 초콜릿으로 만든 청자, 백자를 갑작스레 요청해와 아트 초콜릿으로 탄생하게 된 것. 윤 회장은 "그동안 직원들의 아트경영지수(AQ)가 축적된 덕분"이라며 "이 제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트숍에서 판매하게 되며 앞으로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른 미술관ㆍ박물관 등과도 아트 초콜릿을 만들어 아트숍 판매는 물론 면세점에까지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산업이 정체기로 들어선 지금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도 윤 회장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과자는 이제 즐거움을 주는 데서 더 나아가 기능성을 첨가한 식품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윤 회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얼마 전부터 기능성 과자를 염두에 두고 간에 좋다는 헛개나무와 엉거퀴를 송추아트밸리에 심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조만간 서울 본사에 있는 연구소도 송추아트밸리로 이전할 예정이다.

"과자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비만ㆍ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잖아요. 이제는 소비자들이 과자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헛개나무와 엉겅퀴에서 나오는 간 보호성분을 추출해 과자에 접목시켜 성인용 과자 시장을 겨냥할 생각입니다. 술 한잔 먹고 과자 하나 먹을까 하는 재미있고도 있을 법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거죠."

그동안 윤 회장의 경영철학은 고객감동이었는데 최근 들어 '고객행복'으로 바꿨다. 그는 "행복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동, 즐거움, 재미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자주 반복되는 것이고 결국 제과업계가 나아갈 길은 엔돌핀을 주는 과자를 매개체로 삼아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라며 "준비 중인 '스노우페스티벌'로 전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He is…



▲1945년 서울 ▲1964년 서울고 ▲1968년 연세대 물리학과 ▲1987년 남덕 설립 대표이사 ▲1971년 크라운제과 이사 ▲197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1973년 한국자동기 설립 대표이사 ▲1995년 크라운제과ㆍ크라운스낵 대표이사 ▲1996년 크라운베이커리 대표이사 ▲2000년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2003년 석탑산업훈장 수훈 ▲2005년 해태제과식품 대표이사 회장 ▲2009~2010년 서울오픈아트페어조직위원회 위원장 ▲2010년 크라운-해태제과 국제BMX대회 대회장 ▲2011년 제81회 춘향제전위원회 위원장, 제20회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 수상 ▲2012~2013년 서울국제조각페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 ▲2013년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위원장



■ 윤 회장은 '죠리퐁' 개발한 한국 과자업계 대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은 한국 과자업계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라운해태그룹의 뿌리인 크라운제과는 선친인 윤태현 창업주가 1947년 서울역 뒤편에 세운 영일당제과에서 출발해 1968년 크라운제과로 법인전환했다. 크라운제과는 1961년 크라운 산도를 내놓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1년간 국민 한사람이 50개씩 소비하며 과자와 관련된 통계를 모두 바꿔놓은 역사적인 상품으로 기록됐다.

윤 회장은 23세이던 1969년 크라운제과에 입사해 1971년 회사 경영에 처음 참여했다. 상무로 재직 중이던 1972년 미국에 갔을 때 먹었던 시리얼을 벤치마킹해 '죠리퐁'을 개발해냈다. 당시 한국에는 영양간식이 없다는 점을 통탄하며 뻥튀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무실에 뻥튀기 기계를 갖다 놓고 옥수수ㆍ보리ㆍ쌀 등 각종 곡물을 직접 튀겨봤다. 그러던 중 영양은 덜 파괴되면서 당도도 있는 밀맥을 찾아내 '죠리퐁'을 출시했고 당시 우유와 함께 식사대용식으로 통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윤 회장은 그 이후부터 여러 가지 불패 신화를 창조해냈다. 현재 제조업체가 직접 소매상에 제품을 공급하는 '루트영업'을 처음 시도한 인물이 윤 회장이다. 1970년대 당시에는 과자를 만들어 시장 상인에게 공급하는 도매상 체제였는데 방산시장을 우연히 찾은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의 산도가 한구석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같은 도매상 체제로는 당시 해태제과 등 골리앗들과 겨뤄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졸 영업사원 20명을 데리고 도매상의 영향이 덜한 전주 지역으로 내려간 그는 지게에 제품을 싣고 슈퍼마켓 소매상인들에게 직접 배달하는 루트영업을 시작했다. 윤 회장은 개척한 이 같은 영업방식은 현재 제과는 물론 생활용품ㆍ식품업체들에 두루 확산돼 있다.

2005년에는 몸집이 작은 크라운제과가 덩치 큰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통 큰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크라운제과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부도 이후 2004년까지 사적화의를 유지해오다 이를 벗어나는 동시에 해태제과 인수에 뛰어들었다.

윤 회장은 "해태제과를 인수할 자금은 없고 인수를 안 하면 외국계나 경쟁사로 넘어가 크라운제과는 앉아서 죽게 생겼었다"면서 "먹고 죽으나 못 먹고 죽으나 마찬가지니 일단 먹자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생각해낸 자금줄이 군인공제회였다. 그는 연고도 없는 군인공제회를 무작정 찾아가 "어린이들 과자를 우리 손으로 만든 토종기업 제품을 먹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애국심에 호소한 결과 전격적인 투자를 받아내고 해태제과를 인수해 한국을 대표하는 제과업체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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