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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선 광고 보는 법

지난 2002년 10월20일 개혁국민정당 창당대회에서 배우 문성근씨가 단상까지 단숨에 뛰어가 신들린 듯 연설했다. “온 몸에 피멍이 든 채 다 찢어진 민주당 깃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이 우직한 사람은 그래도 그것이 민주화 세력의 법통을 잇고 있는 깃발이라면서 손에서 놓지 않고 벌판에 서서 비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중에 이 장면이 민주당 대선 광고에 등장한다. 이어지는 내레이션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광고 효과는 간명했다. ‘노무현의 눈물’에는 후보단일화 압력에 대한 항변, 지역주의에 대한 저항, 전두환씨에게 명패를 던졌던 분노 등 그의 정치 역정이 담겨 있다. 적어도 이 역정에 동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잘 만든 대선 광고는 후보의 강점이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곤 한다. 이번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표작은 ‘욕쟁이 할머니’ 광고다. 국밥집 할머니가 “맨날 싸움박질하고 지랄이냐. 우리는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 밥 쳐먹었으니 경제는 꼭 살려라”고 욕하고 이 후보는 말 없이 국밥만 먹고 있는 장면이다. ‘노무현의 눈물’편 만큼은 못돼도 ‘경제대통령’을 내세우는 이 후보 이미지에 맞게 만들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의 대표 방송광고는 ‘꼭 안아주세요’ 편이다. 별다른 내용 없이 “서로의 지친 마음을 안아주세요” “따뜻하고 행복한 나라 함께 만드시죠” 등의 문구와 말이 나오면서 포옹 장면이 가득 등장한다. 포옹에서 정 후보의 어떤 점을 떠올려야 할까. ‘100년 갈 정당’을 만들었다가 앞장서서 다른 당 만든 것? 통일부 장관을 서로 하려고 김근태 의원과 힘겨루기를 벌였던 것?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알 수가 없없다. 광고를 잘못 만들었거나 광고로 만들 역정ㆍ정체성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정 후보가 막상 하고 싶은 얘기는 신문 광고에 있는 듯하다. 그는 6일자 광고에서 “이명박 이름 빼주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대요”란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메모 내용과 사진을 소개했다. ‘의인 김경준’이 정 후보의 정체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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