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령도 해역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18일에는 규모 4.9의 강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며칠 사이에 이 지역에서는 15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역에는 남북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뻗어 있는 주향(走向) 이동단층이 많이 존재하는데 이 단층 가운데 일부가 축적된 힘을 방출, 단층이 수평으로 어긋나면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대규모 지진발생 기록 있어
한반도 지진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과연 지진 안전지대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지진 다발국가인 일본 등과는 달리 지진 안전지대에 속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판구조상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일본은 태평양판과 북미판ㆍ유라시아판ㆍ필리핀판 등 4개판이 격렬하게 운동하는 경계부근에 위치에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판의 경계지점과 떨어진 유라시아판 안쪽에 위치에 있어 지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설령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지진파 에너지가 우리나라로 오면서 급격히 감소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역사지진을 거론하며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지진관측이 시작된 이래 규모 6.0의 지진이 관측된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역사 속 지진기록에는 가옥붕괴 등 지진피해 기록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승정원 일기에는 1643년 울산 동쪽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땅에 구멍이 생겼고 물이 높이 솟은 것으로 기술돼 있다. 일부 학자의 경우 이 지진의 규모를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숙종실록에도 1681년 지진과 지진해일이 강원도 지방을 강타한 기록이 상세히 있으며 고려사에도 불국사와 석가탑이 지진으로 붕괴돼 다시 지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관측 이래 규모 5.0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겨우 5차례에 불과하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감지진(규모 3.0이상)은 연평균 10회 정도 발생하며 지진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규모 5.0이상의 지진은 5~10년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 지진관측 이래 규모 6.0이상의 지진은 관측된 사례는 아직 없다. 과거 100년간의 지진활동 정도와 우리나라의 지각ㆍ지질구조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규모 6.5정도이지만 아직까지 발생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예전에 비해 한반도에서 지진이 더욱 자주 발생한다고 느끼는 것은 감지기술이 발전되고 시설이 확충되면서 아주 작은 지진까지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탐지와 방재 연구에 투자 늘려야
여기에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1년 뉴질랜드 지진과 일본의 쓰나미 등으로 인해 지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는 판구조상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지구상에서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지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구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피해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방재연구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국민들이 안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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