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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보험大國의 유래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

지난 1568년 영국에서는 금융ㆍ보험 등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왕립거래소가 설립됐고 당시 상인들의 자유로운 회합장소였던 런던 시내의 로이즈라는 커피숍은 오늘날 세계 보험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로이즈 빌딩’이 됐다. 그러나 영국에서 보험이 체계적으로 성장해온 것 훨씬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보험상품이 존재했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보험산업 규모가 세계 9위권인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높은 7위권이라는 것이 우연은 아닌 듯싶다. 삼한시대부터 내려오는 ‘계(契)’라는 전통이 그렇고 신라시대 때 궁중 유행했던 ‘보(寶)’라는 제도도 오늘날 보험의 기본 틀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에서 성행했던 품앗이나 두레는 도움을 자연스레 도움으로 갚는 제도로 상부상조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오히려 현대의 보험상품을 능가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로 남아 있다. 우선 경조사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축의금과 부의금이 그렇다. 이 풍습은 서양의 보험이 계약에 의해 주고받을 것을 꼼꼼히 따지는 데 비해 내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또한 그것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정하지 않은 금액으로 보답할 것을 스스로의 가슴에 새긴다는 점에서 계약내용을 중시하는 보험을 능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다. 말하자면 보험의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소위 말하는 ‘인정(人情)’으로 구성원들의 마음까지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한차원 높은 개념의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농기구를 빌려쓰거나 장만할 수 있는 농구계(農具契)나 오늘날의 교육보험과 같은 학보(學寶)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계나 두레 등에 활용됐던 것을 볼 수 있고 이는 곧바로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현대의 보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보험이 타 금융권에 비해 많은 민원을 야기하고 있는 이유도 우리의 ‘전통보험’과 ‘서양식보험’과의 개념충돌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낸 보험료만큼 보상금액의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자동차보험도 계나 두레의 개념에서 보면 같은 피해자라도 평소 그 사람의 형편과 됨됨이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의 보험은 낸 보험료만큼 위험에 대비하는 계약행위가 강조된 보험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더욱 깊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천년이 넘는 보험 선진국답게 “사고가 나면 보험사에서 물어준다”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어떤 사고시 얼마를 보상받을 수 있다”라는 실제적 개념으로 보험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는 전통보험의 상부상조 미덕은 결코 버려서는 안될, 오히려 그 개념을 현대의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해야 할 가치가 큰 유산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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