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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위대한 말로 세상바꾼 '의심의 영웅들'

■ 의심의 역사 (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이마고 펴냄)


의심.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언뜻 의심은 믿음의 반대를 뜻하는 부정적이고 무질서한 느낌의 단어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믿음에 대한 부정과 뒤 이은 대안은 오히려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기도 한다. 흔히 '쾌락주의'로 알려져 있는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다수가 숭배하는 신(神)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수가 믿는 바를 신에게서 확인하는 자가 진정 불경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창조한 신(神)과 영혼불멸 등의 개념을 의심한 그는 육체적ㆍ감각적 쾌락이 아니라 지적 연구와 우정, 고요한 명상 등의 '쾌락'을 추구했다.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리스 신화부터 유대교,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전세계 각 지역종교의 발생과 변천 과정을 추적하면서 '믿음의 역사' 이면에 가려진 활발한 '의심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2,600년 동안 전개된 동ㆍ서양의 '종교적 의심'이 연대기적으로 담긴 책이다. 저자는 "믿음과 의심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두 가지 의미세계에서 분열된 채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하나는 이성과 계획, 사랑과 목적 같은 인간적인 세계다. 또다른 하나는 이 같은 인간적 요소를 초월한 우주적 세계이다. 우리는 인간적인데 우주의 관점에서는 이 같은 인간사와 감정이 하찮게 여겨진다는 '간극'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종교적 거장의 경우 신(우주)에게 인간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일상에서 우주적 참뜻을 깨달으라고 주문했다. 반면 위대한 의심가들은 인간과 우주의 분열을 고민하되 종교적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주에 대한 새로운 합리적 모델을 제시했다. 원자론, 지동설, 진화론 등이 그 예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놓았듯 당대의 권력과 사회통념에 도전한 의심가들은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가면서 역사를 진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저자는 의심의 유형을 ▦과학(유물론과 합리주의) ▦무신론적 초월론 ▦세계주의적 상대주의 ▦우아한 삶의 철학 ▦불의에 대한 도덕적 거부 ▦철학적 회의주의 ▦신자들의 의심 등 7가지로 분류했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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