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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주택시장에 모처럼 찾아온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살아나는 듯했던 주택시장은 최근 가격과 거래량 등의 지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침체 조짐이 뚜렷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거래량도 줄어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아파트 거래량이 전달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5월에는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침체된 매매시장을 대신해 홀로 주택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던 아파트 분양시장도 투자열기가 꺾였다. 최근 김포·하남·시흥 등 수도권에서는 청약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는 소비심리 위축과 계절적 비수기,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재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올해 2월 전월세 소득 과세 방침을 담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2·26대책)'을 발표한 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던 2주택자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자 다주택자와 은퇴한 임대소득자들이 지갑을 닫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를 전적으로 2·26대책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이 대책이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부유층 및 다주택자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보인다.
물론 전월세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2·26대책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책의 타이밍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우선 2·26대책은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다.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각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드는 순간 2·26대책이 나오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및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다가 갑자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강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2·26대책은 정책의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현재 우리 경제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세월호 참사까지 겹치며 내수시장 침체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내수소비 회복에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의 열쇠를 쥔 주택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월세 과세 대상을 축소하거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리는 등 주택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2·26대책 후속 대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더 이상 일관성 없고 타이밍도 부적절한 정부 정책이 부동산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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