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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빈곤대책 논의 시급하다


황명진 고려대 교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이제 곧 추석인데 아직 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풍요로운 것 같지 않다. 서울 송파 세 모녀가 밀린 공과금을 남겨두고 세상을 등진 지도 반년이 넘었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발의된 가장 대표적인 민생법안인 기초생활보장제도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법 상정 1년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지원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체에 조성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은 이러한 고민을 담아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여러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전반적인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정작 '어떻게'에 있어서는 집단 간에 서로 다른 가치와 이념이 충돌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간추려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빈곤에 대한 정의 문제다. 지금은 '절대 빈곤선'으로 대상자 선정과 급여산정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절대빈곤'보다 '상대빈곤'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상대빈곤 개념을 적용해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차상위계층 등 잠재빈곤층에 대한 예방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반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내려가는 것은 가장의 실직이나 질병 같은 단순한 사건으로 쉽게 발생한다. 가계 부담에서 의식주 비용보다 자녀 교육비나 건강 비용의 비율이 높은 선진국형 소비구조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의료·교육·주거 등 개별급여를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가족의 부양의무에 대한 논란이다. 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급자의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부양능력이 있는 자녀나 며느리·사위가 있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늘어나는 노인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없애거나 특정 인구집단을 빼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가족의 부양이 극단적으로 약화되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자식과 떨어져 사는 노인은 본인의 소득·재산이 없을 경우 수급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식과 함께 사는 노인은 수급자가 될 수 없다. 결국 자식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싶어 하지 않는 노인들은 자식과 떨어져 노년을 더욱 빈곤하고 외롭게 보내게 될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추선 전 타결해 저소득층 지원 서둘러야

문명 이래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기대했던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는 재정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런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기획의 신중성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혜 대상인 저소득층에게 한시바삐 필요한 급여나 혜택을 줘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이들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 1년반을 넘었고 개편 지연으로 저소득층에게 쓸 수 있었던 예산이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석이 지나기 전에 여야와 정부·시민단체가 모두 이념과 입장의 틀에서 벗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지만 절실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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