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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글로벌 유동성 충격에 대비를

세계경제에서 금융활동의 비중이 커지는 ‘금융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계의 GDP 대비 금융자산의 규모는 지난 80년 1.1배에서 2005년에는 3.1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금융산업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 현재 은행과 보험ㆍ복합금융(투자은행 등) 등 3개 금융업종 모두 전체 18개 업종 가운데 5위 안에 속해 있다. 10년 전에는 은행만이 5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금융경제화의 배경으로 먼저 금융의 자유화, 즉 금융산업의 규제완화를 들 수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의 벽이 거의 없어졌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외환자유화가 폭넓게 이뤄졌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파생상품과 관련한 금융이론의 발전과 복잡한 금융거래를 가능케 한 컴퓨터기술 등 정보화 발전도 주요한 배경이 된다. 2000년대 들어서의 금융화에는 특히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가 기여한 바 크다.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에 따라 소비재 가격의 하락압력이 늘어난데다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물가가 하향 안정됐고 저금리가 유도됐다. 선진국간 금리격차로 인한 캐리트레이드가 증가하고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이 활성화하는 등 금융의 국제화도 빠르게 진전됐다.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가 5% 수준의 높은 성장을 이룬 것은 경제의 금융화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금융화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경영 경험이 없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쳐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문제를 들 수 있다. 국가간의 경제력 격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산업자본 지배현상이 확산되면서 금융산업이 발달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간의 경제력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원자재와 같이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재화의 상대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문제도 우려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산업이 발달하지도 그렇다고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은 국가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계경제의 금융화 과정에서 축적된 과잉유동성이 장기에 걸쳐 조정된다면 세계경제에 큰 부담을 주진 않을 것이다. 문제되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세가 단기간에 급격히 위축되는 유동성 충격의 가능성이며 이러한 일이 현실화된다면 그 폐해는 상당히 클 것으로 우려된다. 과거의 금융시장충격 사례를 보면 예상된 사태가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 볼 때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고 주요국의 예상을 상회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의 주택경기가 악화될 수도 있고 중국의 주식시장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원인으로 유동성 충격이 나타날 경우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자산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주가급락과 더불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한 미 달러화 가치 상승, 국제금리 급등이 유발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태가 촉발된 주된 원인이 미국일 경우 달러화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포지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며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경우엔 주택 등 전반적인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실물경기가 위축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상황에 비해 대응은 부족한 상태로 판단된다. 금융은 국제화되지만 금융감독 등의 조정 기능은 국가 단위에 그치고 있어 국제적인 금융안정을 위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들로서도 유동성 충격에 대비해 안전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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