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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불평등한 스모그와 중국의 약속


지독한 스모그에 적색경보가 내려진 지난 8일. 베이징의 맞벌이 부부들은 발을 동동 굴렸다. 적색경보에 갑자기 휴교령이 내려져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자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날 적색경보에도 베이징의 국제학교는 쉬지 않았다. 하기는 '완벽한 공기정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던 학교 입장에서는 쉰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스모그는 중국인에게 결코 평등하지 않다.

이틀간 내려졌던 베이징의 스모그 적색경보가 10일 정오에 해제됐다. 매캐한 냄새와 눈이 시릴 정도의 공기가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베이징시의 공장가동 중단이나 자동차운행 제한 등의 행정조치에도 꿈적 않던 스모그는 새벽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신에는 '베이징의 스모그는 역시 바람밖에 해결책이 없다'는 말부터 '스모그가 오면 베이징시민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 입바람을 불어야 한다'는 조롱까지 쏟아졌다. 베이징시는 10일 시민들의 희생정신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적색경보 기간 동안 공장생산 중단, 차량2부제 운행, 휴교 등의 공기오염 악화 조치에 동참해준 시민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베이징시 인민정부는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스모그 해결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여전히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불만도 정부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스모그 대책에 있어서는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

베이징이 지독한 스모그에 휩싸인 지난달 30일, 중국은 세계를 향해 두 가지 약속을 했다. 파리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다시 한 번 강조한 후 실천목표를 발표했다. 중국은 연간 석탄 원료 사용을 1억톤가량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억8,000만톤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석탄을 원료로 쓰는 화력발전소를 고쳐 오염물 배출을 현재의 6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중국은 계획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2020년까지 기준에 미달하는 발전소는 폐쇄할 방침이다.

또 다른 약속은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된 후의 강도 높은 금융개방과 개혁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의 꿈'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지만 그 대가로 중국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SDR 편입 이후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글로벌 3대 통화로 올라서 얻게 되는 이득 못지않게 책임도 커진 셈이다. 일단 인민은행도 추가적인 평가절하도 없을 것이고 금융개방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베이징의 스모그를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고 중국인들이 믿지 않듯이 두 가지 중국의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국가나 투자자는 드물다. 중국이 이제까지 내놓은 약속의 이행 여부는 항상 중국의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약속한 시 주석은 파리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처가 각국의 발전 능력을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온실가스 배출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안화의 안정성도 마찬가지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추가적인 평가절하는 없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위안화 가치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위안화 가치는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관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성장둔화에 따른 경제구조조정과 부채 감축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유용한 정책도구는 '평가절하'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짙은 스모그가 중국 정부의 조치가 아닌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걷혔듯이 중국의 약속도 중국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중국 경제는 성장 둔화라는 짙은 스모그에 갇혀 있다.

/김현수 베이징 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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