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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 - 반대

김남근 변호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포괄적 규제완화, 공공성 침해 우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된 규제프리존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입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신청한 27개 전략산업에 대해 규제를 풀고 재정과 세제를 함께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지자체들은 제안 후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현재 법안 심의에 돌입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규제프리존법 찬성 측은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별로 특화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의료·환경 등의 규제를 한꺼번에 풀 경우 시민의 생명과 안전·공공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규제, 즉 규칙과 제도는 국가와 경제를 운영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의 하나일 뿐 성장과 개발에 장애가 되는 ‘암적 존재’와 같은 부정적인 가치로만 평가될 것은 아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사회가 변화하면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이상 효용이 없거나 그 소멸에 사회적 합의가 모아진 규제들은 폐지되거나 변경돼야 한다. 따라서 규제의 합리적 조정이나 개선은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행정 과제이지 ‘제로 베이스 규제 완화’ ‘손톱 밑에 가시(규제) 뽑기’ 등과 같이 규제의 폐지나 완화 자체가 특정정권의 정치적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고용규제 완화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 대형마트 진출규제 완화로 인한 골목상권의 붕괴, 금융규제 완화로 야기된 저축은행사태, 노후선박연령과 화물고박장치 규제 등의 완화로 초래된 세월호 참사 등 신중히 검토되지 않은 규제 완화로 초래된 경제의 왜곡과 국민의 안전이 위협된 사례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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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규제프리존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핵심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은 무려 71개나 되는 규제 특례를 통해 포괄적인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기업실증특례’ 제도다. 이 제도의 문제는 신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주로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명이 넘는 사망자와 중증장애 환자를 양산한 최근의 가습기살균제 사태에서 해당 기업이 흡입독성 실험 등 유해성과 관련된 사실을 은폐하고 유리한 내용만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성의 실증을 눈앞의 투자이익에만 급급한 기업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옥시가습기 사태, 세월호 참사,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은 이미 재해수준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사후처리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고 사전예방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최근 대형마트와 통신사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대량 유출한 사건 등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의 기준은 본인의 동의와 ‘익명화’ 처리다. 이 규제프리존법안은 ‘비식별화’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영리부대사업은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대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어 의료법에서 제한하고 있는데 규제프리존법안은 영리부대사업을 시도 조례를 통해 광범위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수목적 고등학교 설립에 관한 규제 특례 조항도 있는데 공교육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이다.

법안에 찬성하는 쪽은 인공지능·로봇·빅데이터·무인자동차·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신산업을 육성하려면 포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신산업·신기술의 육성을 특별법으로 한다는 발상도 의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독일·미국·중국 등도 산업정책으로 이러한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 포괄적인 규제 완화 특별법을 추진한 예는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대기업들이 투자의 전제로 요구하고 있는 민원들이 규제 특례로 이 법에 대폭 반영돼 있는 측면도 있다. 대기업 투자 위주의 산업정책이 단기간의 빠른 성장 효과를 내는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력이 대기업 위주로 집중돼 시장지배력의 남용, 중소기업 등 다른 경제주체와의 부조화, 불공정행위가 만연하는 등 우리 헌법의 경제민주화 원리에서 경계하고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규제프리존법과 같은 방대한 포괄적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인공지능·로봇·드론 등 신기술과 관련된 규제에 대한 개별심사를 한다면 규제 완화의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규제 완화 심사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대기업의 개발이익만이 아니라 규제가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도 신중하게 비교·교량(較量)하는 검토가 필요하다. 이 법은 이러한 규제심사를 국회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는 특별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부양 정책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가 규제 완화 관리행정을 총괄한다는 점도 개별적 규제심사에서 건강과 안전 등 규제의 공익목적이 경기 활성화의 목표 아래에서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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