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친박(친박근혜)계 후보인 충청권 4선(選)의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비박계의 집단 탈당과 분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우택·이현재 조’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총 62표를 얻어 비박(비박근혜)계 ‘나경원·김세연 조’(55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농림부 장관을 지낸 정운갑 전 의원의 아들인 정 의원은 옛 자민련 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충북도지사·당 최고위원·국회 정무위원장 등을 거치며 정책과 정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차기 대선 출마 의지까지 내비췄다.
주류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비교적 계파 색채가 옅은데다 입법부·행정부·지방정부를 두루 거친 덕에 안팎으로 탄탄한 인적 네크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오늘로서 대결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 이 당을 구해서 중도와 화합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단합을 거듭 강조,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표를 끌어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도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다시 박수를 받고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사즉생의 마음으로 한번 살려보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나 의원은 “들끓는 민심 속에서 우리 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궤멸을 피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 탄핵 사태의 ‘친박 책임론’을 주장했지만 친박 진영의 조직표를 극복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띤 이날 경선에서 친박계가 승리를 거둠에 따라 탄핵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집권여당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분당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미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도 이날 경선 직후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밝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탈당 검토 의사를 밝힌 의원이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고, 여전히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 상태여서 분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더욱이 친박계도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나 원내대표단 인선 등에서 비주류의 추천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봉합 기대감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가 오는 21일 사퇴한 이후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또다시 친박계가 이를 주도할 경우에는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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