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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청아 “제 이미지, ‘늑대의 유혹’과는 오히려 반대”

2004년 이청아는 한국영화계의 신데렐라였다. 단편영화와 영화의 단역을 전전하던 이청아는 당시 큰 인기를 모으던 귀여니(이윤세) 작가의 동명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늑대의 유혹’의 오디션에 합격하며 혜성처럼 충무로에 등장했다.

첫 주연작부터 강동원, 조한선이라는 미남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청아는 오히려 ‘늑대의 유혹’으로 인해 이후 순탄치 않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이청아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변신을 시도했지만 관객들의 눈에 이청아는 인터넷 소설의 여주인공 이미지가 너무나 강했다. 그런 이청아에게 변신의 기운이 감지된 것은 2016년 방송된 OCN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과 3월 개봉한 영화 ‘해빙’이었다.

배우 이청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뱀파이어 탐정’에서 이청아는 뱀파이어 탐정 윤산(이준 분)의 곁을 배회하는 미스터리한 여인이자 뱀파이어인 ‘요나’를 연기하며 강렬한 악역의 포스를 내뿜었다. 그리고 ‘해빙’에서는 비밀을 간직한 간호조무사 ‘미연’을 연기하며 역시 미스터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청아라는 배우에게 검은 잉크를 떨어트린 첫 단추는 ‘해빙’이었는데, ‘뱀파이어 탐정’이 먼저 방송됐어요. 사실 ‘해빙’에서 이미 악역을 한 번 경험했기에 ‘뱀파이어 탐정’에 더 익숙해질 수 있었거든요.”

이청아의 실제 이미지는 전형적인 10대 소녀의 판타지를 그려낸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 ‘늑대의 유혹’의 주인공 ‘한경’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하지만 ‘한경’의 이미지가 이후로도 몇 년동안이나 이청아에게 매달려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청아에게 ‘늑대의 유혹’은 배우로서 이름을 얻게 된 소중한 계기인 동시에 이미지를 잘못 고착화한 안 좋은 사례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 변신하냐는 말도 있는데, 사실 이미지를 일부러 깬다기보다 ‘늑대의 유혹’이 이청아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깬 작품이었어요. ‘늑대의 유혹’을 마치고 러브콜이 들어오는데도 1년을 그냥 쉰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어요. ‘늑대의 유혹’으로 뜨고나니 다 ‘한경’ 같은 캐릭터만 들어오더라고요. 저보고 ‘한경’처럼 귀엽고 강아지같은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보면 말도 짧고 우울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당시는 제가 먼저 말하면 안 되는 줄 알고 말을 아꼈거든요. 배우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성격개조 프로젝트인 동시에 사회성을 가지게 해주는 이런 것이기도 했어요.”

배우 이청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이청아가 ‘해빙’에서 연기한 간호조무사 ‘미연’은 그런 점에서 과거의 이청아를 많이 닮아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청아에게 ‘미연’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도 있었지만, ‘미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를 해갈수록 이청아는 감독의 디렉팅보다 좀 더 세심하게 ‘미연’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미연’을 만나고는 왜 저렇게 살까 하는 한심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연’을 연기해나가면서 측은함이 들더라고요. 이 친구에게 좀 더 큰 꿈을 꾸게 해 줄 좋은 사람이 있었다면 이 친구의 삶은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저는 제가 아무리 밑바닥이라도 내가 열심히 하면 꿈을 이뤄낼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런데 ‘미연’은 꿈을 가져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체념하는 아이였어요. ‘미연’이 원장선생님이나 승훈(조진웅 분)을 가식적으로 대하면서도, 조카들을 차갑게 대하는 장면은 ‘미연’이 사람을 얼마나 계산적으로 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해빙’에서 이청아가 연기한 ‘미연’의 존재는 마지막까지도 승훈(조진웅 분)이 목격한 진실들을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이수연 감독의 함정이기도 했다. 승훈이 집주인인 성근(김대명 분)의 식육식당에서 겪은 일들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의 망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무렵, 승훈의 삶에 끼어드는 ‘미연’의 존재는 관객에게 더욱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사실 ‘미연’을 연기하면서 궁금하거나 모호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선배님들의 연기가 붙으니 점점 미궁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전 제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는데, ‘미연’의 증언이 들어가면서 판세가 확 뒤바뀌더라고요. 사실 미연이 증언을 하는 장면은 시니컬하게 짜증을 내는 연기와 피해자처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의 두 가지 버전을 연기했는데 감독님은 피해자 버전을 사용하셨더라고요.”

배우 이청아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 = 지수진 기자


이청아의 아버지는 ‘실미도’, ‘공공의 적2’, ‘한반도’ 등의 영화를 비롯해 수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연극배우 이승철씨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연기를 보며 너무 무서워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다던 이청아는 ‘해빙’에서 조진웅의 연기를 보며 아버지의 연기도 떠올리게 됐다. 연기란 것이 얼마나 소름돋게 무서운지, 그리고 얼마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다.

“꼭 조진웅 선배 때문에 연극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선배의 연기를 보며 왜 난 여기까지만 상상을 했을까 라고 질문을 했어요. 전 감정적으로 과하게 표현하는 것을 무서워했던 거에요. 그래서 좀 더 극적인 것들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꽃의 비밀’ 연극무대를 경험하면서 이청아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해빙’이 10년 가까이 ‘늑대의 유혹’에 갇혀 있던 이청아라는 배우를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게 해준 작품이라면, 연극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겁내던 이청아라는 배우에게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여준 계기가 된 것이다.

“연극을 하면서 굉장히 신났어요. 처음에는 마이크도 없이 극장 끝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제 목소리가 너무 크니 줄여달라고 해서 너무나 기뻤죠. 연극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해붰어요. 왜 무대 위의 세 명이 동시에 한 사람을 쳐다봐야 하고, 블로킹 라인이 무대를 가로질러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이 내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겠구나. 내가 돈을 내면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이걸 감히 돈을 받으면서 공연을 한다니 말이죠.”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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