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매장서 분실해도 납품업체 책임"…유통업체 '슈퍼 갑질'

불공정행위 갈수록 다양·교묘해져

납품업체 "당국 감시기능 강화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일판매대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날을 겨눈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다양하고 교묘하다. 납품업체들은 제도 마련과 함께 감시 기능도 제대로 작동해야 현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갑질’은 매장에서 제품이 분실 또는 파손될 경우 생기는 전산 잔여재고와 실재 잔여재고의 차이를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미 매장에 납품한 제품은 유통업체의 책임이지만, 납품업체에 오차 일부를 공짜 제품으로 메워달라고 요구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오차 액수는 제품 품목에 따라 약간 다르다. 대개 3개월에 매장별로 업체당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에 이른다.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한 회사의 관계자는 “부탁처럼 말하지만 그대로 해주지 않으면 행사 매대 확보나 진열 등에서 불이익이 있어 따를 수밖에 없다”며 “비공식적으로 자행되고 있어 규제해도 적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가격 후려치기와 강제 납품도 고질적인 문제다. 가격 할인이나 ‘1+1’ 등의 행사를 대부분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진행한다. A마트는 1만 원짜리 제품을 반값(5,000원)에 팔기로 납품업체와 합의했지만, 경쟁업체인 B마트가 동일 제품을 4,000원에 판매하자 납품업체와의 조율 없이 4,000원에 판 뒤에 1,000원에 대한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 C마트는 최근 9,900원, 1만 5,900원, 2만 5,900원짜리 생활용품 세트를 독자적으로 구성해 판매하겠다며 납품업체들에 세트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과 추가로 세트를 구성하는 부담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거절하자 C마트는 사다리 타기에서 걸린 업체에 이를 맡겼다.

시식행사 등에 납품업체가 판촉사원을 보내는 관행은 납품업체 간에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유통업체는 공정위의 감시를 피하려고 납품업체로부터 자사 제품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람을 파견하는 것이라는 약정서를 받는다. 인건비 부담이 생기지만, 대기업 납품업체는 매대와 진열 공간 등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력을 파견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은 결국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은 현장에서 느껴지는 것이 없다”며 “예전에는 증빙 없이 불공정행위를 했는데 이제는 법망을 피할 증빙자료까지 요구해 일만 늘어났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고발이 어려운 ‘을’의 입장을 고려해 제대로 감시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준비했다. 내년부터 대형유통업체의 고질적·악의적 불공정행위로 생긴 피해에 대해 최대 3배의 배상 책임을 물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의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의 과징금을 두 배로 상향하고 자진 시정 등에 따른 과징금 감경률을 줄이는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도 발의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10월에 확정·고시된다. 대형유통업체에 내야 하는 판매수수료, 판매장려금, 각종 비용 등 납품업체에 중요한 거래 조건을 공정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된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공정위, # 갑질, # 유통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