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10대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사건에 대해 경찰이 부실·뒷북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발생 두 달여 지나서야 가해자 중 1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핵심 증거인 폭행 동영상의 존재조차 경찰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강원 강릉경찰서는 또래 소녀를 집단 폭행한 A(17)양 등 가해자 6명에 대한 조사를 지난 5일 마치고 신병 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양 등 가해자 6명이 친구인 B(17)양을 지난 7월 17일 오전 1시께 강릉 경포 해변에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한 지 두 달여 만에 가해자 조사가 마무리 된 것이다.
당시 폭행은 오전 5시께 가해자 중 한 명의 자취방에서도 이어졌다. 피해자인 B양은 5~7시간에 걸친 폭행으로 얼굴이 퉁퉁 붓는 등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이튿날인 18일에도 B양은 가해자들에게 벗어나지 못한 채 양양 남애 해수욕장에서 갑자기 쓰려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폭행 사실을 병원에서 알게 된 B양의 가족들은 곧바로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까지 가해자 중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나 나머지 공범 C(17)은 아르바이트 등의 사유로 출석에 불응해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이번 사건도 점점 커지자 경찰은 급히 C양의 행방을 찾아 지난 5일 조사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여 만에 이뤄진 늑장·뒷북 조사인 것이다.
경찰의 부실 수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가해자들의 자취방에서 촬영된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까지 경찰은 그 존재조차 몰랐다. 얼굴이 퉁퉁 부은 B양을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 앉힌 후 가해자들이 욕설하고 폭행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사건의 핵심 증거다. 가해자들이 폭행 장면을 생중계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경찰은 ‘그런 동영상은 없다’라며 일축했다. 피해자 B양의 가족에게서 폭행 동영상을 제출받고서야 지난 5일 경찰은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경찰의 수사가 느슨하게 진행된 사이 피해자 B양과 가족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졌고 가해자들은 죄의식을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피해자를 조롱했다.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만 해도 동영상의 존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뒤늦게라도 동영상을 확보한 만큼 가해자들의 범행 가담 정도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철 인턴기자 dncjf84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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