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원자력 발전 감축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기존 목표대로 원전 감축을 진행하면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늘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은 7일(현지시간) “원전 비중 감축 목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늘리지 않는 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조속히 원자력 비중을 줄일 것”이라면서도 “목표를 현실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내년 중에 구체적인 원전감축 일정을 새로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동되는 원전의 상당수는 1970∼1980년대 오일쇼크 시기에 건립된 것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임 때인 지난 2015년 원전 의존을 대폭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계획을 수립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취임 후 올랑드 정부의 원전 감축 구상에 대체로 동의하며 지난 7월에는 2025년까지 총 58기의 원자로 가운데 17기를 폐쇄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목표대로 원전 감축을 추진하다가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발전 비중이 늘어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지난 7월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서 2022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는 기후변화 리더십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전에 강하게 반대해온 환경운동가 출신의 윌로 장관이 원전생산기업 ‘아레바’의 고위직을 지낸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등에게 굴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윌로 장관은 브리핑에서 프랑스 최고령 원전인 페센하임 원전에 대해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5년 중에 폐쇄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현재 58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프랑스는 유럽에서 전력 생산의 원전 의존율이 가장 높고 생산비용은 가장 낮다.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이웃 나라들에 수출해 매년 30억 유로(3조9천억원) 가량의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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