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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노동이사' 부결됐지만...민간기업도 '勞治' 사정권

'적폐 기관장' 블랙리스트 등

노조 경영간섭 갈수록 심화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이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조합의 경영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원래 역할을 넘어 경영 현안에 개입하는 등 이른바 ‘노치(勞治)’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KB금융 노조가 추천해 사실상 노동이사 격인 사외이사 선임안은 주주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지만 앞으로 공공기관·민간기업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는 점, 노조가 경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 등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노총·민주노총 공공 부문 공공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적폐 기관장’ 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양대노총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면서 밝힌 주요 사퇴 촉구 이유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섰다’는 것이었다. 20일 현재 이 가운데 5명은 물러났다.

노조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 기관장의 진퇴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의 경영 현안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씨티은행이 3월 발표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이 전략은 전국 133개 점포 중 101개 지점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 측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사측은 결국 폐쇄점포 수를 90개로 줄였다.

앞으로 노치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는 투자·출연기관 22곳 가운데 12곳의 근로자이사(노동이사)를 임명했다. 서울시는 연내 근로자이사 임명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직은 이들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에는 서울시에 이어 광주광역시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이사제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하에서 민간기업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조 등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를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사실상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무산된 KB금융도 이 같은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제안한 하승수(49)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 투표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13.73%, 출석 주식 수 대비 17.73%의 찬성률로 부결시키기는 했지만 노조가 향후 또다시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하 후보는 KB금융 직원이 아니고 다른 사외이사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며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법에 따라 주주제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주주제안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결권 지분 0.1%만 보유해도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실제 KB금융 노조는 0.18%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5.35%의 지분으로 노조를 대변할 사외이사를 선정해 주총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코드 맞추기로 노동이사제에 찬성 입장을 보인 국민연금이 다른 주요 은행지주사의 최대주주인 점을 변수로 꼽고 있다. /황정원·임지훈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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