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나도 당했다)’의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53·사진)이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조재현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죄인입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전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다. 지금부터는 피해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추문이 불거진 이후 침묵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 저에 대한 루머는 극장주 겸 배우라고 거론하며 ‘막내 스태프를 무릎 위에 앉히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과 다른 면이 있어서 전 해명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이후 다른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역시 당황스러웠고 짧은 기사 내용만으로는 기억을 찾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음해다’ 라는 못된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또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되길 바라기도 했다. 반성보다 아주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제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앞서 조재현은 연극, 방송 현장에서 여성 스태프 등을 성희롱을 했다는 제보와 소문이 그의 이니셜과 함께 돌았다. 그러다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재현의 실명을 공개해 그의 이름이 드러났다.
조재현이 주연으로 출연 중인 tvN 월화 드라마 ‘크로스’는 그의 분량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16부 중 지난주까지 8부가 방송됐으며 촬영은 9~10부가 진행된 상태다.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인공이라 당장 하차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tvN 측은 “작가, 제작사와 상의하며 조재현 분량을 축소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조재현이 주인공이라 바로 하차시키는 게 어렵다. 최대한 그의 퇴장을 앞당기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 무대를 거쳐 1989년 KBS 공채 13기 탤런트로 데뷔한 조재현은 ‘해피투게더’ ‘피아노’ ‘눈사람’ ‘뉴하트’ ‘정도전’ ‘펀치’ 등의 드라마와 ‘영원한 제국’ ‘섬’ ‘나쁜남자’ ‘목포는 항구다’ ‘천년학’ ‘역린’ 등의 영화, ‘에쿠우스’ ‘경숙이, 경숙 아버지’ ‘민들레 바람 되어’ 등의 연극을 통해 대중문화계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스타다. 또 대학로에서 극단과 극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화 ‘나홀로 휴가’를 연출하기도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다음은 조재현의 공식입장 전문.
조재현입니다.
처음 저에 대한 루머는 극장주 겸 배우라고 거론하며 ‘막내 스태프를 무릎 위에 앉히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과 다른 면이 있어서 전 해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습니다. 역시 당황스러웠고 짧은 기사 내용만으로는 기억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음해다’ 라는 못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또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되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반성보다 아주 치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입니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제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고백하겠습니다. 전 잘못 살아왔습니다. 30년 가까이 연기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 제 자신을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일시적으로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
지금부터는 피해자분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정말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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