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소수서원은 고려 중기 문신인 회헌 안향(1243~1306)의 초상화를 모시고 있다. 안향은 고려 원종 1년이던 1260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고 수차례 원나라에 다녀오면서 주자학을 고려에 보급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 후인 1318년 공자의 사당에 그의 초상화를 함께 모시게 됐다. 그때 한 점을 더 그리게 한 것이 국보 제111호로 지정된 이 유물이다. 향교에 모셔져 전하던 안향의 초상화는 조선 중기에 건립된 백운동서원으로 옮겨졌고 이곳이 현재 ‘소수서원’으로 불리고 있다. 가로 29㎝, 세로 37㎝의 반신상으로 고려 시대의 의복 양식뿐 아니라 당시의 초상화 화풍을 알 수 있어 회화사 연구에서 중시되는 작품이다. 약간 왼쪽을 바라보는 자세이며 머리에는 평정건(平頂巾)을 쓰고 있다. 붉은 선으로 얼굴 윤곽을 그렸고 옷 주름은 선을 이용해 명암 없이 간략하게 표현됐다. 시선의 방향, 단정한 어깨선 등에서 주인공의 강직한 인품이 드러난다. 안향이 도입한 주자학이 조선 시대 사상의 주류를 차지하자 조선 중기에는 이 초상화를 똑같이 따라 그린 이모본(移模本)이 다수 제작됐다. 이 초상이 모셔진 소수서원을 비롯한 도산서원·병산서원·도동서원 등 9곳에서 최근 ‘한국의 서원’으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 실사가 진행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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