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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쌤'과 '쓰앵님'

조교환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쓰앵님.’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구성원 간의 호칭으로 선생님과 함께 ‘쌤’이나 ‘님’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결정에 종영한 드라마의 ‘선생님 유행어’가 뇌리를 스쳤다.

쌤은 흔히 선생님의 줄임말로 쓰이지만 다소 가벼이 낮춰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사제 간에는 이 같은 수평적 호칭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 맞는 교사가 늘어나는 등 가뜩이나 교권 추락이 심각한 현실에서 이 같은 쌤 호칭을 공식화한다는 것은 교사의 위상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래세대의 인격과 정서를 키우는 교육기관으로서 민주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라는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단순히 구성원 간 호칭을 바꾼다고 조직이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나 기업 등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호칭으로 시작된다. 경력이나 직급 등이 반영된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대방과의 서열이 정해지고 그러한 호칭을 기반으로 서로의 관계가 정립된다. 기업에서도 상대방의 성이나 이름 뒤에 직급을 붙여 부름으로써 서열 관계를 쉽게 가늠할 수 있고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업무상 책임과 역할이 규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혁신과 다양성이 중요해지면서 이러한 연공서열식 호칭이 오히려 변화와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점으로 주목받아왔다. 수평적 호칭은 구성원 간 소통을 쉽게 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하며 업무체계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그간 수직적 직무체계에 주눅이 들어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동등한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고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차장·부장을 뺀 ‘○○님’의 호칭은 구성원 간 배려와 존중의 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기업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변화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호칭 파괴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의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수직적이고 가부장적인 조직 구조를 벗어나 수평적인 사회관계로 전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도인 셈이다.

하지만 상명하복식 문화가 굳어진 사회에서 호칭 변화만으로 혁신을 이룰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조직의 위계질서를 해치는 역효과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쌤이라는 호칭이 친근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조직을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시킨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왜일까. 기업에서도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했다가 다시 직급제 호칭으로 회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호칭 파괴가 조직문화를 바꾸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저 ‘대세가 이러하니까’ 하는 생각에 성급히 제도만 바꾸게 되면 성과는커녕 구성원 간 혼란만 부를 것이다.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수평적 호칭제를 도입하면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진정한 수평적 소통 방안이 뭔지 내놓지 않는다면 ‘쌤’은 하나의 유행어에 그칠 뿐이다.
/chang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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