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반정부 시위대가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군부에 대화 중단을 통보했다. 군부가 즉각 민간 정부를 구성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군부에 최후 통첩을 날린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 측 대변인 무함마드 알 아민은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 모인 수만 명의 시위대를 향해 “군사 위원회는 옛 정권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거리 점거를 계속하고 군부와의 대화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시위대는 민간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거리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군부를 압박했다. 아민 대변인은 “우리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확대하고 지속해야 한다”면서 군중들을 향해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일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외쳤다.
군부가 시위대에 일주일 안에 민간 정부 구성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강경책을 택했다. 앞서 압델 파타 부르한 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단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는 국민에게 권력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일주일 안에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에 응답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시위대가 군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대화를 거부한 이유는 군부가 민간 정부 구성 때까지 정치적 수렴이 필요하다며 2년간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위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군부와 권력 이양 문제를 협의하고 추가로 협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민 의회 구상이 발표되지 않자 시위대가 군부 세력이 국민을 대하는 방식은 쫓겨난 정권과 비슷하다며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바시르 전 대통령이 빵 가격을 3배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이 됐다. 물가 폭등을 포함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대규모 시위로 격화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시위는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11일 군부세력이 바시르 대통령을 쫓아내며 권력을 잡았다. 이들은 “바시르 정권을 뿌리 뽑겠다”며 ‘적폐청산’을 약속했지만 수단 내에선 전 정권과 비슷한 군부 통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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