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년 인구조사 때 시민권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을 강행하기로 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을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을 넣으려는 시도를 중단했다는 보도는 부정확하다”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그 문항이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성명에서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이 없는 설문지를 인쇄한다고 발표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3월 미 상무부가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응답자의 시민권을 확인하겠다고 발표하자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정부는 즉각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의 답변 거부로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며 시민권 보유 질문을 추가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하루새 번복…집착 이유는
인구조사 결과로 하원 의석 배분
이민자 대부분 시민권 갖지 못해
응답 줄면 민주에 불리해질 수도
야권과 일부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데 집착하는 것은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도를 형성하려는 당파적 동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인구조사 결과는 50개 주의 연방하원 의석 수 배분과 선거구 획정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이민자들이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구조사 응답을 기피하면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강세 지역의 통계상 인구는 실제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되고, 결과적으로 야권에 의석 수가 적게 배분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구가 많을수록 민주당의 정치적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정책연구소는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질문하면 응답자 수가 줄어 이 지역 연방하원 의석 수가 지금보다 2석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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