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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화웨이 회장 런정페이 생존경영]화웨이는 왜 트럼프의 공격을 받게 됐나

■저우센량 지음, 시크릿하우스 펴냄

런정페이 회장 43세때 '맨주먹' 창업

2017년 年매출 6,000억위안 넘기며

사업초기 대비 3,000만배 성장했지만

中정부와 결탁 산업스파이 투입 의혹

미중 무역분쟁 태풍 한가운데에 놓여





전역한 군인 출신의 런정페이는 불혹을 넘겨 시작한 사업에서 지금의 1억위안(약 170억원)에 해당하는 200만위안의 채무를 짊어지게 됐다. 늙은 부모와 6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1남 1녀의 자녀도 키워야 했다. 좁은 방에서 함께 살던 부모가 연이어 돌아가시던 그 해, 아내와의 사이에도 금이 가 이혼하고 말았다. 백척간두에 선 듯하던 그때 나이 43세. 런정페이는 “궁지에 내몰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화웨이를 창립했다”고 스스로도 밝혔다. 늦은 나이에, 자본금 2만1,000위안에 직원 6명뿐인 창업은 ‘맨주먹’이나 다름 없었다.

신간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 생존경영’은 제목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영의 궤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트럼프는 왜 화웨이를 공격할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화웨이 성공비밀의 ‘최초 해부’를 자처하는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 저우셴량이다. 미디어 전문가이자 역사학자인 그는 중국의 현대 기업경영을 연구하다 최근 들어 화웨이와 런정페이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 왔다.

설립 초기 화웨이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본, 기술, 인재, 경영 그 무엇도 마련되지 않은 회사였다. 있는 것이라면 군인정신으로 중무장한 창업자 런정페이의 의지뿐이었다. 화웨이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지난 2017년의 연 매출은 6,036억위안. 창업 초기 2만위안에서 무려 3,000만 배나 성장했다.

창업할 때만 해도 런정페이는 감당하기 힘든 빚과 가족의 생계를 짊어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당시 중국은 관리되고 통제됐던 사회적 규제가 완화하던 시점이었고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중국 전역을 뒤덮기 시작할 때였다. 런정페이도 욕심과 야심을 품었다. 기업명에서 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따 온 화웨이라는 이름은 “외국인 당신들이 만든 물건을 우리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네보다 더 잘 만들 수도 있다”는 신념을 담고 있다.



런정페이의 솔선수범으로 초창기 화웨이의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목숨 걸고’ 일했고 숙식까지 생활 모두를 회사 안에서 해결했다. 화웨이 특유의 기업 문화인 ‘매트리스 문화’의 시작이다. 때로 화웨이 사람들은 ‘이리 떼’로도 불리는데 이리처럼 민감하고 날카로운 후각으로 사냥감을 향해 목숨을 걸고 ‘단결은 곧 역량’이라는 집단의식이 강해서다. 세계 각지의 오지와 농촌을 시작으로 러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시장을 개척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화웨이의 행보는 일견 점령지를 하나씩 차지해 가는 군대를 방불케 했다. 화웨이는 세계 170개국과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꼽히는 40여 개의 대형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기업 네트워크와 통신망 서비스 시장에서 세계 3분의1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니 화웨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통신 이용자는 30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통신장비 분야의 앞선 기술을 빼내기 위해 산업스파이 투입까지 불사한 것을 군사전략을 표방한 생존경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화웨이의 빛나는 성공 뒤에는 중국 정부와 결탁한 스파이 행위 등에 관한 의혹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찬란한 결과가 그릇된 과정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화웨이를 볼모로 잡은 까닭이기도 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간에 성장한 화웨이는 기술력에서 미국과 유럽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화웨이가 또 한 번 넘어야 할 장벽은 ‘미국 시장 진출’인데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과거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미중 무역분쟁의 태풍 가운데 놓인 현재 상황이 결코 녹록지는 않다. 지난해 고희를 넘긴 런정페이는 늘 “우리에게 승리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지금의 화웨이가 막다른 길에 있는지, 새로운 광장으로 향한 골목의 끝자락에 놓였는지 지켜볼 일이다. 1만6,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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