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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용 주방의 변주' 배달의민족 쿠킹스튜디오

주방가구 디자인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

외식업 자영업자 전문 교육공간 새단장

위생, 청결 위해 물청소되는 습식주방

스테인리스 쓰되 차가움과 투박함은 상쇄

사선형 배치, 강사조리대 위 거울 시야각 확보

배달음식 연상 철가방 모양 이색 수납함 눈길

바이빅테이블이 디자인한 배달의민족 쿠킹스튜디오 뒤편에서 바라본 모습. 민트색 조리대로 채워져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철가방 디자인의 소지품 수납함. 요리수업 중에는 조리대 옆에 걸어둘 수 있게 만들어졌다.


쿠킹스튜디오 내에 설치된 강사용 조리대 위 천장에는 가로형 거울이 비스듬히 걸려있다. 사용자들이 보다 편하게 요리수업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올 8월 송파구 석촌역 앞에 특별한 쿠킹스튜디오가 문을 열었다. 배달의 민족이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요리교육을 진행하는 배민아카데미다. 들어서면 조리대 측면에 걸린 앙증맞은 철가방이 방문객을 맞는다. 손님들을 위한 소지품 보관함이다. 각 조리대 측면에 걸려있는데 집에 가져가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귀엽다. 민트색과 딥그린색, 우드톤이 어우러져 커피부터 주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리실습실을 카페처럼 아늑하게 꾸민 주인공은 주방가구 전문 디자인스튜디오 바이빅테이블(BYBIGTABLE)이다. 올해로 설립 4년차에 접어든 바이빅테이블은 주방을 설비가 아닌 가구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부엌은 단순히 음식 제조공간을 넘어 규격화 되지 않은 사용자의 취향이 깃든 곳이어야 한다는 게 바이빅테이블의 디자인 철학. 그렇게 바이빅테이블의 손길을 거친 배달의민족 쿠킹스튜디오는 ‘딱딱함은 벗고 즐거움을 입은 강의실’이 됐다.

쉽게 부식되지 않고 물때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테인리스는 차갑고 투박해보이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후드를 타원형으로 맞춤 제작하고 강사용 조리대의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했다. 여기에 즉시 배달음식을 연상시키는 철가방 모양의 작은 수납함이 더해지면서 딱딱해질 수 있는 공간을 위트있게 풀어냈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시각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아름다움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줬다.

맞춤형 디자인의 섬세한 배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조리대 가로길이만큼 긴 거울을 강사용 조리대 위 천장에 기울여 달았다. 또 교육생용 조리대의 바깥쪽 자리를 사선형으로 배치했다. 모두 수업을 보면서 따라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야각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센스있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교육참가자가 사용하는 12개의 락커는 각각 6개씩 민트와 딥그린 색으로 구분했다. 민트색 락커를 사용한 사람은 민트색 조리대로 딥그린색 락커를 사용한 사람은 딥그린색 조리대로 이동할 수 있게 동선을 유도한 것이다.

볼수록 궁금해지는 이곳에는 또 어떤 디테일이 숨어있을까. 바이빅테이블의 정재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보자마자 배달음식을 연상시키는 철가방 모양의 수납함. 고정되어 있지 않아 소지품을 넣고 이동이 가능하다. /사진제공=바이빅테이블


-쿠킹스튜디오 특성상 업소용 스펙의 가스화구 등 여러 전제조건이 붙어 디자인하기 까다롭지 않았나요.

△일단 실제 외식업을 운영하거나 외식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장이다 보니 일반 쿠킹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전기쿡탑을 사용하지 않고 가스쿡탑을 사용해야하는 전제조건이 있었어요. 특히 강사가 시연을 하는 강사용 주방에는 웍을 사용할 수 있는 중화화구, 가스오븐, 튀김기등 다양한 화구가 하나의 조리대에 구비되어야 했죠. 실제 외식업장에서는 업소용 화구나 설비들이 그리 보기 좋지는 않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보이지 않는 뒷주방에 들어가 있거나 최대한 가리고 사용해요. 하지만 배달의민족 쿠킹스튜디오는 외식업을 위한 교육장이니만큼 감추는 게 아니라 되려 잘보이게 배치해야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장비들이 깔끔하고 편안하게 보일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죠.

철가방 디자인 수납함 시안./사진제공=바이빅테이블


철가방 모양의 수납함./사진제공=바이빅테이블


-둘러볼수록 배달의민족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이 눈에 들어와요. 철가방 수납함도 그렇고, 조리대의 메인 색깔도 그렇고요.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는 쿠킹스튜디오이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 특유의 컬쳐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어요. B급컬처라고 할수있는 그들의 문화와 배달이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철가방 손잡이 모양을 조리도구 걸이로 활용하는거나 철가방처럼 주방 하부장도 위로 열게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말씀드린것처럼 이곳은 외식업장처럼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곳이다 보니 기름이 튀거나 연기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휴대폰같은 개인소지품이나 책 등을 기름이나 물로부터 잘 보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락커에 겉옷을 보관하고 락커 하부장에 준비되어있는 철가방에 소지품을 보관하게 하고, 조리교육시에는 필요한 소지품이 담긴 철가방을 들고 와서 교육생의 조리대 바로 옆에도 걸어둘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잠깐이지만 락커에서 조리대까지 철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쿠킹스튜디오 앞쪽에서 바라본 모습. 조리대 앞면과 옆면은 우드톤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스튜디오 뒷편으로 민트색과 딥그린색 락커가 보인다.


락커 디자인 시안. 동선을 고려한 색깔 디자인이 눈에 띈다./사진제공=바이빅테이블


쿠킹스튜디오 아이디어 스케치. /사진제공=바이빅테이블


-사실 바닥에 타일이 깔려있어 의외였어요. 이전에 방문했던 쿠킹스튜디오들은 모두 바닥마감을 나무로 했던데요.

△보통 쿠킹스튜디오는 관리가 비교적 수월하고 설비구축이 간단한 전기쿡탑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름오염이 많지 않고 간단한 요리나 베이킹위주 수업을 하는 쿠킹스튜디오는 바닥을 건식으로 대부분 사용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요리교육을 진행하는 배민아카데미의 경우 기름사용도 많고 청결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배민아카데미 운영진에서 업소주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습식바닥을 사용할 것을 요청했어요. 기름때를 물청소로 깨끗히 씻어내 청결히 유지 할 수 있도록 배수설비가 갖추어진 타일바닥으로 시공한 이유죠. 대신 투박한 업소주방 느낌은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커피스튜디오의 바를 위해 특별제작된 원목의자. 낮은 등받이가 인상적이다.


바이빅테이블이 디자인한 배달의민족 커피스튜디오 내부.


바이빅테이블이 디자인한 배달의민족 커피스튜디오 내부.


-커피스튜디오엔 가운데 위치한 바에만 의자가 있어요. 뒷 공간엔 의자를 두지 않고 계단식 좌석을 타원형으로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좌석을 타원형으로 한건 배달의민족 공간디자인팀의 제안이었고 비교적 설비의 제약이 없는 커피교육의 경우 여러사람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카페운영 교육을 위한 공간이니 시연을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궁금한 사항을 자유롭게 묻는 소통형 공간으로써 배달의 민족 공간디자인팀에서 제안한 ‘밍글링’ 디자인이 매우 적합했다고 봅니다. ‘밍글링’은 배달의민족에서 이용자들이 둘러앉게끔 고안된 타원형 배치를 뜻해요. 테이블이 커질수록 많은사람이 모이고 소통할 수 있다는 바이빅테이블의 디자인 철학과도 부합해요. 저희는 그 공간에 가장 잘 맞는 가구 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타원형 아일랜드에 잘 어울리게 등받이가 낮은 바체어를 원목으로 만들어 공간에 따뜻함을 더하려고 했어요.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사진제공=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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