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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와 찰나의 빛…경리단길서 불꽃 튄다

■스타작가 백현진·정직성 개인전

☞백현진 '핑크빛 광선 P-ray'

언어·소리로 다룰수 없는 신기루

P21서 회화·드로잉 등 15점 전시

☞정직성 '나전칠기 접목 회화'

밤바다 파도 등 어둠 속 빛 담아

아트딜라이트서 회화 영역 깬 신작

백현진의 개인전 ‘핑크빛 광선 P-ray’ 전시 전경. /사진제공=P21




도전과 변신이 두렵지 않은 두 스타 작가의 ‘경리단길 빅매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풀죽은 미술계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2012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고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등으로 선정된 정직성(43) 작가, 활발한 해외전시와 함께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백현진(48)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백현진 ‘연애’ /사진제공=P21


백현진의 ‘말할 수 없는’ 연작 전시 전경.


■백현진 ‘핑크빛 광선 P-ray’

사랑은 ‘핑크빛 광선’처럼 잡히지도 않으면서 아름답고 강렬하게 찾아든다. 연애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따뜻하고, 세상이 오묘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며,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어긋나 끊어지고 끝나고 마는 감정이기도 하다. 화가 백현진(48)의 그림 ‘연애’는 그 어려운 사랑의 관계 미학을 다룬 듯 보이기도 한다.

용산구 회나무로 P21이 백현진의 최근작 대형 회화부터 작은 드로잉, 설치작품 등 15점으로 개인전 ‘핑크빛 광선(P-ray)’을 열고 있다. 백현진의 개인전을 여는 경리단길 위쪽의 P21은 지난 2017년 9월 중견작가 최정화의 전시로 개관전을 연 후 유승호·이형구 등 굵직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핑크색 도는 작품에 먼저 눈이 간 것은 전시 제목 때문일 수 있다. 착각하지 말자. 작가가 그림에 담은 뜻은 보는 이의 해석과 다를 가능성이 크며, 숨은 의도를 맞추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어로는 할 수 없는 ‘무엇’을, 말 그대로 언어로 할 수 없기에 이미지나 소리로 다루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언어나 소리로 다룰 수 없는 그 ‘무엇’을, 그림으로 기록해 나타낸 경우입니다. 언어로 ‘작품 설명’이나 ‘작품 제목을 짓게 된 경위’를 말하는 것은, 제게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작가는 이번 전시 제목을 지을 시기에 “개인적으로 새로운 관계에 대한 막연한 욕망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핑크빛’이란 상투적 낱말이 머리에 맴돌고 그려지기도 했으며 동시에 그 ‘핑크빛 광선’은 신기루 같은 것이겠다는 사실도 느끼고 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작업이나 제목에 대한 당신(관객)의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백현진은 1세대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로 유명하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과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 출연하는 등 음악·미술·문학·공연 등을 경계없이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정직성 ‘201922’


정직성 ‘202010’


■정직성, 어둡고 빛나는 순간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리치는 벼락의 번쩍임 같은 것이 그렇다. 빛이 아님에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이 있다. 검은 밤바다를 달래는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순간 하얀 포말로 빛나고 이내 사라진다. 겨울이 끝났음을 선언하는 매화나 봄의 여신 같은 흐드러진 벚꽃은 낮에도 눈부시지만 밤에 보면 또 다른 찬란함을 뽐낸다. 이 ‘어둡고 빛나는 순간’은 어쩌면 찰나라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서양화가 정직성(43)은 이 순간을 붙들고 싶었다. 깊이 있는 검은색 옻칠 위에 빛나는 자개를 하나하나 붙이고 끊어내는 나전칠기 기법으로 풍경을 아로새겼다.

그가 나전칠기 옻칠 작업으로 회화의 영역을 확장한 계기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 가파도에 머문 것을 계기로 그는 밤바다와 현무암 등을 표현할 ‘깊은 검은색’을 고민했다. 도시, 연립주택, 공사장, 기계, 식물, 바람 등 추상화 한 풍경을 표현주의적으로 그려온 그는 당시 일명 ‘밤 매화’라 작업에 한창이었다. 매화 그림이 펼쳐진 그의 작업실로 나전칠기 명인 유철현(67) 씨가 찾아왔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 되면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중고 자개농을 수집하면서 알게 된 작가의 자문인 같은 분이다. 자개농과 매화를 번갈아 보다 ‘자개로 작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유씨가 가족회사인 아라지안공방을 통해 재료공급과 기술협력을 돕겠다고 나섰다. 흰색을 내는 진주패, 청록색의 뉴질랜드패, 회색빛 흑진주, 오색의 색패 등 자개가 화가의 물감이 됐다. 자개 표면을 톡톡 쳐 미세한 갈라짐으로 무늬를 내는 끊음질 기법은 의도대로 손이 움직이지 않아 몇 달간 애를 먹었다. 이제는 끊음질이 ‘붓질’처럼 익숙해졌다. 작가는 “고통스런 삶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낙천성을 지닌 것, 어눌하지만 손노동의 정성스러움이 보이는 것, 테크닉을 과시하지 않고 절제할 줄 아는 것, 몸 혹은 손을 움직이는 노동에 스스럼이 없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직성 개인전이 한창인 아트딜라이트는 2018년 6월에 개관한 이래 중량급 작가와 젊은 작가를 고루 소개해 왔다. 30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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