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얼마 전 황금연휴 기간에 지방 소도시로 나들이를 다녀온 지인의 여행담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하늘길이 막힌 탓에 외국 대신 오랜만에 찾은 국내 여행지는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고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대한민국 곳곳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곳곳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여행도 마찬가지다. 오랜 실내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점차 야외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캠핑·낚시·아웃도어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연휴 기간에는 강원·제주는 물론 인파를 피해 지방 소도시로까지 여행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소비’의 첫 번째로 국내여행이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여행업계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내국인의 국내여행이 활성화돼도 업계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국내 여행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단체여행’과 ‘패키지상품’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개별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도 여행업계는 이에 대응하지 않고 단체 패키지 상품을 고집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계의 판이 어떻게 달라질까. 일단 국내여행이 특수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해외보다 국내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개인은 물론 수학여행, 각종 모임 등 단체 여행객들도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0~1990년대 단체 패키지 상품 판매로 급성장한 업체들은 사라지고 온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후발주자들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업계도 정부 지원과 해외여행 재개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동영상을 통한 온라인 홍보와 시스템 개편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다시 하늘길이 열려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현실을 여행업계가 하루빨리 인식하기 바란다.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