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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킹씨소프트, 온택트...그리고 퍼스트무버

임석훈 논설위원

언택트, 거스를수 없는 대세 부상에도

원격의료 도입은 수년째 찬반논쟁만

국민적 공감대·인프라도 경쟁력 갖춰

정부, 리더십 발휘 대전환시대 주도를





며칠 전 미국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전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육군의 신병모집 부대가 인력충원을 위해 1인칭 슈팅 게임(FPS) ‘콜 오브 듀티’ 대회를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징병관이 입대 희망자를 직접 만나는 전통적인 형식의 신병 모집이 불가능해지자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젊은 층이 즐기는 e스포츠를 활용한 것인데 미국 육군 소속의 e스포츠 팀까지 출전시켜 분위기를 띄웠다. 결과는 좋았다. 이 대회를 통해 미국 육군은 1,400여 건의 입대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매년 개최되는 뉴욕주 박람회에서 3주간 입대 안내 부스를 운영했을 때보다 더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높아진 e스포츠의 위상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게임산업이 언택트 유망업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엔씨소프트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70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연초 27위였던 시가총액 순위가 15위로 수직 상승했다.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를 ‘제왕주’라는 의미의 ‘킹씨소프트’로 부를 정도다. 일본 증시에 직행한 넥슨 주가 역시 거침없는 상승세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서 거래되는 넥슨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9,000억엔(약 21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외에 상장된 한국 게임업체 가운데 시총 20조원을 넘은 것은 넥슨이 처음이다. 기업가치는 2011년 상장 당시(8조원)와 비교해 2.5배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 증시의 시총 순위 변동을 보면 언택트가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 종목 가운데 3분의1이 교체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종목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위권 밖(22위)이었으나 올 들어 주가가 40% 이상 뛰면서 10위권에 진입했다. 13조원 수준이던 시총은 19조원을 훌쩍 넘었다. 네이버의 약진도 눈부시다. 지난해 한때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나 이제는 4~5위를 굳히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내 양대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 자체 전자상거래 기능뿐만 아니라 웹툰·동영상 같은 콘텐츠와 간편결제 등 언택트 소비행태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증가로 두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게임·통신네트워크장비 등 IT 외에도 반도체, 원격의료 및 교육, 유통업종 등이 언택트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공교롭게 이들 모두 4차 산업혁명과도 연관이 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들 분야는 전 세계 국가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4차 산업 패권경쟁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나 기업이나 ‘언택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언택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인 ‘온택트(ontact)’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가 사그러 들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이렇게 세상은 급변하는데 우리는 수년째 원격의료를 두고 찬반 논란만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넓어졌는데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의료·교육·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언택트 시대의 선도자(first mover)가 될 것인가,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 것인가는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다. 이익단체나 내 편의 눈치를 살피다가는 실기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우리는 경쟁력 있는 언택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정부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리더십을 발휘하면 대전환의 시대를 주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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