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흘째 세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핼러윈 데이인 31일 밤 서울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 서울 번화가들은 초저녁부터 ‘축제 분위기’에 인파로 북적였다. 방역 당국이 모임 자제를 당부하고 서울 대규모 클럽도 감염 확산 예방 차원에서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대신 주점 등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핼러윈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태원은 핼러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성지’로 꼽혀 온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방역 수칙도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이곳은 이날 오후 6시께부터 핼러윈 분장을 한 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태원 상인들이 결성한 민간단체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설치한 방역 게이트를 통해 거리로 입장하려고 다닥다닥 붙어 길게 줄을 늘어서는 모습도 보였다.
해가 지며 점점 인파가 불어나더니 오후 9시께에는 술집 내 빈 테이블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덩달아 입장 대기줄도 늘어나며 길거리는 무척 혼잡했다.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이들이 길 한복판에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땐 ‘교통체증’이 빚어지며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점에선 대부분의 손님들이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앉아 있었고 테이블도 가까이 붙어있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영화 캐릭터로 분장하고 이태원을 찾은 조모(22)씨는 “핼러윈을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이렇게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즐기는 축제는 없지 않나. 코로나가 무섭긴 하지만 마스크 쓰고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했다. 이태원동 주민 박모(30)씨는 “사람이 평소의 3∼4배는 되는 것 같다”며 “이번에 또 이태원에서 퍼진다면 주변 상권이 무너지는 건 물론이고 주민들도 마음을 놓고 다닐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저녁 강남역 인근에는 호박 등 모양 풍선과 해골 무늬가 그려진 걸개 등이 설치돼 핼러윈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주점과 식당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한 주점은 오후 8시께 자리가 만석이 됐고 대기자들은 건물 밖으로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며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한 고객은 “핼러윈이라기보다는 불토(불타는 토요일)라 한잔하러 왔다”고 했다.
이태원과 함께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거리도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이미 인파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핼러윈 관련 분장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주말의 번화가 느낌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았다. 한 택시 기사는 “근래 몇 달 새 홍대 쪽에 가장 사람이 많은 날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날 127명에 달하며 이달 28일부터 나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 127명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96명, 해외유입이 31명이다. 지역발생은 서울 52명, 경기 27명, 대구 9명, 충남 5명, 인천·세종 각 3명이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는 한때 40명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가족·지인 모임, 직장, 사우나 등 일상 공간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면서 연일 1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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