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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자전거 버블과 공매도 전쟁을 아시나요?[책꽂이]

■버블 부의 대전환

윌리엄 퀸 외 1인 지음, 브라이트 펴냄

300년 부의 흐름에 등장했던 버블 분석

개인 투자자와 대형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전쟁으로 주가가 출렁인 게임스톱/사진=로이터연합




#‘바고 타이어’의 주식을 공매도한 한 투자자는 (공매도에) 성공했더라면 26파운드의 수익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공매도자들이 주식을 팔면 주가 조작 세력들이 가격을 올려놓았다. 결국 공매도 투자자는 숏 스퀴즈(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오를 때 손실을 보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로 주식을 액면가의 무려 21배에 달하는 2,318파운드에 사야만 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바고 타이어 숏 스퀴즈 사건’으로 불린다. 어딘지 모르게 최근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영국에선 자전거 산업이 혁신 산업으로 부상하며 관련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잇따랐다. 문제는 투자 가치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자전거’란 단어가 들어가면 너나 할 것 없이 상장 열차에 올라탔다는 것. 1897년 3월 기준 81개나 되는 자전거 회사가 증시에 신규로 진입했고, 이들은 청약가에서 평균 44%의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요 감소와 수익 악화에 1898년 자전거 주 평균 주가는 정점 대비 71% 추락한다. 누군가에겐 분명 엄청난 손실을 안긴 사건. 그러나 이 자전거 버블은 ‘낭비한 비용’보다 이익이 더 컸던 거품으로 평가 받는다. 왜일까.

신간 ‘버블 부의 대전환’은 인류의 최초의 버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0년 역사를 뒤흔든 주요 버블 사태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저자들은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이 최소 100% 인상된 후, 그 다음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인상된 가격에서 50% 이상 폭락한 경우’를 버블로 정의한다. 버블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시장성(자산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용이성), 자본(돈, 신용), 투기를 제시한다. 이른바 ‘버블 트라이앵글’에 적절한 기술적 또는 정치적 요소로 불꽃을 일으키면 완벽한 버블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프레임을 바탕으로 책은 남해 버블, 중남미 버블, 자전거 버블, 철도 광풍, 닷컴 버블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난 거대한 호황과 폭락의 시대를 설명한다.





책은 버블이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게 하고,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뒤바꾸는 파괴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모든 버블이 ‘낭비의 거품’인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자전거 버블은 거품 붕괴 후에도 자동차와 오토바이 산업 발전에 영향을 줬고, 적정 가격의 공급 증대, 여성의 권리 증진(합리적인 옷차림 강조)으로 이어졌다. 당시 자전거 산업이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경제적 손실보다는 혁신과 사회 규범 변화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컸던 것이다. 이 흐름을 읽은 일부 기업은 사업 변경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버블은 많은 사람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버블로 탄생한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점도 버블의 긍정적인 면으로 언급된다.

저자들은 정부와 언론에 크게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정부는 기술 버블을 터뜨리기 꺼려하고, 정치적 버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언론 역시 거품의 실체 보다는 부풀어 가는 덩치에 장단 맞추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결국, 얻는 자가 되는 것도 잃는 자가 되는 것도 다 개인에 달려 있다. 저자들은 조지 애컬로프와 로버트 쉴러가 ‘피싱의 경제학’에서 아마추어 투자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인용해 “주식이나 특히 주택 버블에서 한발 물러나 버블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버블에 올라타거나 버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대다수 투자자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득 보는 자는 노력한 투자자와 전문가, 내부 관계자요, 이들이 가져가는 돈은 주로 초보 투자자라는 뼈 때리는 경고도 이어진다. 300년 전부터 끊임없이 투자자들을 노려온, 버블 삼각지대의 역사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1만 8,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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