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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유권자 32% 지지 그친 文, 모든 권한 위임 받은 것처럼 폭주” [청론직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1% 득표 文, 다수 지지로 착각해 오기 정치·민주주의 후퇴

조국·인국공 사태 거치며 쌓인 불만 LH투기 의혹으로 폭발

민주당 ‘좌파 기득권’ 전락…‘내로남불’ 위선에 지지율 급락

갈라치기 정치로 진영 갈등...공정·정의 등 촛불 정신 퇴색

윤석열, ‘정당 방어막’ 갖추고 약점 보완해가면 승산 있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31일 서울경제와 만나 “현 정부는 통합의 정치를 이룬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갈라치기 정치를 하면서 진영 갈등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문재인 정부가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공정’과 ‘정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불붙은 불공정 논란은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다주택 논란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 7월 전셋값을 과도하게 인상했다는 소식은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은 김 실장을 경질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부동산발 민심 이반이 가속화하면서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레임덕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치 평론가로 명성이 높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31.7%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문 대통령이 과대 대표됐다는 점을 잊고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오기의 정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국민들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한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갈라치기 정치로 진영 갈등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국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조기 극복하라며 표를 몰아줬는데 거대 의석 수를 갖게 된 집권당이 외려 권력을 독점·남용하면서 좌파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고 삼권분립과 법치 등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면서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4·7 보선을 앞두고 지지율 열세를 면치 못하면서 다급해진 여당의 행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29일 부동산 실정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문 대통령이 김 실장을 경질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4%가량으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레임덕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 레임덕이 가시화한 것은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문건 파동이 벌어졌을 때부터다.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이 안전성·시공성·운영성 등 7개 부문에서 모두 떨어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살 길을 찾기 위해 법적 근거를 남긴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가 터진 뒤 여권의 지지율이 급락했는데.

△LH 사태가 지지율 급락의 트리거(방아쇠)인 것은 맞다. 하지만 훨씬 전부터 민심 이반 조짐이 나타났고 그 중심에는 불공정 문제가 있다. 대의 앞에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물음을 던진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이나 청년들의 분노를 부채질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이 같은 줄기다. 정의와 공정을 내세워 출범한 현 정부에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되자 국민들이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LH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등을 밀어 붙이며 ‘국민의 뜻’을 내세웠지만 정작 국민 다수의 뜻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었다"고 말했다. /오승현기자


-문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오기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여당이 잊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체 유권자 중 30%초반대의 지지만 받고 출범한 정권이라는 점이다. 2017년 5월 실시된 19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77.2%가 투표했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08%였으니 실제 전체 유권자 중 31.7%만 문 대통령을 선택한 셈이다. 나머지 68%에 달하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대통령이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 모든 권한을 위임 받은 것처럼 폭주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탈(脫)원전 등을 밀어붙이면서 ‘국민의 뜻’을 내세웠지만 정작 국민 다수의 뜻과는 거리가 먼 정책들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민과 재벌, 근로자와 사업주, 집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갈라치기하면서 분열의 정치를 해왔다는 점이다.

-갈라치기 정치가 최근에는 약발이 다한 느낌인데.

△갈라치기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소한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이 45%는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일부 열렬 지지층에는 호소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고 봐야 한다.

-전체 유권자 대비 31.7%의 득표율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한다면.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끝에서 두 번째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에서 30%로 꼴찌였고 문 대통령이 그다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34.6%), 김영삼 전 대통령(34.3%), 김대중 전 대통령(32.5%)은 비슷한 수준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높은 39%를 기록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20대의 다수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여당에서는 20대가 보수화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20대는 권력으로 야기되는 피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당연히 반(反)권력적 성향을 가진다. 조국 사태나 인국공 사태에서 빚어진 불공정 문제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최근 LH 사태로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면서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대두됐을 것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 이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여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로 나타나는데.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으면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중 40대의 압도적 지지가 주효했다. 1970년대생인 지금의 40대는 사회에 진출한 뒤 미군 장갑차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을 겪으며 보수 정당에 대해 태생적 반감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면서 형성된 감정 공동체가 현 정권을 지지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이 경험에서 비롯된 가치관과 충돌하면 이익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40대는 특이하게도 가치관을 우선시한다.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당한 세대라는 점에서는 매우 모순적이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박영선 후보 지지율을 앞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이번 4월 보선이 내년 3월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여야의 승패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과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텐데.

△우선 야당이 이길 경우 국민의힘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잡게 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철수 대표까지 입당하면 야권의 정계 개편이 속도를 내게 되고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대선 주자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입지는 좁아지고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어렵게 된다. 여당이 이길 경우 민주당은 자신감을 갖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닌 새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 친문 후보를 출마시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리멸렬해지면서 안 대표가 정계 개편의 중심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선택하게 될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일부에서는 ‘제3지대론’이 제기되는데.

△실제로 2012년 18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제3의 후보가 존재했다. 15대 이인제 후보, 16대 정몽준 후보, 17대 고건 전 국무총리, 19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중도 포기하거나 후보 단일화로 후보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맥 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돌풍을 일으켜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공격을 집단적으로 막아주고 보호해주는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제3당을 창당하든 기존 당에 들어가든 반드시 ‘정당의 방어막’이 있어야 한다. 누구든 특정 분야에 정통할 수는 있지만 모든 분야를 섭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도 정당의 보호막을 갖추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대선을 치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입법부가 행정부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중요한 수단인 인사 청문회가 무력화되고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가진 국회 본연의 의미가 퇴색했다. 감사원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는 합의제 정신에 입각해 운영돼야 하는데도 여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여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국회를 사실상 다수제로 운영하면서 민주주의 정신마저 왜곡하고 있다.

-자칭 ‘진보 정권’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인데.

△권력을 잡는 순간 이념은 사라지고 이념은 명분으로서 역할을 할 뿐이다. 보수가 절대악이 아닌 것처럼 진보도 절대선은 아닌 이유다. 그런데 민주당은 권력을 잡자마자 ‘적폐 청산’을 외치며 과거 정권을 악으로 규정했다. 당연히 권력을 분산해야 했는데도 권력을 자신들에게 이전한 뒤 맘껏 휘둘렀다. 결국 집권당 스스로가 ‘좌파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고 그토록 외쳤던 공정과 정의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하고 말았다.

He is…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6년부터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정치 평론가로 저술·방송 활동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 ‘시민사회, 사회운동, 신사회운동’ ‘인권의 보편성과 북한 인권’ 등이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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