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불거진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저탄소화가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친환경에너지 전환으로 시작된 변화는 전체 산업구조가 저탄소 경제를 지향하는 혁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경제 발전을 견인해온 주력 산업이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도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탄소 중립 선언에 이은 일련의 정책 발표를 통해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한편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제 주체에 대한 지원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책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저탄소화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이미 우리 일상생활부터 기업의 첨단 생산 방식까지 폭넓은 기술 적용의 변화를 초래한 디지털화는 산업과 노동시장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정보기술(IT) 서비스, 온라인 거래 등 디지털 기술이 생산과 소비의 각 공정으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증가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노동력이 기술로 대체되는 부문에서는 고용 감소가 발생하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구조 전환이 급격히 나타나는 현시점에서 노동 수요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와 함께 기존 영역에서 감소가 나타난다. 경제성장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성장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퇴장하거나 축소되는 사업체와 고용에 대한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추자면 중장기에 걸쳐 나타날 산업구조 전환을 전망했을 때 현재 우리의 기존 사회안전망과 고용 정책 프로그램으로 그 충격을 감당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단은 부정적이다. 최근 고용보험 적용 범위 확대, 전 국민 취업지원제도 도입 등 굵직한 고용 인프라 확대를 통해 취약 계층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 같은 지원은 생계비, 훈련 비용 지원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현재 진행 중인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산업 성장에 따른 노동 수요 확대, 기존 교육 훈련 시스템과 구직·고용 연계 시스템 개선 등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산업구조 전환으로 실직이 발생한 후 대응 프로그램을 작동하기보다는 재직 중이거나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과정에서 노동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의 새로운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도록 지원하는 선제적 지원 프로그램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
여기서 강조할 부분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통한 노동 수요, 즉 일자리 증가는 저탄소화 및 디지털화 등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투자·생산·소비 확대의 선순환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구조 전환을 늦춰 직접적인 고용 충격을 완화하자는 주장은 일자리 확대 또한 늦추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입장에서 국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산업구조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성장 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 환경과 금융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는 노동 수요 감소 부문에서 증가 부문으로 직무 이동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고용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직무 이동은 기존 사업체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업체 내 직무 전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이직 형태로 추진될 것이며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고용정책 대응의 핵심 과제다.
다음으로 고용정책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산업구조 전환으로 노동시장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직업과 필요한 직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부문별 노동 수요(채용)와 실직이 발생하는 변화를 전문 기관이 예측해 그 결과를 새로운 직무의 교육 훈련 내용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노동시장 진입자, 구직자, 축소되는 부문이나 사라지는 직무에 종사하는 재직자에게 선제적으로 유익한 교육 훈련이 제공될 수 있다.
교육 훈련 성과를 고용 알선으로 연계해 취업으로 이끄는 맞춤형 고용 서비스 체계까지 갖추는 것도 중장기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또 산업 전환 대상이 집중된 지역에 고용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고용정책만으로는 위기를 막기에 역부족이므로 산업정책·금융정책 등이 동반되는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협력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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