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예비 후보가 21일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사흘 만에 유감을 표했다. 당 지도부에서까지 “당에 치명타를 주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윤 후보가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성난 호남 민심이 윤 후보와 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청년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전두환 옹호 논란과 관련해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뜻을 더 받들어 국민들의 여망인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찌 됐든 제가 뭐라고 얘기를 하고 어떤 의도로 얘기를 했든지 그 말이 국민들에 전달되고 나가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으면, 그 비판은 수용하는 게 맞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재차 유감을 표했다. 이어 그는 “TV 토론 일정이 끝나면 (광주를) 바로 좀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윤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며칠 사이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었다.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윤 후보가 이날 수차례 유감과 반성을 표한 것은 전두환 옹호 발언의 파장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후 들어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호남과의 동행’을 내걸고 1년 6개월가량 호남 구애를 지속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정당 대표급 인사 최초로 5·18 광주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그런데 윤 후보가 5·18민주화운동을 군홧발로 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정치를 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후보 개인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실언이면 몰라도 이번 발언은 당을 흔드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10% 가까운 지지율을 얻은 대선(17대·18대)은 모두 승리했다. 반면 1~3%에 그친 지난 19대 대선은 패했다. 호남이 돌아서면 정권 교체의 꿈도 위태로워진다. 이 때문에 이날 이준석 대표가 나서 “우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 관련 발언은 최대한 고민하라”며 윤 후보를 질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여수와 순천을 찾아 호남 달래기에 나섰다.
여진은 그래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단지 당 안팎의 여론에 밀려 형식적인 유감 표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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