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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싸우며 살려낸 그림…배우 이태성 첫 개인전

배우 이태성 첫 개인전, 29일까지 이브갤러리

군 제대 후 불안하던 시기…독학그림 7년째

상반된 색 위의 색, 꽃그림 지워버린 풍경 등

감정과 과정만 남긴 추상회화 20점 전시

강남구 이브갤러리에서 29일까지 첫 개인전을 여는 배우 이태성이 자신의 작품 '고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림 앞에서 고독했다. “샤넬 립스틱 같은 예쁜 빨간색”을 그려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색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재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자책했다. 색을 올리고 또 올리길 계속했다. 매일같이 그림 앞에서 싸우다 보니 “끝까지 그림을 살려 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딥 그린 계열의 색을 올려놓고 보니, 그 아래에 빨강이 없었더라면 이 색이 나오지 않았겠구나 싶었어요. 그림 앞에 멍하니 서 있던 고독의 시간들이 생각났고, 고독이 새어나오지 못하게 네 모서리를 막아버리듯 감쌌습니다.”

배우 이태성이 수줍게 소개한 작품 ‘고독’이다. 꽉 다문 입술 같은 한 일(一)자 형태의 가로 선이 깊은 초록색으로 빛난다. 어둑한 화면 안쪽에서 캐낸 보석 같은 녹색 아래로 붉은 기운이 배어났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 닿아있었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지만, 실패했다 싶은 시간과 경험 위에서 새로운 자아가 발현되는 것과도 닮았다.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는 ‘말 없는 그림’이라 추상화를 좋아하게 됐다. 그의 첫 개인전 ‘이모션’이 강남구 삼성동 이브갤러리에서 한창이다.

첫 개인전에서 자신의 작품 ‘별 취하다’ 옆에서 포즈를 취한 배우 출신 화가 이태성.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씨는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연기는 각본·연출·제작사 속에서 하나의 도구로서 내 역할을 맡지만, 미술은 내가 기획해 의도를 표현하고 연기와 달리 하고싶은 때 할 수 있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백지에 펼쳐놓는 매력’이 있다”면서 “물을 칼로 자른 단면과도 같은 감정의 단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혼자 조용히 그림 그리는 과정을 즐겼고, 이따금 SNS에 그림을 올릴 뿐 전시할 생각은 없었다. 우연찮게 침구업체 이브자리의 백합문화재단 측 관계자가 전시를 제안했고, 최근 몇 달 간 몰두해 20점을 걸었다.

고교 야구선수 출신으로 드라마 ‘9회말 2아웃’과 영화 ‘사랑니’ 등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대 중반 이른 나이에 결혼했고, 군 복무 중 이혼해 ‘싱글대디’가 됐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인생이었고 제대 후 2년간 공백기를 보냈다. 아이도 커가는데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서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벌써 7년째다.



박수근, 앙리 루소, 치바이스(제백석)도 독학 화가였다. 주식거래인으로 일하다 취미이던 미술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폴 고갱도 있으니 그도 많이 늦은 건 아니었다. 화가들의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돌려보며 기법을 배웠다. 반 고흐의 다큐멘터리를 보다 잠든 날 아침에는 노란색 위에 회색과 파랑을 덧씌워 ‘별 취하다’를 완성했다. 달빛·별빛을 품은 검푸른 밤하늘이 됐다.

이태성 '감정의 가을'


봄에는 유화에 도전했고 꽃을 그렸다. 물감 다루는 게 어려워 몇 달이 지나도 그림이 마르지 않아 “다 밀어버리고 그 위에 색 덮기를 반복하다” 시간이 흘렀다. 블라인드 너머로 문득 보인 바깥 풍광에 가을이 왔음을 깨닫고 그대로 화폭에 담았다. 강렬한 주황색과 검은선이 반복적으로 배치된 ‘가을의 감정’은 의식적으로 들여다봐야만 아래에 깔린 봄꽃이 느껴진다. 출품작은 모두 추상회화다. 지워버린 정물과 풍경, 색으로 덮어버린 또 다른 색 등 의도와 사연은 숨기고 과정과 감정만 남긴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관람객이 형태와 색감에 대해 혼자 상상하다 의견을 얘기하시고, 저도 제 의도를 소개하며 교감하는 ‘소통’이 그림의 새로운 매력이 됐습니다. 배우로서 다 보여주지 못한 감정의 확장을 찾아가려 합니다.”

전시 수익금은 재단을 통해 복지시설 아이들에게 새 이불을 사주는 데 기부하기로 했다.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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