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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ICBM 두차례 쏜 北…'미사일 모라토리엄' 사실상 파기

[정권 이양기…긴장감 커지는 한반도]

■한미 '北 탄도미사일' 분석 결과

2020년에 공개된 '화성-17형'

준중거리탄도 아닌 ICBM 결론

최대사거리 성능 시험발사 관측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조짐 등

北, 추가 도발 가능성 우려 커

외교적 수단 동원해 억제 필요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의 모습. 북한이 올해 2월 27일 및 3월 5일 감행한 탄도미사일 발사도 화성-17형 관련 시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북한 ‘화성-17형'미사일의 제원(오른쪽)과 최근의 발사도발 현황.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우주로켓(우주발사체)으로 가장해 두 차례 발사한 미사일의 정체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밝혀졌다. 이로써 북한이 지난 2018년 4월 발표한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핵·미사일 모라토리엄)’ 결정 중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2018년 5월 폭파 쇼를 벌였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는 전언도 일각에서 나와 최악의 경우 핵 모라토리엄까지 깨며 한미 동맹에 중대한 안보 위협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미 발표 내용 보니=한미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한 발씩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 당초 추정했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 아니라 ICBM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양국은 이번 내용을 이례적으로 발표 시간까지 맞춰가며 동시에 공개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날 출입기자단 문자 공지에서 해당 미사일들에 대해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2월 27일과 3월 5일 감행한) 두 차례의 시험 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동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우리 정부는 다수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러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때 공개했던 ICBM은 ‘화성-17형’이다. 화성-17형의 최대 사거리는 미국 동부 지역 등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최대 1만 50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사일 종류 판단 왜 바뀌었나=우리 군은 이번에 문제된 미사일들이 발사된 직후 초창기 분석에서는 ICBM이 아닌 MRBM으로 판단했었다. 당시 고도와 비행 거리 등이 ICBM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발사 시 우리 군이 포착한 비행 제원은 고도 약 620㎞, 비행 거리 약 300㎞였다. 이달 5일 발사에서는 고도 약 560㎞, 비행 거리 약 270㎞로 탐지됐다. 북한이 2017년 두 차례 시험 발사한 MRBM ‘북극성-2형’과 비교하면 고도는 비슷하고 사거리는 짧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이후 정밀 분석 과정에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 탄종이 MRBM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상 분석을 비롯한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종합해 재검토했더니 ICBM 체계와 관련됐다. 북한이 이번에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쏘면서 고도와 거리 등 비행 제원을 MRBM처럼 줄여서 쏜 배경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ICBM의) 최대 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중간 단계에서 관련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ICBM 정체 이미 알고도 대선 이틀 후 발표=한미가 이번에 문제된 탄도미사일의 탄종을 MRBM에서 ICBM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때는 북한의 발사 이후 3~4일간 정밀 분석을 진행한 시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5일 발사 시점으로부터 3~4일 정도면 9일 대통령 선거일 전날이나 당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은 이 같은 미사일 종류 수정 발표를 대선 이틀 뒤인 이날 오전에야 했다. 그나마 우리 정부의 이번 발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국 등 국제사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미국의 방침에 동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미국이 발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면 해당 사실의 발표가 더 늦어졌거나 내용이 축소돼 공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첫 공개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한은 이를 '화성-17형'으로 명명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찰하며 개건을 지시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개요/연합뉴스


◇향후 전망·과제=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추가로 ICBM 발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인공위성 발사용 우주로켓을 가장한 도발이라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시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보다 대담하게 ICBM 개발 완료를 과시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임의의 장소에서 이동식발사대(TEL)를 통해 쏠 가능성도 있다. 마침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발사 시설의 확장 개축을 지시했다.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ICBM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이 최장 사거리 등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ICBM 발사 감행을 외교적 수단으로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이 추가적인 대북 제재 등을 추진하려는 것도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북한이 ICBM 최장 사거리 발사를 감행한다면 우리 정부와 군은 미국과 협의해 미군의 첨단 전략무기 등을 한반도 일대에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적 방식으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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